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심복에게 '수상한 변호비' 16억 원 전달

[프레시안-셜록-뉴스타파 공동보도] 수사가 필요한 수상한 현금들

지난 9월 8일,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이 느닷없이 주말 임원회의를 소집했다. 회사 건물에 있는 커피숍에 임00 법무대표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임원이 모였다. 9월 3일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사무실에 이어, 7일 양 회장 자택도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당한 직후였다.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시종일관 계속됐다. 양 회장은 임원들에게 이후 대책을 물었고, 뮤레카 김모 대표가 조심스레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매각’을 제안했다. 양 회장은 “절대 팔지 않겠다”며 화를 냈다. 그러면서 자리에 없던 임 대표를 언급했다.
"임 대표가 내게 (수사를 피해) 외국으로 가랬는데, 이제는 임 대표가 외국으로 가야 하지 않겠어요?"
비꼬는 말투였다. 양 회장은 무슨 소리인지 몰라 의아해하는 임원들에게 "지난 8월 한 달 동안 임 대표가 수억 원의 현금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돈을 건넸는데도 경찰 압수수색을 막지 못한 것을 질타하는 발언이었다.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7월 2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이후, 양 회장은 경찰 수사를 피해 캄보디아로 도피성 해외출장을 떠났다. 이를 권유한 것은 임 대표였다. 임 대표는 "해외에 가 계시면 내가 사태를 수습해보겠다"는 취지로 양 회장을 설득했다고 한다. 그런 임 대표가 되레 외국으로 가야 한다는 양 회장의 발언은 사실상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양 회장이 임 대표에게 줬다는 돈은 대체 어디에서 왔으며, 또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갔을까?

ⓒ연합뉴스

지난 8월 임모 대표가 가져간 현금 2억2000만 원
복수의 회사 직원들 말을 종합해 보면, 임 대표가 양 회장에게 가져간 돈은 2억2000만 원이다. 모두 현금이었고 회삿돈이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직후 2000만 원을 가져갔고, 8월 중순께 또다시 2억 원을 가져갔다.
취재진은 최근 임 대표를 만나 사실관계를 물었다. 임 대표는 양 회장에게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양 회장의 변호사 비용, 특히 A교수 집단폭행교사 사건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검찰과 경찰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는지"를 묻자, 임 대표는 완강히 부인했다. 취재진이 의심한 '그림자 변호'는 사건 수임계를 내지 않고 검찰과 경찰에 로비하는 것을 말한다.

"모두 양 회장을 위한 변호사 선임 등에 썼습니다. 계약서도 있어요. 소위 말하는 ‘그림자 변호'에 쓴 일은 절대 없습니다. 통상적인 변호사 비용보다 커서 의심하는 모양인데, 성공보수까지 (양 회장에게서) 한꺼번에 받았기 때문에 금액이 좀 컸던 겁니다. (사건이 진행 중이기에) 성공보수는 아직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선지급하고 남은 돈은 내가 보관 중입니다." 양진호 회사 임모 대표

하지만 '그림자 변호'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임 대표는 계약을 맺은 변호사가 누구인지는 묻는 말에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임 대표가 직접 언급한,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사 성공보수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
'수표깡'으로 만든 현금으로 변호사 선임했다?
임 대표의 주장을 믿어준다 해도, 그가 왜 현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불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임 대표가 경찰의 압수수색(9월 4일) 전인 8월 한 달 동안 들고 나간 현금 2억2000만 원은 모두 회삿돈이었다. 게다가 그간 양진호 회장의 회사는 변호사들과 자문계약을 맺을 때마다 모두 회사 계좌를 통해 자금을 이체했다. 변호사와 거액의 돈을 현금으로 주고받는 일따위는 없었다. 현금으로 임 대표에게 나간 ‘변호사 비용’의 용처에 의심이 가는 이유다.
현금 2억2000만 원이 만들어진 배경도 의심스럽다. 취재진이 만난 복수의 회사 직원들은 임 대표가 가져간 현금이 대부분 '수표깡'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증언했다. 수표로 가전제품 등 상품을 산 뒤, 이를 중고시장에 현금으로 되팔아 현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돈은 꼬리표가 없는 비자금으로 변신했다. 취재 중 만난 회사의 직원들은 "정상적인 변호사 비용이라면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2억2000만 원을 정상적으로 변호사비로 썼다면 수표로 그냥 주면 됩니다. 하지만 양 회장과 임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회계팀에서 '수표깡'으로 현금을 만든 뒤 가져다 썼습니다. 회계 담당자가 '(양 회장이) 임 대표에게 현금을 주라고 해서 미치겠다'고 말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당시 회사에는 그렇게 큰 현금이 없었습니다." 위디스크 전 직원 A씨

위디스크 직원 A씨는 "임 대표가 가져간 2억2000만 원은 (양 회장이) 급히 필요하다고 해서 수수료를 더 주고 만든 돈이었다"고 말했다. "회계 담당자가 임 대표를 직접 만나 그의 차 트렁크에 넣어줬고, 이후 양 회장에게 '잘 전달했습니다'라고 보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수표깡 현장에 직접 간 적도 있습니다. 회계 담당자와 제2롯데월드 근처 호텔에서 정장 입은 남성에게 수표를 주고 돌아왔습니다." 위디스크 직원 A 씨
"경찰 수사 때 경찰 지휘 라인과 친한 변호사 선임"
양 회장이 회사 계좌나 수표 등으로 처리한 변호사 비용은 상당한 규모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이후, 양 회장은 경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변호사와 자문계약을 맺었다. 회사 고문법인인 법무법인 OO에 5000만 원, B변호사에게 6000만 원, C변호사에게 5000만 원, D변호사에게 2000만 원을 주고 각각 자문계약을 맺었다.
B변호사와 C변호사는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담당했고, D변호사는 뮤레카를 담당했다. D변호사는 임 대표의 친구로 알려져 있다.
겉으로는 모두 정상적인 계약이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특히 B변호사와 맺은 자문계약에는 수상한 점이 많았다.

일단 경찰 출신인 B변호사는 양 회장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고위인사와 잘 아는 사이였다. "고향이 같아 경찰에 있을 때부터 친했다"는 말도 나온다. 만약 양 회장이 경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면, 최적의 변호사를 찾은 셈이다. 게다가 양진호 회사 임직원들은 계약 당시부터 B변호사의 역할을 몰랐다. 그러고도 자문계약을 맺고 돈을 보냈다. 모두 양 회장의 지시였다. 양진호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공익신고자는 이 대목에서 의혹을 제기했다.

"법무팀 직원들도 B 변호사와 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수사과정에서 B변호사를 본 적이 없습니다. 변호사가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정상적인 변호사 선임으로 보기 힘든 이유입니다." 공익신고자

B변호사의 영입 이유가 '양진호 회장을 위한 그림자 변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양 회장이 자신의 이혼 소송에 막 판사복을 벗고 나온 최유정 전 부장판사를 수억 원의 수임료를 주고 선임, 결국 승소한 사실까지 겹쳐 보면 의심은 더욱 커진다.

취재진은 B변호사에게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그는 완강히 부인했다. "수사를 맡은 경찰 고위급 인사와 친분이 있는 건 맞지만, 청탁은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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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 대표가 받아간 돈은 총 16억여 원, 사라진 13억 원의 행방은?

그렇다면 양 회장이 사건 해결을 위해 쓴 수상한 자금은 임 대표가 받아간 2억2000만 원이 전부일까? 취재과정에서 두 건의 수상한 돈 흐름이 추가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양 회장은 <뉴스타파>와 <셜록>의 보도를 앞두고 평소 자신이 거래하던 침향박물관과 3억 원대 자금을 주고받았다. 양 회장이 그 동안 사들인 침향을 넘기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 양 회장이 침향박물관장에게 먼저 침향을 팔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임 대표를 시켜 3억 원을 받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양 회장은 돈은 받고 침향은 넘기지 않았다.
양 회장은 구속된(11월 9일) 이후에도 현금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보유하던 주식을 처분해 10억 원대 현금을 손에 쥐었다. 양진호 회사의 한 직원은 "그 중 11억 원이 회계팀 김모 이사를 통해 법무팀 임 대표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관련해서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그 돈은 전달됐다"며 이러한 사실을 부인했다.
이로써 지난 9월 소위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된 이후, 양 회장이 자기 회사의 법률대표 임모 씨 등에게 전달한 자금은 16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 이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최근 경찰은 임 대표의 차량을 압수수색해 차 안에서 3억5000만 원어치 현금다발을 발견했다. 하지만 나머지 자금 13억 원가량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임 대표는 "양 회장에게 받은 돈을 모두 양 회장을 위한 변호사 비용으로 썼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양진호 회사가 쓴 법률비용은 이 16억 원과는 분명히 별개의 돈이기 때문이다.
양진호 회사의 회사 직원들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이후 곧바로 경찰 압수수색이 들어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압수수색은 한 달 이상 늦춰졌다. 양 회장이 체포된 건 또 두 달이 지나 <뉴스타파>와 <셜록>이 폭행영상을 공개한 뒤였다. 앞뒤 정황을 살펴볼 때, 수사가 늦어진 건 분명해 보인다. 혹시 '지연된 수사'와 16억 원간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 수사기관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관련해서 경찰 측은 "이미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이전부터 '웹하드 카르텔'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며 "그렇기에 <그알>이 방영된 지 한달이 지난 뒤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셜록>-<뉴스타파> 공동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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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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