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녹지병원, 시민들이 '불허' 결정...의료 영리화 '꼼짝마'

제주 공론위, 1호 영리병원 안돼...이유는 '의료 공공성 훼손'

제주특별자치도 시민들이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되고 있는 제주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불허하는 권고안을 도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 권고안을 받아 영리병원의 허가를 취종 결정할 예정이다. 도민의 의견이 도출된만큼, 제주도 영리병원 설립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는 영리병원 설립 자체가 불허됐다는 의미도 있지만, 의료 공공성이 시민들에게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는 사실이 보여진 사례로, 현재 의료 영리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정책 결정에도 중요한 준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녹지국제영리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4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참여단 180명(대상 200명 중 180명 참여)이 숙의 토론을 하고 찬반 설문조사를 한 결과 58.9%(106명)가 '개설을 허가하면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개설을 허가해야 한다'는 결론은 38.9%(70명)이었고, 판단 유보는 2.2%(4명)이었다. 찬성과 반대의 차이는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5.8%포인트(11.6%포인트)를 넘어선 20%포인트 차이였다.

'개설을 허가하면 안된다'는 의견은 남성(50.5%)보다 여성(68.2%)이, 40·50대(67.4%)보다 20·30대(69.0%)가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 불허 이유로는 '다른 영리병원들의 개원으로 이어져 의료의 공공성이 약화될 것 같아서'(66.6%)가 꼽혔다. 의료 공공성이 훼손될 가능성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어 '유사 사업 경험이나 우회투자 의혹 등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12.3%), '병원의 주기능인 환자 치료보다 이윤 추구에 집중할 것 같아서'(11.3%) 등의 순이었다.

공론조사위는 보완 의견으로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하고, 영리병원 불허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행정조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미 건물을 올린 녹지병원의 입장 등을 고려한다는 취지다.

공론조사위는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던 정책을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민 참여와 숙의과정으로 정책결정을 내렸다는데 큰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위원회는 4월7일 구성된 후 6개월 동안 20여 차례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공론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 위원회에 대한 오해 등에 대해서는 가감없이 정리해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외국인 투자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한 조례가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는 2015년 6월 중국 녹지그룹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의 녹지국제병원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중국 녹지그룹은 병원사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부동산 전문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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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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