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성연대 막아달라" 요청은 외면하고 '본관 점거'만 풀라는 동덕여대

총학생회 "학교본부, 학생들 보호할 의사 있는지 의문…본관 점거 계속할 것"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를 풀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로 했다. 반면 반여성주의 단체 '신남성연대'에 대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에는 "진행된 건 없다"고 일축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들을 보호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본관 점거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덕여대는 27일 "총학생회 등 본관을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을 상대로 공간점거에 대한 퇴거단행과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북부지법에 내기로 했다"며 "가처분 신청은 이번 주 내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 본부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면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벌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의 첫 법적 대응이 된다. 학교는 지난 25일 총학생회와의 3차 면담에서 본관 점거 해제를 요구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결렬됐다. 면담 직후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대학은 폭력사태, 교육권 침해, 시설훼손 및 불법 점거에 대해 법률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을 단호히 실행하겠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학교의 이번 법적 대응에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신남성연대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은 포함되지 않았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에 "신남성연대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 관련한 논의는 본관 점거 해제 가처분 신청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한 뒤 의논할 듯하다"고 전했다.

▲동덕여대 처장단이 21일 오전 총학생회-처장단 면담이 열리는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약학관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총학은 처장단에게 남녀공학 전환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신남성연대는 지난 16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동덕여대 본교 앞에서 4주 동안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수년간 페미니스트 활동가를 괴롭혀 최근 형사처벌을 받은 이 단체는 지난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을 "폭도"라고 부르며 집단행동에 참여한 학생들의 신상을 특정해 경찰서에 고발하고 왔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신변이 위협받자 총학생회는 지난 21일 처장단 면담에서 "신남성연대부터 (학교에) 못 오게 해주길 바란다.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못 온다"며 신남성연대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해달라고 학교에 요청했다. 이에 교무처장은 "논의해보겠다"고 답한 뒤 25일 면담에서 "가처분은 소송이고 법원에 신청하는 거라 그렇다(어렵다)", "검토만 했지 진행된 건 없다" 등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는 하지 않으면서 압박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최현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신남성연대에 대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요청할 때에는 '법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하더니 본관 점거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우리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언론 통해 통보했다"며 "진정 우리 대학이 학생들을 보호할 의사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법적 대응에도 본관 점거를 비롯한 집단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 회장은 "현재 본관 점거를 이어가면서 학교 측에 4차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며 "신남성연대 집회에 대해서는 직접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자 법률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남녀공학 전환 반대 유인물이 가득한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 앞에 경찰 순찰차가 대기하고 있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중단하기로 하며 학생들의 점거 농성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래커칠'로 상징되는 학교 측의 시위 피해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양측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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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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