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윤리위는 1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만약 당사자들이 재심을 요청할 경우 윤리위는 재심을 할 수 있고, 재심이 없거나 기각되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리위 결정을 확정하게 된다.
한국당 당규 11호 '윤리위 규정' 21조는 "(당원에 대한)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로 구분한다"고 정하고 있고, 당원권 정지는 최소 1개월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때문에 내년 총선 공천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당원권 정지 3개월'이나 '경고'는 징계 수위가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다만 현직 최고위 당직자인 김 최고위원의 경우 당원권이 정지되게 되면 당직(최고위원 직)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추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최고위원은 선출직인 만큼 해당 기간(3개월) 동안 최고위원 직무가 정지될 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징계 원인행위가 발생한 시점이 선거일(2.27) 이전이기 때문에 징계를 소급 적용할 경우 전당대회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당원 자격이 정지되면 전대 피선거권도 당연히 박탈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 차원의 해석과 판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윤리위의 이번 판단이 나온 것은 논란의 '5.18 망언' 사태 이후 71일 만이다. 앞서 지난 2월 8일 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이 공동주최한 국회 공청회에서는 북한군 5.18 개입설 등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비하 주장이 나왔다.
특히 주최자로서 공청회에 참석한 이 의원은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말했고, 김 최고위원은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한국당 윤리위는 지난 2월 14일 이 의원에 대해서는 제명 결정을 했으나, 이 처분을 재적 의원 2/3 찬성으로 확정하기 위한 의원총회는 아직 개최하지 않고 있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2월 14일 윤리위에서는 전당대회 후보자 신분이란 이유로 결정이 유보됐었다.
윤리위는 한편 '세월호 망언' 사태와 관련,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에 대한 징계 심의에도 착수했다. 윤리위는 보도자료에서 정 의원과 차 전 의원에 대해 "징계 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 전날인 지난 15일 밤 SNS에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 ""자식 팔아 내 생계 챙긴 것" 등의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정 의원도 16일 오전 "세월호 좀 그만 우려먹으라고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것", "이제 징글징글하다" 등 내용을 '받은 메시지'라며 SNS에 올렸다. 두 사람 모두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두 정치인에 대한 여론의 분노와는 별개로, 한국당 및 보수진영 안팎에서는 동정론이 있다. 차 전 의원이나 정 의원 모두 현재 한국당 비주류인 구(舊) 비박·친이계에 속한다는 미묘한 사정도 있다.
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잘못은 했지만 두 분의 기본적 생각은 '세월호를 더 이상 정쟁에 이용하지 말자'는 게 주인데 내용 자체가 너무 과격하게 나가다 보니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차 전 의원과 어제 전화를 했더니 '사실 과격하게 세긴 셌는데 기본적 생각은 세월호를 더 이상 정쟁에 이용하지 말자'는 뜻이었다고 하더라"라며 또한 "정 의원은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차 전 의원 건이랑은 좀 다르다"고 하기도 했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출신이지만 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해온 정두언 전 의원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 출연해 "과격했다"고 차 전 의원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국민 정서에 안 맞지만 또 그렇게 한 이유가 있다. 차 전 의원 같은 그런 막말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는 그런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원은 "댓글을 보면 차 전 의원 말에 대해 '좋아요'가 '싫어요'보다 더 많다는 것 아니냐"며 "'말은 맞다. 천안함 순국자들과 비교해도 너무하지 않나', '언제까지 해야 하나', '해상 교통사고를 천안함 장병들보다 대우해 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해운회사에 소송해야지 국민 세금으로 보상을 왜 하나' 이런 댓글들이 있다"고 소개하고 "(차 전 의원이) 이런 댓글에 고무돼서 '오버'를 했는데, 제가 볼 때는 그날 밤에 술을 많이 먹고 음주 트윗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다만 "징계는 나오는데 징계가 그렇게 무겁게 나올 것 같지는 않은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라며 "이런 것은 국민 감정에 맞게 징계를 해야 되는데 또 내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국민 평균적 감각을 놓치기 쉽다. 지도자가 그럴 때 굉장히 용단이 필요하고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해 이같은 보수층의 동정 여론이 존재함과는 별개로 당은 엄정한 처분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홍준표 전 대표가 전날 차 전 의원을 옹호한 데 대해 "강성 지지자들, 자유한국당의 강경 우파들이 그런 목소리를 내는데 거기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의원의 지적처럼, 홍 전 대표와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 등 강성 보수층에서는 차 전 의원과 정 의원의 발언을 두둔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당 윤리위와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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