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빠진 자유무역 '왕좌' 자리 등극?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세계 '공장'에서 '시장'으로 변모한 중국

지난 11월 10일부터 6일동안 상하이(上海)에서 열렸던 국제수입박람회(国际进口博会)가 막을 내렸다. 이번 박람회는 여러모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우선 지금까지 중국에서 '수입'을 테마로 박람회가 개최된 전례가 없었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직접 주도하다보니 그 규모에 있어서도 여타 박람회와 비교할 수 없이 성대하고 길게 치러졌다.

이번 박람회는 중미 간 무역 갈등으로 대외 분위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박람회 폐막식 다음날인 11일에 진행된 '슈앙스이(双十一)'행사와 맞물려 중국이 세계 공장에서 세계 시장으로 변모한 위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람회는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해 5월 일대일로(一带一路) 고위층 포럼에서 개최의사를 밝히면서 추진됐다. 시 주석은 박람회 개막식에서 중국의 대외개방을 한껏 강조했다. 중국은 수입품의 시장 진입 장벽을 지속적으로 완화해 갈 것이며, 기업하기 좋은 글로벌 경영환경 조성을 천명하며 무역자유화의 기치를 내걸었다.

여전히 보호무역을 내세우는 미국과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중국의 무역갈등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박람회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하지만 시장으로서 중국의 미래 수요와 세계 수입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중국의 자구적 노력의 관점에서 이번 박람회는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세계 공장에서 시장으로 변모한 중국

이번 박람회에는 약 172개 국가, 지역 및 국제기구에서 3600개에 이르는 기업이 참여했으며 40만 명이 넘는 국내외 수입상들이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했다. 중미 무역갈등으로 인해 애초 일대일로 연선국가들과의 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본, 호주, 독일 이탈리아 등 경제 선진국도 대거 참여했다.

심지어 중국의 인터넷 차단 정책으로 중국에서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 하고 있는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기업들도 부스를 차렸다. 양국 간 갈등이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열망을 막지는 못한듯하다. 우리 기업들도 화장품, 생활용품, 농수산식품, 생활가전 등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박람회에서는 중국인의 미래 소비가치 분야가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향후 중국의 인기 수입품목을 엿볼 수 있었다. 중국 관영매체인 CCTV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기, 의약품 및 건강식품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인공지능(AI) 및 첨단산업, 식품 및 농산품이 그 뒤를 이었다.

조사 결과를 미루어 보면 중국의 소비패턴이 몇 년 전과는 확실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의료 및 식품분야에 대한 관심은 중국인들의 건강한 삶에 대한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대변하는 동시에, 수준 높은 생활을 향유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및 첨단산업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최근 중국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스캔만으로 소비가 가능한 사회적 분위기를 대변하기도 한다.

이번 박람회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중 수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소재 및 중간재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인공지능 및 첨단산업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산업 자동화 기계 분야의 대형 일본기업들이 첨단 로봇을 가지고 앞다퉈 박람회에 참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나마 우리 중소기업들의 화장품, 식품 분야 제품 및 서비스가 많은 호응을 얻어 어느 정도의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들 분야는 이미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분야로, 이번 박람회를 통해 새롭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어느 정도 개척했는지는 다시 평가해 볼 문제다.

다양한 편리화 조치 파격 실시

국제수입박람회는 국내외 기업에게는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고 새로운 제품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면, 중국 정부에게는 제도측면에서 비즈니스 환경개선을 위한 도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국인민대표는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그간 여러 박람회 및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겪었던 제품 및 서비스 수출입 통관의 어려움을 지적한 바 있다. 전시품이 출‧입경하기 위해서는 세관(海关), 품질검사(质检), 상품검사(商检) 등 10개 넘는 관련 정부 부문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의 박람회 관리 방식으로 수입 박람회를 진행할 경우 통관처리 기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효율도 떨어지므로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해관총서(海关总署)는 2018년 6월 '2018년 중국국제수입박람회 해관 통관 준칙(2018年首届中国国际进口博览会海关通关须知)'과 '해관 2018년 중국국제수입박람회 편리화 조치 지원(海关支持2018年首届中国国际进口博览会便利措施)'에 관한 문건을 발표했다. 본 문건 상 통관 편리화 조치의 핵심은 기존 7일이 걸리던 통관 시간을 3시간 이내로 줄이는 등 통관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한 주요 조치로 우선, 박람회 참관 기업 및 직원을 위한 전문 창구를 마련하여 신고, 검사, 샘플검사, 검측 등 해관 관련 절차가 지체없이 진행하도록 했다. 또한 아타카르네(ATA Carnet), 즉 무관세임시통관 유효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했다. 따라서 박람회가 끝나도 전시품들이 중국에 계속 머물면서 전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했다.

한편, 전시품에 대해서는 국가 컨벤션 센터(상하이) 유한책임회사가 총담보(总担保)를 해관에 일괄 제공해 기업의 경제적 비용부담을 줄였다. 이외에도 심사비준 절차 간소화, 검역간소화, 출입경절차 간소화 등 20여 개의 편리화 조치가 실시됐다. 이번 박람회 참가 제품은 아마도 중국 개혁개방 이래 최대 통관편리를 누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국제수입박람국 부국장 류푸쉐(刘福学)는 CCTV와 인터뷰에서 이번 박람회는 중국 시장에 대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이를 개혁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또 다른 의미를 찾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중국에 수요가 있고 시장이 있지만 절차가 매우 복잡하여 시장 진입이 불가능하거나, 적시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장벽 때문이라 지적했다. 이번 박람회는 이러한 시장 진입의 장애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시험의 장으로 활용된 것이다.

중국은 이제 우리가 한번 쯤 도전해 볼만한 시장이 아니라, 세계 유수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 됐다. 한층 더 개방되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 시장의 트렌드 분석은 물론이고, 전략적 동반자로서 어떻게 중국과 협력하고 상생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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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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