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회견에서 "떠나는 원내대표로서 후임 원내지도부에게 고언을 하고자 한다"면서 "패스트트랙을 통해서 시작된 선거제도 개혁 및 사법기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보면, 비록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일부 의견을 달리하셨던 분들마저도 개혁을 위한 패스트트랙 가결을 인정했다"며 "우리 당의 끈질긴 요구와 결단으로 이뤄낸 패스트트랙 법안이다. 정치개혁의 큰 과제를 바른미래당의 이름으로 최대한 이른 시기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당 내외에서 정치력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추진 경과에 대해 "손학규 대표의 목숨을 건 열흘 간의 단식도 있었으나 끝끝내 협상을 통해 12월 15일에 여야 5당의 합의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하고 "결과적으로 패스트트랙을 통해서 선거제도 개혁의 첫 발을 디뎠다. 후임 원내대표가 이런 당의 노력을 충분히 감안해 잘 마무리 지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간접 압박했다.
지난달 23일, 패스트트랙 협상안 추인 여부를 표결에 부친 끝에 12대11이라는 아슬아슬한 결과를 냈던 의원총회에 대한 뒷얘기도 그는 털어놨다. 그는 "마지막에 제가 패스트트랙을 시작할 때, 전체 의원 중 17명이 찬성하고 8명이 반대했다. 그래서 '당의 전체적 의견이 한 쪽으로 기울어 있구나' 하고 시작했는데 중간에 재보궐 이후 지도부 사퇴 문제가 불거지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후속 과제와 관련해 "제1야당도 참여해서 합의처리를 해내야 할 것"이라며 "개헌의 경우는 선거제 개혁과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가 합심해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김성식·오신환 의원이 사개특위 위원 구성을 사보임 이전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공히 약속한 데 대해 김 원내대표는 "(권은희·오신환) 두 분이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때문에 신임 원내대표가 당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임된 의원들과 충분히 상의해서 사법 개혁을 완수할 방법에 대해 의논해 처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대표적 업적으로 "국회 특활비의 사실상 폐지와, 선거제도 개혁의 패스트트랙 상정 두 가지"를 들었다. 아쉬운 점으로는 사보임 논란과 함께, 임기 중에 개헌 논의를 진행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당 지도체제 관련 논란에 대해 그는 "지도부 거취 문제도 여전히 논란이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새로운 원내지도부는 이런 의혹을 완전히 불식시키고 한 마음 한 뜻으로 기호3번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도록 당내 화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들이 '혁신위 설치'(김성식), '당선 즉시 지도부 퇴진'(오신환) 등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새 원내대표가 활발하게 의논해 결론을 내야 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무조건 퇴진만 주장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퇴진 요구도 최종적으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아니냐"며 "신임 원내대표가 당무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최고위원들을 충분히 설득해서 같이 복귀한 다음에 의논할 수 있고, 원내대표 선거가 그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은희의 선택은?
원내지도부의 일원으로 호흡을 맞췄으나, 패스트트랙 국면에서는 김 원내대표와 대립했던 권은희 정책위의장도 이날 회견에 동석했다. 특히 권 의장에게 관심이 쏠린 것은, 권 의장이 김수민·김삼화·신용현 의원과 함께 차기 원내대표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었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 구도는, 손학규 지도부에 대한 강경 반대파인 바른정당계 오신환 의원과 상대적으로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김성식 의원이다. 오 의원은 현 지도부를 "세월호 선장처럼 '가만히 있으라' 말하는 무책임한 지도체제"라고 비난하며 "당선되는 즉시 지도부를 퇴진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반면 김 의원은 "총선 비전을 만드는 것이 현재의 리더십만으로는 되지 않고 뭔가 면모일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통된 생각"이라면서도 혁신위를 통한 "질서 있는 결론", "체계적인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YTN 및 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 의원에 대해 "마치 원내대표 선거가 당 대표를 퇴진시키는 사람을 뽑는 선거인 것처럼 하는 것은 국민들을 두렵게 알지 않는, 당내 문제를 너무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라며 "원내대표가 너무 지도부 퇴진에 몰두하고 앞장서는 역할을 하게 되면 국회·국민에 대한 책임은 소홀히 할 우려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간접 비판했다. 반면 오 의원 역시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재보선에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 여기서 위기감을 안 갖는다는 것은 이 상태로 그냥 머물다가 당이 공중분해 된다는 것"이라며 "절박함"을 강조했다.
김 의원의 지지 기반은 따라서 손 대표와 가까운 호남계와 국민의당계 일부 등이고, 오 의원은 바른정당계와 이태규 의원 등 친안철수계 일부다. 4월 23일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찬성파 대 반대파로 맞붙었을 때의 인적 구성과 비슷한데, 당시는 13대11로 찬성파가 유리했다. 그러나 이후 사보임 논란 때는 권은희 의장 등 4명이 반대파로 돌아섰고, 이에 따라 김 원내대표의 사퇴가 결의된 지난 8일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에는 의원 15명이 서명했다.
때문에 권 의장에게 이날 기자들이 던진 질문은 사실상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가늠해 보기 위한 것이었다. 권 의장은 그간 '15인 의총 소집 요구서'에 서명을 하거나, 최고위원회 공개발언에서 손 대표를 정면 비판하는 등 현 지도부에 비판적 행보를 해왔다.
그러나 권 의장은 이날 한 기자가 '어떤 인물이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고 보느냐'고 묻자 "당의 화합을 주도해야 하고, 강대강 대치 중인 국회를 돌파할 능력, 그리고 원내대표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의원 각자가 추구하는 의정 활동에 대해 충분히 설득하고 소통할 수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원들 전체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답변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어서 '김성식 의원이 혁신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권 의장은 "저는 '손 대표 퇴진'이 당 의원들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라기보다는, 현 지도부가 당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혁신위가 현재 당 리더십의 문제점을 평가·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당의 의견을 모아서 설치되는 혁신위가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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