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난민 인정자 '0', 여론 눈치 봤나

[언론 네트워크] "심사 보류자 중 난민 인정 사유 해당 사례 있다"지만…

법무부가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중 339명에게 인도적 체류허가를, 34명에 대해서는 난민 불인정 판정을 내렸다. 아직 난민 인정자는 단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지만, 심사가 보류된 추가 조사 대상자 중에는 난민으로 인정할 만한 경우도 있다는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17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난민 신청자 481명 중 앞서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23명을 제외한 나머지 458명에 대한 심사 결과다.

법무부는 이중 339명에 대해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인도적 체류허가'를 결정했고, 34명은 '불인정' 통보를, 나머지 85명에 대해서는 '보류' 판단했다.

인도적 체류허가란 난민법상 난민 인정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강제추방할 경우 생명, 신체에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어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로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를 뜻한다. 즉,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원칙적으로는 '난민 불인정자'다

결과적으로 이번 2차 심사 결과 발표에서도 난민 인정자는 없었다. 난민 신청자에 대한 수용 여부를 두고 국민 여론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사실상 예상 가능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단, 제주출입국청은 보류 결정된 이들 중에서는 추후 난민으로 인정할 만한 타당성이 있는 이들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인원을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신청자 본인의 주장에 타당성이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난민 신청자 대다수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난민법 요건은 못 갖춰"

1차와 2차 심사 결과를 합치면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총 362명이다. 총 신청자의 75%에 해당한다.

이들에게 부여된 체류기한은 1년이다. 앞으로 예멘 국가정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국가 정황이 좋아지면 체류허가가 취소되거나 더 이상 연장되지 않게 된다. 또 이들이 국내 법질서를 위반할 경우에는 체류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청장은 "비록 난민협약 및 난민법 상 난민인정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아 난민 불인정 결정을 했지만, 현재 예멘의 심각한 내전 상황, 그리고 경유한 제3국에서의 불안정한 체류와 체포, 구금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추방할 경우 생명 또는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이들에 대해 인도적 체류허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난민법 상의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는 이들을 의미한다.

현재 제주에 체류중인 난민 신청자의 경우 대부분 예멘의 내전으로 인해 몸을 피한 경우로, 국제적인 난민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무부의 해석이다. 즉, 예멘 본국의 정황이 좋아지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이들이라는 판단에 따라 난민으로서의 지위가 부여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영국의 인도적 보호(Humanitarian Protection), 일본의 인도적 배려에 의한 체류허가, 미국의 임시보호지위(Temporary Protected Status), 호주의 송환 시 중대한 해(Significant harm)가 우려되는 자를 위한 보호비자, 캐나다의 인도적인 근거를 이유로 체류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Pre-Removal Risk Assessment) 등 난민협약에 가입한 대다수 국가는 인도적 체류허가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예멘의 심각한 내전 상황을 고려해 세계 여러 나라가 예멘인에 대한 보호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예멘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보호를 제공할 것을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임시 체류 허가가 부여됨에 따라 이들 339명에 대한 제주도 출도 제한조치도 해제될 예정이다. 앞서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을 받았던 23명 중에는 12명이 제주를 떠나 육지부에 거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3국 출생-범죄 혐의 연루자 등은 '난민 불인정' 통보

법무부는 34명의 불인정자의 경우 인도적 체류허가자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도균 청장은 "예멘의 내전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3국에서 출생한 후 그 곳에서 계속 살아왔거나 외국인 배우자가 있는 등 제3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어 경제적인 목적으로 난민 신청한 것으로 판단되는 자와 범죄혐의 등으로 국내 체류가 부적절한 자 등 34명에 대해서는 인도적 체류허가를 하지 않고 단순 불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적으로 배제된 케이스는 우리나라 외에 제3국에서도 체류가 가능한 예멘인들이다. 법무부는 이 경우 국내 체류 목적이 일신상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닌 단순 경제적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심사 과정에서는 마약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이들도 있다. 10세 이상의 난민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마약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신청자는 총 4명으로, 이들 모두 '불인정자'로 분류됐다.

범죄 혐의와 연관된 이들도 모두 난민 불인정자에 포함됐다. 이 중에는 제주 체류 중 폭력 사건에 연루됐던 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 난민 불인정자의 경우 통지를 받은 30일 이내에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또 90일 이내에 소송도 가능하다. 이 경우 난민 신청자 자격을 유지하면서 국내에 체류할 수 있고,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출도 제한 조치는 유지된다.

이의신청이나 소송을 걸지 않는 경우에는 체류기한인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출국을 해야 한다. 출국하지 않으면 강제 추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심사 보류자 중 난민 인정 사유에 해당되는 사례 있다"

심사가 보류된 85명은 어선원으로 취업해 출어 중이거나 일시 출국해 면접을 하지 못한 16명과 추가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69명이다.

일시 출국 등의 이유로 면접을 받지 못한 경우 체류 기간 중 면접이 이뤄지지 않을 시 난민 신청이 자동으로 취소된다.

추가 조사 대상자 중에는 난민 인정 사유에 해당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균 청장은 "(난민 신청자) 본인이 주장하는 사유에 따라 난민법과 국제협약 상의 이유로 난민 주장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되는 대상자가 있다"며 "추가로 사실 조사와 확인이 필요한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면담조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다른 나라에서의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취합해야 한다"며 "거의 준비가 된 사람도 있고, 조금 미진한 사람도 있다. 일괄적으로 언제까지라고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난민 인정 가능 대상자가 몇이냐는 질문에는 "많은 숫자는 아니다.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기는 곤란하고, 일부라고만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양분된 여론을 의식해 고심 끝에 현실론을 택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김 청장은 "예멘 난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칙으로 천명한 바 있다. 난민에 관한 문제는 국제법과 난민법 등 관련법, 그리고 인도주의에 입각해 엄격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며 "물론 사회적 관심이 많은 사안이지만 우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심사 보류된 대상자에 대한 추가 조사는 "최대한 신속하게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연내에 가능하겠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특정지을 수 없다"고 했다.

심사 보류자, 인도적 체류허가자 후속 조치 '과제'

심사가 보류된 이들에 대한 후속조치 만큼이나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예멘인에 대한 조치도 주요 과제로 남게 됐다.

우선 출도를 원하는 예멘인의 경우에는 출도 제한조치 해제 이후 체류지 변경 시 전입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새로운 체류지를 관할하는 출입국․외국인 관서에 체류지 변경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 만큼 이들이 육지부로 이동하더라도 체류지는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체류 예정지 관할 출입국·외국인 관서에서 이들이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어를 익히고 우리나라의 법질서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한다.

한국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적응·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이 인정하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법무부는 시민단체 등과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해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위촉된 73명의 멘토를 비롯해 필요 시 추가로 멘토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무부는 이번 사례와 같이 대규모 난민 신청자 유입 등의 상황에 대비해 단기적으로 난민위원회를 상설화 해 조사 과정을 단축하고, 장기적으로는 '난민심판원'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난민심판원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 중대한 사법체계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난민위원회를 내실화하고,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난민심판원 제도를 최종적으로 도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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