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른, 협치 실무회담 보이콧…"정부 반성이 먼저"

조명래 임명 반발…김성태 "칼자루 쥔 사람이 달라져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여야정 상설협의체 후속 논의를 위한 실무협상을 거부하겠다고 12일 밝혔다. 3당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모여 회동을 가진 지 불과 서너 시간 만이다. 일주일 전인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첫 번째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가동하며 신호탄을 쏘아올린 '협치'가 난항에 빠질지 주목된다.

한국당 윤재옥, 바른미래당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나란히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정부·여당이 협치를 위한 준비와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정부와 민주당의 반성과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되기 전까지는 협상 참여를 보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두 야당이 '협치 자세가 아니다'라고 문제삼은 것은, 지난 9일 발표된 경제부총리 및 청와대 정책실장 인사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이다. 이들은 "지난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통해 야당 원내대표들은 대통령에게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는 경제정책으로의 방향 조정'과 경제사령탑 인사에 대해 정중히 고언을 드렸고, 조명래 후보자와 관련해서도 청문보고서 없는 임명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드렸다"며 "그러나 이런 정중한 고언에도 불구하고, 지난 9일 김수현 실장과 홍남기 후보자를 새로운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내정했고 조 후보자도 환경부 장관에 임명했다"고 지적했다.

두 야당은 "야당의 정중한 요청에도 대통령이 행한 이번 인사는 협치를 강조하는 말과는 반대되는 조치"라며 "이번 인사로 국회 예산 심사는 사실상 무력화됐으며 국회 인사청문제도를 유명무실하게 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결국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소통과 협치의 자리가 아닌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두 야당은 '정부 여당의 책임 있는 조치'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윤 수석부대표는 실무협상 복귀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이라기보다는 협치의 근본적 정신이 회복돼야 한다"며 "여야 간 신뢰를 갖고 상설협의체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거나 그 정도의 입장 변화가 있다고 판단될 때" 복귀가 가능하다고 했다. 유의동 수석부대표도 "앞서서 (여당 측과) 많은 얘기를 나눈 게 있으니 심각한 고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두 야당의 실무협상 보이콧으로 인해 예산 및 법안 심사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윤 수석부대표는 "쟁점 없는 법안은 굳이 야당이 발목을 잡을 생각이 없으나, 여야 간 논의와 타협이 있어야 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고는 논의가 어렵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보다는 온건한 입장에서 "저희가 보류하기로 한 것은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논의한 구체적 사항에 대한 실무협의"라며 "그것(법안·예산)은 좀 떼어놓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유의동 수석부대표)라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사실상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 내용 자체가 '소상공인·자영업자·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법안처리 및 예산 반영', '규제 혁신 및 신산업 육성 법안 처리', '출산·육아 지원 예산 확대' 등 정기국회에서 다뤄야 할 예산·법안의 핵심 내용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

이날 오전 있었던 3당 원내대표 회동 결과도 야당의 강경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원론적 합의에 그쳤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만난 회동에서는 △2019년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에 처리하기로 최대한 노력하고 △일명 '윤창호법' 등 무쟁점 법안을 정기국회 내 처리하며 △정개특위를 통한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 협조하고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추천을 조속히 완료하기로 하는 등 6개 항의 합의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회동장에서도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무신불립(無信不立)을 말했지만 여야정 협의체가 5일 만에 (조명래)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며 "칼자루를 쥔 사람이 달라져야 한다"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조명래 장관 임명에 대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7번째 장관이 임명됐다"며 "여야 원내대표 협상 때 장관 임명 강행이 계속되는 것을 개선하자고 합의했는데도 강행한 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또 "예산안을 심의해 달라고 해놓고 주무부처 장관을 경질하는 경우를 봤느냐"며 "전장에서 장수 목을 빼놓고 싸우는 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체 우선순위는 장하성 정책실장이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이에 "야당에서 바꾸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제 와서 순서가 틀렸다고 하는데 어쩌라는 것이냐"고 맞받으면서 여야 간 설전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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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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