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 경제‧시민사회 분야 대표단도 평양에서 북측 인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계 대표들은 이날 오후 리용남 경제담당 부총리와 만났다. 리 부총리는 북한의 대외무역을 관장하는 무역상을 역임한 경제 사령탑이다.
리 부총리는 남측 경제 관계자들과 차례로 악수한 후 "다 초면이지만, 마치 구면인 것 같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낸 후 "대대적으로 협조할 것이 많다. 남측 인사를 보니 함께 협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평양은 처음 와봤는데 마음에 벽이 있었다"며 말을 꺼냈다. 그는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또 우연히 보니까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써져 있었다.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라며 "세계 어디를 다녀 봐도 한글로 그렇게 써져 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한글로 된 것을 처음 경험했는데,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고, 신뢰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리 부총리는 "이재용 선생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던데"라면서 농담을 건네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라"고 덕담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남북관계 잘 되고 북미정상회담 잘 돼서 빨리 금강산도 풀렸으면"이라며 바람을 밝혔다. 현대그룹은 지난 1998년부터 대북사업을 전담했으나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로 대북사업에 발이 묶인 상태다.
리 부총리는 현 회장에게 "현정은 회장 일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답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또한 "지난 2007년 민간교류 차원에서 평양에 왔었는데, 제가 평양에서 서해, 동해, 남해를 그야말로 통일을 하자는 제안을 받고 개성공단에 들어가서 생산활동을 하게 됐다"며 "때마침 서해평화수역 조성도 하는 시점에서 민족의 경협사업이 무궁무진하게 발전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제계는 남북간 경제협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유엔의 대북제제가 유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당장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도 이를 의식한 듯 이번 회담에 경제인이 동행하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경협 사업 논의가 아닌 '미래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남북 경제계 인사들의 회동이 진행되는 동안 장관, 지자체장 등 특별수행단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면담했다.
남측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자리했다.
아울러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장상 세계교회협의회 공동의장,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참석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여러분들께 타오르는 동포애적인 반가움으로 열렬히 환영한다는 인사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평양에서 북남 수뇌부 상봉에 대한 기대가 참 크다"고 말했다.
이어 "북남은 물론 국제사회가 관심을 두고 있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 통일의 국면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며 "이런 기대에 부응해 훌륭한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또 "세 차례에 걸친 북남 수뇌부의 상봉이다 보니까, 한평생 북남 화해와 통일을 위해 애쓰신 김일성 주석님과 김정일 장군님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며 "김일성 주석님께서는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제시하셨고,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7.4 성명을 통해 대단결을 제시하셨다"며 "북남 수뇌부의 역사적인 평양 상봉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거듭 밝혔다.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홍걸 민화협 상임의장 등 시민사회·종교·노동계 특별수행단원들도 북측의 사회민주당 관계자들과 만나 환담을 나눴다.
북측 김영대 사회민주당 중앙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데 대해 열렬히 환영한다"며 "잃어버린 10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통일시대를 맞아 여러분들을 평양에서 만나 얘기도 나누고 하니 기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이에 남측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는 "이제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힘써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면서 "한반도에 새 하늘, 새 땅이 열릴 수 있는 큰 발걸음이 되는 데 함께해서 기쁘다"고 화답했다.
이날 여야 3당 대표도 안동춘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과 면담을 약속했으나 남측 인사들이 나타나지 않아 만남이 불발됐다. 북측은 면담 대기 시간을 포함해 1시간 정도 기다린 후 면담을 포기했다. 일부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취재진에게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이 불발된 경위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후 취재진에게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일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 시간에 정당 대표들끼리 간담회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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