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에서 한라까지 남북 8000만 겨레 모두의 하나 됨을 위하여!"
숨 가쁘게 진행된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의 첫날 일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건배사로 끝났다. 두 정상은 회담에 이은 만찬에서도 민족 화해와 평화 번영을 재차 강조하며 이번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두 정상은 18일 오후 8시부터 오후 10시 53분까지 세 시간 가까이 평양 내 국빈용 연회장인 목란관에서 만찬을 진행했다.
이날 만찬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주재했다. 지난 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찬을 주재했다. 공항에 나가 문 대통령을 직접 마중한 데 이어 만찬까지 직접 주재하는 등 김 위원장은 전례 없는 특급 예우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만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사의를 거듭 밝혔고, 문 대통령 또한 김 위원장의 극진한 대접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면서 훈훈한 광경이 펼쳐졌다.
김 위원장은 환영사에서 "지난 4월과 5월에 판문점 상봉에 이어 풍요한 가을에 이렇게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여러분과 만나게 돼 참으로 기쁘고 감회가 깊다"면서 "지난 시기 온 겨레에 평화 번영의 꿈과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던 역사적인 6.15와 10.4선언이 있었던 평양에서 더없이 감개무량하고, 한편으로는 어깨가 더 무거워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그는 "북과 남이 서로 손을 맞잡고 뜻과 힘을 합쳐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나갈 때 길은 열릴 것"이라며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쌓은 신뢰가 있기에 평화롭고 번영하는 조선반도의 미래를 열어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거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를 빌려 남모르는 고충을 이겨 내며 이러한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문재인 대통령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답사를 통해 "약속대로 나를 평양으로 초대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신 김정은 위원장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오가는 거리마다 뜨거운 환영을 보내 주신 북녘 동포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오늘 도착해보니 평양의 발전이 참으로 놀라웠다. 대동강변을 따라 늘어선 고층 빌딩과 평양 시민들의 활기찬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며 "남북이 서로 자유롭게 오가며 서로 돕고 함께 발전한다면 온 세상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내실 있는 발전을 이루고, 남과 북 사이에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공포를 완전히 해소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도 중요한 의제"라며 "항구적 평화와 평화 번영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에게는 신뢰와 우정이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넘어서지 못할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만찬 장소인 목란관 1층 로비에는 남측이 선물로 가져온 대동여지도가 전시됐다. 청와대는 대동여지도를 준비한 데 대해 "1층 로비를 가득 채울 정도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이 지도는 이어진 길을 따라 교류 협력을 증진하고, 번영과 평화를 이루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북측은 5.26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북측 판문각 백두산 그림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옮겨놓은 유화 그림, 풍산개 사진을 선물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오후 6시 30분께 평양대극장에서 지난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남한에서 남북 합동 공연을 했던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는 10분 전에 공연장에 도착해 문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다.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악단은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1시간 30분가량 공연을 진행했다.
남북 두 정상은 회담 둘째 날인 19일 오전 다시 만나 회담을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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