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비서실장' 정진석, 재보선 출마 선언…"절윤 강요 가혹하다"

"계엄 단호히 반대·만류했다"면서도 "저들 뜻대로 尹 영어의 몸 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정진석 전 의원(전 국회부의장)이 충남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출마 의사를 밝히며 "인간적인 절윤(絶尹)까지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하고,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들(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뜻대로 영어의 몸이 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정 전 비서실장은 30일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지금의 비상상황에서 당과 보수의 재건을 위한 제 마지막 책무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고심 끝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공주·부여·청양 주민들을 만나 제가 그동안 생각해온 지역 발전 비전을 소상하게 설명드리겠다"고 지역구까지 사실상 못박았다.

정 전 실장은 12.3 사태에 대해 "계엄 선포는 제게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12월3일 밤 저는 단호하게 계엄 선포를 반대하고 만류했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크나큰 걱정을 끼쳐드린 점, 송구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 제게 도의적 정치적 책임이 있다면 비켜서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당시) 김용현 국방장관에게 '역사에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이러느냐', '내일 아침 광화문에 수십만 명 시민이 몰려나오면 어떡하려느냐'고 고함을 쳤고, 국회 계엄해제 의결이 끝나자마자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빨리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해제를 결의하자'고 요청했다"고 자신의 '정치적 책임'에 대해 일부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 전 실장은 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절연에 반대한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제가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를 받아들인 것은, 분초를 다투며 다가오는 헌정의 붕괴를 막아보겠다는 충정 때문이었다"면서, 자신이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때 직원들에게 했던 훈시 내용 일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극단적 여소야대 국회가 대통령에게 강요하고 있는 시련이 우려했던 그 이상이다. 거대 야당은 대통령과 부인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탄핵하고 감옥에 보낼 각오이다", "특검을 밀어붙이는 이들이 자신들의 속내를 공공연하게 다 드러냈다. '대통령과 부인이 관련된 특검을 일단 관철시키고, 특검이 수사하다가 뭔가 드러나면 이걸 엮어서 두 사람을 감옥에 보내자.'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헌정질서를 중단시키는 일을, 우리 국민들이 정말 원하고 있는가"라고 훈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그들의 뜻대로 현직 대통령과 부인(윤석열·김건희를 지칭)은 영어의 몸이 됐다"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기소돼 내란죄 1심 유죄 선고까지 받은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특검법 등 때문이 아니라 윤 전 대통령 그 자신이 12.3 비상계엄 선포로 헌정 중단을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럼에도 이같이 주장하며, 나아가 "영어의 몸이 된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관계는 원하든 원치 않든 단절이 됐다. 그렇다고 윤 (전) 대통령과의 인간적 관계를 끊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까지 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위기 상황 극복이 숙제로 던져졌지만, 그 누구도 인간적인 절윤까지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라고 감히 주장했다.

그는 "국회에 들어가면 의회주의를, 그리고 우리 진영을 바로세우겠다"며 "오늘 다시 시작한다. 한 발 한 발 폭풍우 속을 걸어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탄핵 이후 침묵해온 자신의 지난 행보를 "불비불명(不飛不鳴)"에 빗대기도 했다. 불비불명은 중국 초장왕의 고사로, 때를 기다리며 몸을 낮추다 일거에 정적을 숙청했던 일을 일컫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024년 12월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국방부 장관 인사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고 신임 국방부 장관에 최병혁 주사우디대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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