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대화에 찬물…北 행위 경고"

"대북 식량지원 등 외교안보 현안 국한해 여야정 회담 제안"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북한의 연이은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해 "북한의 이런 행위가 계속된다면 대화와 협상 분위기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이날 저녁 KBS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된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서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방식으로 의도를 여러 가지로 해석하게 하고 우려하게 만들어 대화와 협상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 올린 데 대해 문 대통령이 4시간여 만에 즉각적인 경고 메시지를 직접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북한이 이날 발사한 발사체를 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며칠 전 발사는 북한이 동해안에서 자신들 앞바다를 향해 발사했기 때문에 사거리가 비교적 짧았지만, 오늘은 평안북도에서 육지를 넘어 동해로 발사했고, 두 발 중에 한 발은 사거리가 400km를 넘기 때문에 한미 양국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행동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위반이나 남북 군사합의 위반했는지 여부에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겨냥한 것이었다.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문제 삼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 속에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는 표현이 있기 때문에 비록 단거리 미사일이라 할지라도 탄도미사일이면 유엔 안보리 위반 소지도 없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 군사합의 위반 아니냐는 판단도 필요한데, 지난번이나 이번 발사는 비무장지대로부터 일정구역 밖에서 했고, 남북이 기존 무기체계를 발달시키기 위한 시험 발사는 계속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의도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난 데 대해 상당히 불만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미국과 한국에 대한 일종의 시위성 성격이 있지 않나 판단한다"고 했다. 아울러 "비핵화 대화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압박 의도도 있고, 한편으론 조속한 회담을 촉구하는 성격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북한은 계획된 행동으로 보이지만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미사일을) 발사하면 허세를 부리고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행동을 하고 위협적인 표현들을 썼는데, 이번에 북한은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 훈련한 것이라고 '로키'로 발표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발사 방향이나 발사 지역도 미국이나 일본, 한국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북측도 자기 의사를 표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판이 깨지지 않도록 아주 유의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근본적 해법은 북미 간에 조속히 마주 앉는 것"이라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는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지속된 긴장 고조 행위가 대북 식량 지원 문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가동해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식량 지원에 대해 한미 간에 합의를 한 것이 이번 발사 이전인데, 그 후에 또다시 발사했기 때문에 국민들 공감이나 지지, 여야 정치권 사이에 충분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그래서 차제에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회동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패스트트랙 같은 당장 풀기 어려운 문제를 주제로 하기 곤란하다면 식량 지원 문제, 안보 문제에 국한해서 회동을 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식량 지원을 하게 되면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사후 국회에 보고를 해야 한다"며 "패스트트랙 문제 때문에 정국이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데, 그 문제는 별도로 해결하더라도 대북 식량 지원 문제는 대통령과 여야가 함께 모여 협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관해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표했다며 한미 엇박자 논란을 진화한 뒤, 예정대로 이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통화 때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인도적 지원에 '절대적 축복을 한다. 아주 크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서너 번 부탁을 할 정도였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북미 협상을 재개시킬 중재 방안과 관련해선 "북미 양국이 비핵화 대화의 최종 목표에 대해선 완전히 일치를 보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원하는 것이고, 북한은 자신들의 완전한 안전보장을 원한다는 점에는 한국까지도 최종목표에 합의가 돼 있다"고 했다. 다만 "문제는 어느 순간 '짠' 하고 교환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이르는 과정이나 로드맵이 필요한데 이점에서 맞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아직 (북한에) 재촉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제 북한이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대화로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고, 북러 정상회담도 있었던 북한 사정을 감안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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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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