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시민들 함께 '동아시아 평화선언' 발표

"세계가 '적 만들기 게임'에 빠질 때에도 두 나라 시민 힘 합쳐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정치, 종교, 성별, 세대 등을 넘어서는 범국민선언문이 발표되는 가운데, 이에 앞서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한일 시민 동아시아 평화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평화선언은 100년간 두 나라 사이에 드리운 적대의 관계를 넘어서서 새로운 평화 시대로 나아가자는 제언을 담았다. 이를 위해 한일 시민이 3.1운동의 의미를 되짚고, 한일 두 나라 사이에 시민이 주도하는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평화선언은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등지에서 열릴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에서 낭독된다.

▲ 지난 달 18일 저녁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앞에서 드론 100대가 밤하늘에 '3·1절'이라는 글씨를 만들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시민은 평화선언문에서 3.1운동에 관해 "일본제국주의의 가혹한 식민지 통치에 맞서 온 국민이 치열하게 저항한 독립운동"이자 "일본이 동양평화의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한 비폭력적 평화운동"이었다고 정의했다.

이어 두 나라 시민은 3.1운동이 "제2차 세계대전 후에나 가능했던 세계 식민주의의 청산을 (앞장서) 촉구"했으며 "아시아 각국의 독립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세계사적 평화운동으로서 동양평화의 한 원점"이라고 강조했다.

두 나라 시민은 "3.1운동은 시민직접평화혁명의 하나"라며 한국의 촛불집회 역시 그 일환이었고 "일본의 총집결행동실행위원회 역시 아베 정부의 헌법 개악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시민직접평화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두 나라 시민은 동아시아 전체에서 거대 권력에 의한 '적 만들기 전략'이 횡행해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개탄하고, 한일 시민 사회의 힘으로 아시아 평화와 공존을 지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나라 시민은 "시민직접행동과 연대는 아시아 시민사회에 이르는 첩경"이라며 "한일시민의 연대에 의해 화해와 공생, 비핵의 아시아를 장래 세대에 인계하는 '평화의 플랫폼'의 첫걸음을 내딛자"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일 시민 동아시아 평화선언 전문.

3.1운동 100주년 한일시민 평화선언

한일시민은 수천 년을 이웃으로 함께 살아왔고 또 수천 년을 이웃으로 살아가야 할 관계에 있다. 한일 양국은 문화에 대한 상호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고 있으며,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왕래하고 있고 개인과 개인의 관계 또한 넓은 바다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역사적으로 특히 근현대사의 전개과정에서 좋은 이웃이 되지 못했던 사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3.1 운동 100년을 맞이하여 역사의 반성을 토대로 시민 부재의 한일관계에서 시민 주도의 관계로 전환하도록 함께 힘을 다하고 싶다.

3.1 운동은 일본제국주의의 가혹한 식민지 통치에 맞서 온 국민이 치열하게 저항한 독립운동이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 후 세계 평화의 신기운을 흡수하여 동양 평화의 대변자를 자임하면서, 일본이 동양 평화의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한 비폭력적 평화운동이었다. 윌슨 미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가 제1차 세계대전 후 승전국들의 패전국 식민지 분할 지배로 귀결될 때, 제2차 세계대전 후에나 가능했던 세계 식민주의의 청산을 이미 3.1운동은 촉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3.1운동은 아시아 각 국의 독립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 세계사적 평화운동이다. 그런 점에서 3.1운동은 동양 평화의 한 원점이다. 100년 전 3.1 운동 당시 동양 평화를 위해 한국 시민이 내민 손을 일본 시민도 손을 내밀어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역사적인 평화의 기회를 살리고 정착시키고자한다.

한국은 곤란한 상황 중에서 독립하고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고 지금은 평화의 주도권을 잡은 국가로서 발전하고 있는 것을 마음으로부터 축하한다.

전후 한일 양국은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약 등의 소위 '65년 체제'로 국교를 재개했다. 그러나 미국 냉전전략의 일환이었던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을 배경으로 일본의 '식민지 범죄'(전후청산문제)는 사죄와 배상도 없이 봉인되었고, 청구권협정은 남북 분단에 따른 민사적 채권채무정리에 그쳤다. 냉전이 끝난 후에야 식민지 범죄를 인정한 고노담화(93), 무라야마 담화(95), 김대중-오부찌 한일파트너십 선언(1998), 간 나오토 담화(2000)가 나왔으나 한 번도 국회 결의를 거치지 못했고 관련입법조처도 이루지 못했다. 민주화가 진행된 후에야 한국은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등 전후 청산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아베 정권은 다시 후진하여 이미 65년의 청구권협정으로 다 해결되었다는 구태의연한 입장을 되풀이 하며 한국 정부를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여전히 식민지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냉전형 '65년 체제'에 갇혀 갈등하고 신음하고 있다.

냉전이 끝나고 시민 사회가 성숙한 현 단계에는 새로운 시민적 체제로 진화해야 한다. 지난 2010년 한일지식인 각 500인씩 총 1000인(그중 약 2/3이 역사학자)이 과거 식민지화 과정의 '한일합방' 등이 군사적 강압에 의한 폭력적인 것이었고, 한국 황제의 서명을 끝내 받지 못해 처음부터 불법 무효라는 공동성명이 있었다. 이 공동성명에 대한 중국역사학자 400인의 지지성명도 있었다. 우리는 다시 그 간의 한일 시민 공동성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 한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 인식 위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우리의 실천을 전개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국제 사회는 나치스 독일과 일본군국주의에 의한 대규모 인권 침해의 경험을 기초로 1948년 세계인권선언을 하였다. 인권 중심의 입장에서 인권유린의 과거사 청산을 다시 조명하고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등의 현안 문제도 인권 문제로 접근하면 문제 해결의 길이 의외로 가까이 있다고 믿는다. 식민지 지배에 의하여 고난을 받은 재일 한국, 조선인은 해방 후 모국과 일본 사이의 다리역할을 하며 공생사회 실현에 공헌해 왔다.

한국의 헌법은 3.1 운동 정신과 4.19 민주 운동, 6.10 항쟁 정신을 기초로 민주공화제를 지향하고 있으며 일본의 헌법은 '제 침략전쟁의 반성, 전쟁포기, 전력(戰力) 포기, 국가의 교전권 불인정'을 명기하고 있다. 일본의 헌법 제9조는 "무력에 의한 평화"보다 우월한 현실적인 안전보장책이다. 결국 양국의 두 헌법은 표리관계에 있으며, 특히 일본의 평화헌법은 동아시아 평화의 전제 중 하나이다. 일본의 비핵화, 몽골의 비핵화에 이은 남북한비핵화가 실현되면 중·러의 동북아지대 비핵화 요구의 근거가 된다. 결국 동북아 비핵지대화 실현의 기반이 될 것이며, 이미 확립된 동남아의 비핵지대화와 연결시키면 동아시아 비핵지대화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평화헌법 9조를 없앨 것이 아니라 '핵 없는 세계'가 될 때까지 9조의 세계화를 전진시켜야 한다. 만일 아베정권에 의해 평화헌법의 개악이 이루어진다면 동북아 군비확산의 악순환, 동북아 핵확산지대와 적대적 공생 등 파멸적 대결의 구체제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아시아 국가 간 혹은 정부 간의 교류 협력을 기대하고 있으나, 국가 간 혹은 정부 간 협력에만 맡겨 둘 수만은 없다. 시민의 투표로 정부가 구성되어 정부가 시민의 뜻을 반영해주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있지만, 거대 권력은 거대 자본, 제도언론과 결탁하여 외부에 적을 만들어 시민에게 권력의 뜻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역류현상이 세계도처에서 일어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남·북간, 일·중간, 일·북간, 한·일간 '적 만들기' 게임이 빈번히 발생하여, 적대적 상호의존관계로 각국의 수구적 정치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아베정권은 국내외 23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군국주의 일본을 '아름다운 일본'이라 미화하고, 소위 수정주의 사관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평화헌법개악 드라이브로 국민을 역사 민족주의, 영토 민족주의, 안보 민족주의의 포로로 만들고 있다. 일본의 수구세력은 적 만들기 게임으로 자신의 존재 정당성을 확보하려하며 '상대의 악마 만들기' 게임에 몰입하여 혐오 발언 대국으로 만들고 있다.

동아시아는 일본의 고도성장, 한국, 대만 등의 고도성장, 중국의 고도성장, 그리고 지금 동남아 제국의 고도성장이 연이어 지속되면서 시민 사회가 성장하고 있다. 시민사회가 성장하여 교류 협력을 심화 확대하면 고대문명의 아시아, 황색인종의 아시아, 지리적 아시아를 넘어 시민 아시아 시대가 열릴 것이다. 시민아시아(Civil Asia)는 노동 중심의 Social Asia, 국민 이전의 자유인 문민통제(Civilian Control), 그리고 신문명(Civilization)의 '깨어있는 아시아(Asia of the Living)'를 지향하는 비전이다.

아시아의 시민사회화 혹은 민주주의화가 지연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과대 성장국가의 적 만들기 전략에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깨어 있는 시민 간의 연대와 친구 되기의 노력이 확대되어야 한다. 한일 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깨어있는 시민간의 연대와 친구 되기의 확대가 동아시아 평화로 가는 길이다.

한국의 3.1운동은 시민직접평화혁명의 하나이다. 최근의 촛불시민항쟁도 시민직접평화혁명의 하나이다. 그간의 평화론은 시민이 대의제로 정부를 구성하여 평화외교를 하는 시민간접평화의 방식이다. 오늘날 UN도 그 연장 선위에 있다. 베를린 장벽을 깬 것은 동독정부도 UN도 아닌 동독시민의 직접적 행동이었다. "우리가 바로 그 국민이다"(Wir sind das Volk)라고 외친 시민직접혁명이다. 한국의 촛불시민항쟁이 북한과 한국의 대결구도를 바꾸었고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화해시대의 물꼬가 터지도록 하였다.

일본의 총집결행동실행위원회 역시 아베정부의 헌법개악시도를 저지하기 위하여 시민직접평화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3.1운동-촛불혁명과 성격을 같이 한다. 촛불혁명을 주도한 한국의 단체와 일본의 '9조의 회' '총행동실행위원회', '전후보상문제 반핵과 탈원전 등을 추진하는 단체의 연대'가 진행되어 왔다. 시민직접행동과 연대는 아시아 시민사회 (Civil Asia)에 이르는 첩경이다. 한일시민의 연대에 의하여 화해와 공생 비핵의 아시아를 장래 세대에 인계하는 '평화의 플랫폼'의 첫걸음을 내디딜 것을 여기에 공동으로 선언한다.

3.1운동 100년 한일시민평화선언


□ 일본측 제안자
                    

〇 小森陽一  東京大学教授、「九条の会」事務局長
〇 高田 健  戦争させない・9条壊すな!総がかり行動実行委員会共同代表
〇 福山 真劫
 日本自治団体労働組合(自治労)副代表、「平和・人権・環境」共同代表
戦争させない・9条壊すな!総がかり行動実行委員会共同代表
〇 小田川義和
  全国労働組合総連合(全労連)議長
戦争させない・9条壊すな!総がかり行動実行委員会共同代表
〇 内田 雅敏  
日本弁護士連合会憲法委員会幹事
花岡事件、香港軍票問題等戦後補償裁判弁護団
〇 有光 健     戦後補償ネットワーク代表
〇 矢野 秀喜   過去清算日韓共同行動 事務局長
〇 土井とみえ   脱原発をめざす女たちの会
〇 菱山南帆子  戦争させない・9条壊すな!総がかり行動実行委員会
〇 清水雅彦  日体大教授、憲法学
〇 川崎哲    ICAN国際運営委員・ピースボート共同代表
〇 田中宏    一橋大学名誉教授
〇 内海愛子   大阪経済法科大学アジア太平洋研究センター特任教授
〇 前田朗    造形大学教授
〇 小田川 興  在韓被爆者問題市民会議代表、元朝日新聞ソウル支局長
〇 김성제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 사무총장
〇 神﨑清一 日本YMCA同盟 総主事(常勤)



□ 한국인 제안자

〇 김흥수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〇 이홍정 한국교회협의회 (NCCK) 총무
〇 한영수 한국YWCA 연합회 회장
〇 윤순철 경제정의실실천연합 사무총장
〇 김경민 시민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〇 김영호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명예회장
〇 김용복 한신대학교 석좌교수
〇 신대균 한국기독학생총연맹(KSCF)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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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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