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쓰기만 바뀌어도 직장인 삶이 바뀐다"

[프레시안 books] 백승권의 <보고서의 법칙>

'보고서 쓰기'는 대한민국 수많은 직장인들 뿐 아니라 사업 계획서나 제안서 등을 써야 하는 사업가에게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대다수 직장인 입장에서 '장롱 면허'에 가까운 영어 교육을 위해선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도, 평소 업무의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글쓰기(보고서 작성)은 정작 가르쳐주는 사람도, 배우려는 의지도 없다. 그저 각자 알아서 한줄 썼다 지우고 다시 한줄 썼다 지우고를 반복하며, 밤을 새워가며 써야하는 것이 보고서라고 생각한다.

▲ <보고서의 법칙>, 백승권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매해 평균 200회, 800시간 이상 '보고서 쓰기'를 포함한 실용 글쓰기 강의를 하는 백승권 (주)커뮤니케이션컨설팅엔클리닉 대표는 "보고서 쓰기는 조직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직장인 모두 보고서를 잘 쓸 수 없지만, 모두 잘 써야만 합니다. 일견 모순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해법은 여기에 있습니다. '잘 쓸 수 있다'는 것은 개인 차원의 능력이지만 '잘 써야만 한다'는 것은 조직 차원의 당위입니다. 따라서 보고서 문제는 개인에게 맡기지 말고 조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조직 차원에서 해법과 시스템을 만들면 개인 능력이 한계를 뛰어넘어 누구나 일정 수준의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백 대표는 책 <보고서의 법칙>(백승권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에 이런 '조직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비결을 담았다. 보고서는 학교에서 국어 교육을 통해 배운 '예술적 글쓰기'가 아닌 명백한 법칙과 매뉴얼이 있는 '루틴'한 글쓰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백 대표는 보고서 쓰기의 조직적 접근 작업의 시초를 연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고 말한다.

"2005년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보고서 품질향상 연구팀'을 만들어 6개월여의 작업 끝에 <보고서 작성 매뉴얼>을 만듭니다. 2008년 정권 교체로 모든 것이 뒤바뀔 때도 이 매뉴얼은 꿋꿋하게 살아남아 청와대를 넘어 중앙 부처에까지 확산됐습니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기업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의 책 <보고서의 법칙>은 노무현 정부에서 했던 보고서의 매뉴얼 작업을 이어 받아 우리 나라 보고서 문화의 혁신을 목적으로 한다. 백 대표는 2010년 '프레시안 글쓰기 학교'에서 '실용 글쓰기' 강의를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비즈니스 라이팅 강의를 한 실용 글쓰기의 대가다. 그런 그가 현장에서 직장인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면서 업그레이드 한 보고서 작성의 법칙과 매뉴얼을 집대성한 책이다. "보고서 작성을 위한 쓸모 있는 도구로 가득 차 있다"는 저자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보고서의 법칙>은 앞부터 천천히 읽어나가도 좋지만, 언제든 필요한 부분을 얼른 펼쳐 보고 곧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실용서다. 이 책의 4장 '보고서 종류별 작성 요령'에는 기안서, 품의서, 공문, 기획보고서, 행사기획보고서, 상황보고서, 결과보고서, 요약보고서, 자료요약보고서, 회의보고서 등 보고서의 종류별로 작성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백 대표는 보고서 쓰기와 관련해 글쓰기와 관련한 "착각과 오해에서 벗어나는 것이 보고서 작성의 출발선"이라고 강조한다.

"직장인에게 필요한 것은 문학 글쓰기가 아니라 업무 글쓰기입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글쓰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글쓰기입니다. 보고서의 길에는 다행스럽게 분명한 답이 있습니다.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 결국 보고서 작성법은 선택하고 요약하고 배열하고 표현하는 기술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선택-요약-배열-표현의 기술만 익힌다면 머릿속이 하애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 컴퓨터로 보고서를 쓰는 시대에는 한 줄을 쓰지 못했다고 글쓰기를 멈출 필요가 없습니다. 굳이 다음의 한 줄을 이으려 애쓰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내용의 블록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쓰기 용이한 것부터 블록을 만들다 보면 좀 전에 잘 풀리지 않았던 블록의 한 줄이 떠오릅니다. (...) 이것이 비주얼 싱킹입니다."

백 대표는 보고서 쓰기의 첫걸음으로서 글쓰기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난 뒤 좋은 보고서를 완성하는 '6가지 패턴'만 익히면 누구나 보고서를 잘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보고서 쓰기에 대한 대한민국 500만 직장인들의 고충만 해결돼도 "직장인의 삶이, 사회 전체가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 '좋은 보고서'를 완성하는 6가지 패턴. ⓒ바다출판사 블로그


생각해보면 보고서 쓰기가 쉬워지는 것은 보고서 작성자들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다. 보고서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의사결정권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더 나아가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좋은 결정을 내리면 그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문서를 기반으로 소통과 의사 결정을 하는 조직은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적 기관의 경우, 문서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따지는 것이 가능해진다. 민주적인 리더일수록 보고서(기록) 작성을 중시한 반면 독재자들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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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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