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음에도 최측근 인사로 불리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을 방문해 조선업 관련 사항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파면당한 정권의 핵심 인사가 미국 정부와 주요 현안을 협의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제기다.
25일(현지시간) 국가안보실은 김태효 1차장이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알렉스 웡 미국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정책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양측은 협의에서 방산 협력과 해양 안보 강화를 위한 조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양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중심이 되어 정부 차원의 협력을 진전시키기로 했다고 국가안보실이 전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번 협의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지난달 6일 방미 협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 이은 후속 조치"라면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관한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후 28일 정부는 한미 양측이 국가안보실과 백악관에 조선업 협력 관련한 정부 업무 조율 작업반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측이 NSC 차원의 워킹그룹을 만든 셈인데, 김 차장의 방미를 계기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파면당한 정권의 핵심 인사가 광범위한 현안 협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29일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김 차장의 방미에 대해 "윤석열 내란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제멋대로 주무르며, 국익보다 사익과 왜곡된 신념에 자아도취된 자가, 대선을 40여 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무슨 이유로 미국을 방문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김태효의 외환죄 혐의와 계엄 당시 수상한 행적, 그리고 내란 혐의로 파면당한 윤석열 부부에게 꽃다발과 현수막을 달아 환영하던 그의 모친 등 모든 정황을 고려해 볼 때, 김태효의 돌발 방미가 석연치 않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러 간 것인가?"라며 "느닷없는 핵 위협 대응 미팅은 핑계고, 한덕수의 대선 출마를 위한 선물꾸러미를 챙기러 간 것은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면 회담의 달인 한덕수의 지령을 받고 미국에 대폭 양보를 하러 간 것인가? 새 정부의 발목은 물론이고, 목까지 조를 수 있는 이면 합의는 안될 말이다. 국익이 아니라 사익과 왜곡된 욕심을 채우기 위한 방미였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미일 양국은 주일미군 기지에 '죽음의 백조' B-1B 전략폭격기를 전진 배치했고, 앞으로 오산 기지에는 F16, 군산기지에는 5세대 전투기인 F35를 새로 배치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태효 차장이 한미일 군사협력의 '대못 박기'를 하러 간 것이라면 더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3월 말 일본이 제안해서 미국도 환영했다는 이른바 '하나의 전장' 구상이 떠오른다면서 "한반도 유사시 일본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정당화하고,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중일마'를 외치던 자가 한 대행과 함께 내란을 지속함으로써 대한민국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미국과 관세 및 무역 문제를 적극적으로 협상하려 하는 의도와 관련해서도 "국내외 위기 상황을 최소화하는 선한 관리자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더 망가뜨리고 있다. 나라의 운명에 해악을 끼치는 독소 같은 그를 '한독소'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며 정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총리가 대권만 바라보다 자칫 국익에 반하는 협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김 의원은 "한덕수 대행은 평생 대한민국의 뒤통수를 때리고, 국익을 넘겨온 매국의 달인임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국정은 물론이고 외교에서 당장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120년 전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같은 야합으로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되는 후퇴를 좌시할 수 없다. 국회가 앞장서서 강대국의 이해가 아닌 국민의 생명과 이익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며 이날 더불어민주당 최민희·고민정·권향엽·박정현·윤건영·이병진·이재강·임미애·장종태·정태호 의원, 조국혁신당 황운하·강경숙·김재원·박은정·백선희·서왕진·신장식·이해민·정춘생 의원, 진보당 윤종오·전종덕·정혜경 등 21명의 의원들과 함께 '대한민국 정부의 대만 유사시 불개입 촉구 결의안'(약칭 '대만 불개입 결의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는 "최근 미국 조야에서는 대만 유사시 한국과 일본의 개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담론이 확산하고 있고, 지난 3월 미·일 국방장관이 한반도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역’으로 통합하자는 구상을 논의한 사실이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며 결의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최근 미국의 전략자산인 B-1B 폭격기가 미 본토에서 주일미군 기지로 직접 이동 배치된 것도 이례적"이라며, "북한과 중국 본토에 근접한 미사와 기지에 전략폭격기가 전진 배치된 것은, 한반도와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얼마나 고조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또다시 대리전의 전초기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명확한 불개입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며 한반도 방어를 목적으로 주둔한 주한미군이 역외 분쟁에 동원되는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미국에 이를 명확히 요구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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