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패스트트랙 지정, 이상민의 '뚝심'

한국당 고성 항의 속 사개특위 진행…여야 4당 연대 결실

일명 '공수처'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부패)수사처 설치법 및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이 여야 4당 합의대로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됐다. 당초 합의된 시한인 25일을 나흘 지나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29일 밤 11시께 회의를 열고 공수처 설치법과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안을 의결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은 모두 2개로, 4당 합의안대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같은 당 사개특위 위원인 채이배 의원 이름으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안으로 제출한 안이었다. 이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막판 협상에 따른 것이다. (☞관련 기사 : 패스트트랙 동시 오른 '권은희 공수처안', 무슨 내용?)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회의 원천봉쇄 시도에 이어 고성과 구호 연창으로 회의진행을 방해하려 했으나 민주당 소속 이상민 위원장은 꿋꿋이 의사일정을 진행시켜 결국 30일 자정을 5분여 남겨두고 두 안건을 모두 무기명 표결 끝에 가결시켰다.

사개특위 회의는 개의부터 여야 간의 치열한 수싸움으로 시작됐다. 시작은 숨바꼭질이었다. 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 등 여야 4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들은 민주당 의원총회장인 본청 예결위회의장에 모여 있다가 불시에 이동을 시작했다.

당초 회의장으로 고지된 본청 220호 제5회의장 앞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예정시각인 10시 이전부터 연좌농성을 하며 회의장 진입을 막고 있었다. 여야 4당 사개특위 위원들은 한국당의 저지를 피해 10시 25분께 본청 5층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장으로 이동해 회의를 열고, 회의장을 잡고 난 후에 한국당을 포함한 전체 위원들에게 변경 공지를 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뒤늦게 10시 30분경 회의장 앞에 도착해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고, 45분께 문이 열리고 취재진과 야당 의원들이 입장한 후 10시 50분께 회의가 시작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 시작부터 "좌파 독재! 독재 타도!", "원천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상민 위원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사개특위 회의장 안에 들어와 구호를 같이했고,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자신의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이 불법이라며 발언권을 요구하는 등 회의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오 의원 옆에는 바른미래당 유승민·이혜훈·하태경·지상욱 의원 등이 서서 오 의원을 응원하는 한편, 오 의원 옆에 앉아 있던 같은 당 채이배·임재훈 의원을 압박했다.

백혜련 의원과 채이배 의원이 소란 중에도 가까스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안을 설명했고, 제안설명이 진행되는 중에도 한국당의 고성 항의와 구호는 계속됐다. 결국 이 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이 위원장이 각 당 위원들에게 의사진행발언을 허가하자 한국당은 윤한홍·곽상도·이철규 의원이 나서 이날 회의가 "원천 무효"라는 주장을 반복했고, 민주당·평화당 위원들은 정당한 회의 진행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11시 40분께 의사진행발언을 중단시키고 투표 개시를 선언했고, 투표와 개표를 거쳐 11시 53분께 의사일정 1항 '백혜련 안'이, 1분 후 의사일정 2항 '채이배 안'이 가결됐음을 차례로 선포했다.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들은 환호와 박수로 이 위원장의 가결 선포를 반겼다.

한국당 위원과 의원들은 투표가 진행되면서부터 "나가자, 나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완전 끝났다", "이러니까 날치기지!", "더이상 회의할 가치가 없어!", "독재정권 규탄한다!" 등 날선 말을 쏟아내며 회의장을 떠나거나 위원장석 앞으로 가 항의했고, 회의장 밖에서도 "원천 무효!"를 외치며 연좌시위를 벌였으나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29일 심야 국회 사법개혁특위 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오른쪽)이 이상민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프레시안(곽재훈)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