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기후변화가 걱정된다면 인천 송도 주목

[사회 책임 혁명] 제48차 IPCC 총회,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이른 추석이 지나 지금은 제법 서늘하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도 우리는 더위에 허덕였다. 응급실 사망자 48명, 실제로는 150여 명의 사망자를 동반한 114년만의 최고 폭염으로 대한민국이 시달리고 있을 때 세계 역시 여름 최고기온이 33.5℃(노르웨이, 핀란드)에서부터 높게는 51.3℃(알제리, 모로코)에 달하는 고열에 시달렸다.

폭염은 여러 악당을 동반한다. 2017년에는 인도와 니카라과에 대홍수가 일었고, 카리브해는 허리케인 어마, 호세, 마리아에 휘청거렸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와 유럽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올해 현재도 태풍 제비가 일본을 맹폭하고 시속 200km 이상인 망쿳이 필리핀, 중국에 많은 사망자와 엄청난 피해를 불렀으며, 미국 남동부는 허리케인 플로렌스로 물바다가 되었고 미국 북서부와 캘리포니아, 스웨덴, 그리스에 산불이 그치지 않았다.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과도한 온실가스(이하 탄소) 방출, 그로 인한 지구온난화, 지구온난화로 인한 제트기류 약화 등 기후변화 때문인데, 심지어 피지, 몰디브, 투발루, 키리바시, 파푸아뉴기니 등 도서국가는 해수면 상승으로 존망의 기로에 서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유엔은 1992년에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였고 2015년에는 기후변화 책임을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묻는 파리협약을 채택함으로써 2100년까지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2~1.5℃ 사이로 유지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각국은 INDC(자발적 국가탄소감축량)를 제출했다. 2016년에는 INDC를 최종 확정한 NDC(국가결정기여)를 UNFCCC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각국이 제출한 NDC로는 지구평균기온이 3℃ 이상 상승하기에 NDC를 더 강화해야 한다. 즉 파리협약을 확실히 이행하면서 탄소감축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숙제가 모든 당사국에 있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제도가 있는데, 추가협상(후속회의)과 탈라노아 대화(Talanoa Dialogue), 그리고 IPCC 총회다.

추가협상과 탈라노아 대화

올 8월 31~9월 9일까지 방콕에서 개최된 추가협상은 2017년 본에서 열린 피지총회(COP23)의 연장으로, 파리협약을 이행할 의제별 세부 이행규칙을 정하기 위해 열렸다.

이번 협상에서도 NDC 해석과 파리협약 13조(행동 및 지원을 위한 강화된 투명성 체계) 적용에 대한 이견이 발생했다. 또 파리협약 6조(국제탄소시장 메커니즘을 위한 협력적 접근방식, 감축결과의 이전, 지속가능한 발전)와 파리협약 9조(재정)에 관한 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도 좁혀지지 않아 오는 12월 폴란드총회(COP24)를 기약하며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특히 각국은 파리협약 9조(재정)를 두고 매우 민감하게 부딪쳤다. 파리협약을 사실상 탈퇴한 미국까지 개입하여 재정지원의 소극적 태도를 확산하려 했다. 개도국은 선진국의 재정지원 규모와 역할을 투명하게 할 것을 요구했지만, 선진국은 이에 대해 논의지연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

탈라노아(Talanoa)는 '포용적, 참여적, 투명함'을 의미하는 피지 언어이다. 피지총회(COP23)에서 각국의 지자체, NGO, 정부기관, 기업 등 이해당사자가 모여 파리협약 때 제출한 NDC 달성, 또는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NDC 상향조정에 협력하자는 의미에서 도입한 것이 탈라노아 대화다.

얼마 전인 9월 19일, 우리정부도 서울에서 대화를 개최하여 1.5℃ 목표와 기후변화 영향 및 한반도 주변의 수온상승, 해수면 상승, 국가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정부의 목표 달성 계획, 남북 간 산림협력, 폭염 현황과 대응 등에 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누었다.

정리하자면 방콕의 추가협상과 서울에서의 탈라노아 대화는 올 12월 폴란드총회(COP24)를 위한 사전 회의인 셈이다. 추가협상은 파리협약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고 탈라노아 대화는 파리협약의 목표인 지구기온 상승 2~1.5℃ 유지를 지구기온 상승 1.5℃ 이하 유지로 강화하는 것이다.

IPCC와 평가보고서

1.5℃와 관련한 또 하나 중요한 사전 회의가 있는데, 이달 1~5일 인천 송도에서 진행되는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다.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는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근거와 정책방향을 정책결정자에게 제시할 목적으로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만든 국제기구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과학적 집합지성으로 195개국이 참여한다. 현 6대 의장국은 대한민국이며 의장은 이회성 교수(고려대)다.

IPCC는 지금까지 5개의 평가보고서(Assessment Report. AR)를 완성했다. 1990년의 제1차 보고서는 1992년 UNFCCC 채택의 근거가 되었다. 1995년의 제2차 보고서는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의 근거로 작동했다. 2001년의 제3차 보고서는 2007년의 제4차 보고서로 대체되었는데, 이로써 IPCC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014년의 제5차 보고서는 2015년 파리협약의 근거자료로 활용되었다.

집필자들이 초안을 작성하면 검토와 피드백 제시가 이어지는데, 제5차 보고서의 경우 검토의견을 낸 사람은 1087명에 이르렀고 검토의견 개수는 5만4677건이나 되었다. 이렇듯 검토의견을 일일이 반영하여 보고서가 발간되기에 근거가 풍부하다. 이번 제6차 보고서도 추천받은 약 3000명의 전문가 중에서 721명의 집필자를 선정하여 작업에 돌입했다.

역시 파리협약 추가협상 근거자료로 활용될 제6차 보고서는 2015~2022년의 기후변화를 평가하며, 특별보고서(1.5℃ 특별보고서, 해양/빙권 특별보고서, 토지특별보고서)와 방법론 보고서, 실무그룹 보고서, 종합보고서로 구성된다.

제6차 보고서의 특징은 탄소배출과 기후변화의 과학적 관계 규명에 치중했던 이전과 달리 탄소배출이 미치는 사회∙경제적 영향과 변화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제48차 IPCC총회, 1.5℃의 중요성

이번 송도에서 열리는 제48차 IPCC 총회는 지구기온 상승 수준을 1.5℃이하로 억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다. 해양/빙권 특별보고서와 토지 특별보고서 또한 1.5℃ 특별보고서가 영역별로 구체화된 특별보고서라 할 수 있지만 내년에 발간되므로 이번 IPCC에서 그리 큰 관심사는 아닐 것이다.

역시 지대한 관심사는 올해 발간될 1.5℃ 특별보고서의 내용이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기온 1.5℃ 상승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구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달성을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근간으로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평가하는 이 보고서의 채택 여부에 따라 모든 당사국과 기업이 취해야 할 조치도 크게 변하게 된다.

지구기온은 2017년에 이미 누적 탄소배출 1조 톤이 넘어서 산업혁명 이전 대비 1℃를 넘어섰다. 지금 추세라면 2040년에는 1.5℃ 이상 상승하여 폭염과 폭우가 증가하고 해수면이 높아지며, 동식물은 물론 인간 사회도 큰 위험에 직면하기에 보고서는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경제활동이 가능해야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긴박한 내용을 분명히 할 것이고, 산업화 이전 대비 1.5℃의 영향과 탄소배출경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 빈곤 근절과 불평등 감소 등 사회∙경제 방안까지 두루 제시할 것이다.

IPCC총회 승인 절차는 까다로워서 각 회원국 대표가 한 줄 한 줄 검토해 만장일치에 이르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 특별보고서는 무난히 채택되리라 예상한다. 파리협약 당시의 IPCC 제5차 보고서에는 지구온도 상승 2℃ 시나리오까지만 제시 되었는데, COP가 1.5℃ 목표의 영향과 감축경로 등을 추가 평가해 줄 것을 IPCC에게 정식으로 요청하여 만들어진 보고서가 1.5℃ 특별보고서이기 때문이다. 회의는 비공개이기에 폐막 기자회견에서나 회의 내용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1.5℃ 이하 억제는 에너지전환에서부터

1.5℃ 특별보고서 채택으로 인간은 기후변화를 멈출 수 있을까?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에도 미국 등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국가가 많았다. 각국이 파리협정을 맺기까지 18년이나 걸렸다. 파리협정 체결 후에도 미국은 협정을 사실상 탈퇴한 상태다. 비단 미국만 아니라 탈퇴하지만 않았지 약속 이행에 미흡한 국가가 많다. 대한민국도 그 중 한 국가라는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IPCC 5차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00여 년간 지구평균기온이 섭씨 0.85℃ 상승했다. 다른 보고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지구평균기온이 0.51℃ 상승할 때 한반도는 무려 1.19℃나 상승했다. 대한민국의 100년간 탄소누적배출량은 126억658만 톤으로 세계 16위이지만, 60년대 이후로만 따진다면 누적배출량 순위가 훨씬 앞당겨져 온실가스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최근 20여 년 간 탄소배출량 속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데 석탄 사용량이 많기 때문이다. 세계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앞서 밝힌 방콕의 추가협상에서는 한중일의 석탄정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항의가 있었다. 한중일의 석탄화력발전소 금융지원으로 인해 아시아가 숨을 못 쉰다는 성토까지 이어졌다.

결국 1.5℃ 특별보고서 채택은 IPCC총회의 몫이지만 이행은 각 당사국과 당사국 구성원들의 몫이다. 협약 이행을 위해 각 당사국의 에너지전환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빨라져야 하고, 시민사회는 철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탈화석·탈핵·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공급체계 전환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의 사회∙문화적 의식도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고급 생수와 무농약 농산물을 선호하듯이 무공해에너지 또한 추가된 비용으로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48차 송도 IPCC 총회 내용과 결의가 에너지전환의 근거로 작동하여 당사국들이 안전하고 지속적이며 분산 가능한 에너지를 지역 곳곳에 확산함으로써 기후변화 완화에 실질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더불어 향후 발간될 제6차 보고서가 COP로 하여금 탄소감축을 넘어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까지 지평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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