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전쟁 나는 거 아냐? 우리나라는 괜찮은 거야?"
지난 3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소식에 나이 든 분들의 걱정 어린 소리를 한마디씩 들었을 것이다. 한국처럼 전쟁을 겪은 사람들에게 베네수엘라 공습은 남의 나라 일처럼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있어 지정학적 중요성이 큰 까닭에 바다 건너 소식에 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트럼프의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공습하고 선거를 통해 당선된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납치한 사건이 전 세계를 흔들었다. 미국은 공습 이유로 마약 범죄조직과의 연루 의혹을 내걸었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유엔 가입국인 미국이 같은 유엔 가입국인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고 타국의 대통령을 납치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유엔 헌장과 국제인권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침략이 없는 상태에서 타국을 무력으로 공습했기에 정치적 정당성도 없다.
유엔헌장 2조에는 '모든 회원국의 주권평등 원칙에 기초'하며,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 행사를 삼간다'고 명시돼 있다. 주권국가인 베네수엘라의 영토와 정치적 독립을 부인하고 무력행사를 하여 민중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곧바로 이어진 발표에서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장악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베네수엘라의 석유회사는 원래 미국 것"이라 했고, 정권 이양 때까지 운영자금으로 쓰겠다고 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무기한 판매"하고 "판매 수익금은 당분간 미국이 통제하는 은행 계좌로 입금된 뒤 추후 베네수엘라 당국에 배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석유를 중국에 팔지 말라는 것이다.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주권국가에서 자국에서 생산한 물품을 어디에 팔 지는 해당 국가가 정할 일이다. 그런데 현재 백악관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골몰 중이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남미의 석유자원 수탈이 목적이었다.
그린란드까지 넘보는 제국주의 깡패, 트럼프
군사력으로 미국의 전 세계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제국주의 전략을 더 강화하고 노골화한 것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이다. 트럼프는 취임 초인 지난해 그린란드, 캐나다, 파나마에 대한 영토 확보 의사를 표명했고 이는 베네수엘라 침공으로 현실화됐다.
베네수엘라 공습 이후, 미국은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린란드가 미국의 국가안보체제에서 전략적 요충지라며 자국의 필요성만을 피력한다. 백악관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은 CNN 인터뷰에서 "그린란드는 당연히 미국의 영토"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원한다면 이 영토(그린란드)를 점령할 수 있다고 했다. 덴마크가 주민을 위해 한 것이 없다며 1인당 10만 달러를 줄 수도 있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군사력을 통해서든 돈을 통해서든 그린란드를 미국으로 병합시키겠단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덴마크 등 유럽 7개국이 "덴마크와 그린란드 관련 사안을 결정하는 주체는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뿐"이라고 공동성명을 낸 직후에도 미국의 입장은 변함없다.
1945년 합의된 국제질서란 무엇인가
미국의 노골적인 행보는 그동안 불완전하지만 지켜온 국제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유엔(국제연합)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친 후 최소한의 국제평화를 위해 1945년 10월 만들어졌다. 집단학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국제 체제다. 어떤 나라도 타국을 침략할 수 없도록 해 세계대전과 같은 위협은 막자는 합의로 만들어진 것이 유엔이고 유엔헌장이다.
유엔은 1943년 코민테른(제3 인터내셔날)의 해체 이후 이른바 사회주의국가와 자본주의국가를 다 포괄하는 국가 간 체제다. 그리고 소련 해체와 냉전질서 해체 후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탄생했다. 그러하기에 유엔헌장에서도 목적은 국제평화와 안전이며, "평화의 파괴로 이를 우려가 있는 국제적 분쟁이나 사태의 조정·해결을 평화적 수단에 의해, 또한 정의와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실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이라는 국제질서는 제국주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유엔 헌장이 채택될 당시 식민 지배를 받는 나라는 많았으며 유엔이 식민지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속적인 독립투쟁으로 현재 식민 지배를 받는 나라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처럼 78년째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나라도 존재한다. 그린란드처럼 다른 나라의 자치령으로 존재하는 나라도 많다.
이렇게 부족한 기준은 최근 점점 뒤로 가고 있다. 최근 유엔에서 합의한 최소한의 기준은 계속 무너지고 있다. 이미 트럼프 이전에도 미국은 세계 곳곳을 침략해 왔다. 미국의 이라크침공이 대표적이고 작년 6월 이란 지하 핵시설을 공습했다. 무엇보다 2년 넘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지원해 왔다.
7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집단학살로 죽어가는 동안 유엔 안보리 등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가자지구에 대한 집단학살을 옹호해왔던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구 유럽은 여전히 제국주의적 패권을 유지하는 편에 섰다. 국제사법재판소나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관련한 권고가 나왔지만, 아직도 선언에 지나지 않게 됐다.
1945년 최소로 합의한 국제질서는 이미 망가지고 있고, 그 중심에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이 있다. 트럼프 이전인 바이든 정권에서도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돈과 무기를 쏟아부었다. 미국 제국주의는 중동지역에서의 패권을 위해서 앞장섰다. 유럽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 지배와 집단학살을 방조했다. 유엔총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했음에도 실질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 1년 안에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점령을 종식하라는 권고했음에도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했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세력 간 경합 속에서 이스라엘에 아무 제재도 하지 않았다. 심하게 말하면 유엔은 제국주의 질서에 복무하는 바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 트럼프 이전에는 국제기구의 합의를 무시하더라도 국제기구의 언어를 사용해서 제국주의 침략을 했다면, 이제는 국제기준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하면서 마치 자위권을 발동한 것처럼 표현한 일 등이 그 예다.
이러한 유엔의 이러한 한계를 여러 국제인권규약이나 인권 기구로 채우려 했다. 세계인권선언 이후 만들어진 인권 규약이나 특별절차들이 그렇다. 물론 권고적 기능밖에 없지만, 국제인권기준으로 보편적 인권을 확대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은 국제인권규약을 거의 비준하지 않았다. 최근 전 세계적인 백래시(퇴행)은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도 후퇴시키려는 조짐까지 보인다. 여전히 국제인권기준과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는 경합의 장소다.
국제질서의 재편은 제국주의에 맞선 싸움 없이 불가능
트럼프는 최소한의 국제질서의 합의선마저 무시하더니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했다, 유엔 경제사회국, 국제무역센터, 유엔무역개발회의, 유엔 민주주의기금, 유엔기후변화협약 등 유엔산하기구 31개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국제에너지포럼, 세계자연보전연맹 등 총 35개 비 유엔기구에서도 탈퇴하거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도 말했듯이 국제기구가 다 인권적인 기구가 아니다.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같은 경우는 대서양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받는 국제기구다. 사실 그러나 국제기구들은 자본주의국가 간의 합의로 강대국의 패권을 조금이라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라는 점에서, 미국의 국제기구 탈퇴는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는 국제질서로 세계를 재편하겠다는 선포다.
그런 점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식민 지배를 중단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해졌다. '석유자원 수탈하면 말겠지'로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언제든 미국이 원하는 대로 어느 나라든 침략하고 수탈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이란의 반정부시위에 대한 이란의 폭력적 진압에 대해 미국의 공습이 언급되는 것도 비슷하다.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 침공을 용인한다면 제국주의의 탐욕은 또 다른 자원을 가진 나라로 향할 것이다. 중국과 가까이 있는 한국처럼 패권국 간의 경쟁에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있는 나라의 평화는 담보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침공으로부터 확인된 것은 제국주의는 누구의 평화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제국주의의 폭압성은 제국주의 국가 내의 민중들도 억압한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민간인인 르네 굿을 총으로 살해한 사건을 보아라! 트럼프의 제국주의는 파시즘이다. 자신의 입장과 다른 이에 대해서는 무력으로 대응한다. 트럼프와 정부는 정당행위였다며, 르네 굿이 폭력행위를 했던 것처럼 거짓말만 늘어놓았다. 르네 굿의 총격 사망 이후 시위가 거세어지자 미 국토안보부는 진압인력을 추가로 파견하겠다고 했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싸움은 제국주의 질서에 맞선 싸움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권은 일국에서 실현될 수 없기에, 세계인권선언 28조는 인권이 실현될 수 있는 국제질서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제국주의 질서는 인권의 기초인 생명마저 앗아간다. 어느 나라의 사람이든 평등하게 자유와 존엄을 누리려면 제국주의 질서를 해체해야 한다. 모두의 존엄과 인권을 쟁취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민중들의 국제연대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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