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6억 짜리 집, 64억에 거래...엉망진창 공시가격

정동영 의원 "서민 주택과 강남·재벌저택의 세금기준이 다르다"

주택 가격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별다른 기준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강남4구의 고급주택, 그리고 대형건물들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강북지역 등 서민들이 사는 지역 주택의 공시가격은 시세반영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평화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감정원 국정감사에서 “엉터리 공시지가 문제가 많다"며 "서민들이 가진 30평 주택은 거래가의 80%를 세금기준으로 하는데, 재벌저택은 25%를 세금 매기고, 대형빌딩은 가격의 45%를 세금 기준을 삼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시세가 64억 원인 강남구 역삼동의 단독주택이 공시지가로는 겨우 16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반영률이 25%에 불과한 셈이다. 이러한 공시지가의 비현실성은 유독 강남4구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강북구 미아동의 1억 원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95%였지만 지난해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지역에서 거래된 50억 원 이상 단독주택 11곳의 시세 반영률은 38%에 불과했다.

송파구 방이동에서 52억 원에 거래된 단독주택도 공시가격은 17억7000만 원으로 시세 반영률이 34%였다. 서초구 방배동의 공시가격 33억8000만 원 단독주택도 78억 원에 거래됐다.

강남4구 뿐 아니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등 재벌회장과 영화배우 배용준, 이민호 등 연예인이 사는 성북구 성북동 330번지 단독주택의 경우도 공시가격이 실제 거래가격의 41%만 반영됐다.

대형건물도 마찬가지였다. 정 의원이 경실련과 함께 2017년 1월 이후 매매된 서울의 2000억 원 이상 대형 빌딩의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이들 건물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44.9%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건물의 매각총액은 4조1363억 원이지만 공시가격은 1조8567억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높은 실거래가를 기록한 건물은 부영이 매입한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사옥으로 8932억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이 건물의 공시가격은 4416억 원으로 실거래가의 49.4%에 불과했다. 두 번째로 비싸게 팔린 중구 수표동 시그니처타워 역시 매각액은 7260억 원이지만 공시가격은 3306억 원으로 시세반영률이 45.5%로 나타났다.
시세반영률이 가장 낮은 건물은 24.9%를 나타낸 종로구 더케이트윈타워로 매매가격은 7132억 원이었으나 공시가격은 1778억 원에 불과했다. 반영률이 가장 높은 건물은 중구 삼성화재 을지로 본관으로 실거래가 4380억 원, 공시가격 2767억 원으로 이 역시도 시세반영률이 63.2%에 불과했다.

정 의원은 이러한 원인을 두고 한국감정원의 시스템을 지목했다. 현재 감정원은 주택 공시가격을 조사 및 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검증까지 하고 있다.

정 의원은 "보유세 등 세금 부과기준이 되는 현재 공시가격이 과연 정확성과 공정성을 실현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든다"며 "대형 빌딩별 공시가격의 실거래가반영률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공시가격의 정확성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은 과세표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으면 종부세 등 세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집값 상승 혜택을 보고도 낮은 세금만 낼 수 있다는 말이다.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은 이같은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시세 반영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 자체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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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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