가짜 베트남 면허증으로 국내 운전면허증 발급받은 일당

1명당 70~100만원 받고 국제 택배로 전달...유통총책은 인터폴 공조수사 요청

국내에 거주 중인 베트남인을 대상으로 위조된 운전면허증을 판매하고 이를 이용해 한국 운전면허증으로 발급받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알선책 A(28) 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또한 이들로부터 위조된 베트남 운전면허증을 한국 운전면허증으로 발급받은 베트남인 B(28) 씨 등 26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A 씨 등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한국 운전면허증을 언어나 금전문제 등으로 쉽게 따지 못하는 국내에 거주 중인 베트남인들에게 1명당 70~100만원을 받고 가짜 베트남 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 발급받은 국내 운전면허증. ⓒ부산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페이스북 등 SNS에 '한국 운전면허증을 지원해줍니다', '100% 진짜 한국 운전면허증 보증' 내용의 게시글을 광고했다.

이후 이를 보고 연락한 베트남인들에게서 위조에 필요한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증명사진 등과 함께 돈을 받은 뒤 베트남에서 위조한 운전면허증을 국제 택배로 전달했다.

또한 B 씨 등은 알선책에게 돈과 관련 서류를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보내고 위조한 면허증을 받아 운전면허시험장에 제출해 한국 운전면허증으로 교체해 발급받았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외국인도 국내 운전면허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국내인과 동일한 시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국내 면허로 인정하는 외국의 면허증이 있을 경우 즉시 교환해 발급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베트남은 국내 면허 인정 국가 136개국 중에 포함되기 때문에 베트남 면허증이 있으면 별도로 취득 절차 없이 곧바로 교체 발급이 가능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운전면허시험장에 반납한 위조된 베트남 운전면허증이 탄로날 것에 대비해 면허증과 함께 베트남행 비행기표도 택배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제시해 보관중인 베트남 면허증을 돌려받으면 이를 폐기해 증거를 없애기도 했다.

경찰은 현재 베트남에 있는 유통총책에 대해 지명수배와 인터폴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국내에 이런 수법으로 발급받은 면허증이 더 있는지 계속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반환하면서 앞서 발급한 한국 면허증을 회수하지 않기 때문에 베트남 면허증을 폐기한 후에도 계속 국내에서 운전할 수 있었다"며 "외국 운전면허증 교체발급제도 관련 문제점을 도로교통공단에 제도 개선 요청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홍민지 기자(=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