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 민영화, 청소년 범죄 대책?

관련법 제정안 국무회의 통과...민변 "미국도 폐지 수순...반대"

문재인 정부가 소년범죄 예방 대책의 하나로 '민영'소년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민영소년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이 법안은 종교단체나 민간기관이 소년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법안으로, 관련 법 제정이 마무리 되고 공모절차 등을 거쳐 2023년 이후 민영 소년원이 개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27일 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변은 "소년원 수용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소년원이라는 국가시설에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보호처분으로 본질상 소년에 대한 특별한 형사적 제재의 성격을 갖는다"며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장비(수갑, 가스총, 전자충격기 등)까지 동원할 수 있는 국가형벌권 행사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소년원 운영은 민간에 위탁할 수 있는 성질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민변은 "국가공권력의 최후 수단인 형사적 제재는 처우의 형평성, 객관성,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민영 소년원이 도입될 경우 수용 소년에 대한 징계, 보호장비의 사용,외부 출입 제한 등 형벌집행 영역이 국가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하며, 나아가 국영 소년원에 수용된 소년과의 처우의 격차, 불평등한 처우로 이어져 국가 형벌권의 형평성, 객관성,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정부에서 민영소년원을 운영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정부는 미국과 영국을 언급하고 있는데, 미국과 영국은 한국과 소년사법체계가 전혀 다른 데다, 소년사범의 약 40%가 수용되어 있다는 미국 내에서조차 민영소년원 내 보호소년에 대한 각종 폭력과 성적 학대 등 열악한 처우 환경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 결과 미국 정부는 2016년 8월에 민영교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말했다. 2012년 미국 법무부의 조사 결과, 민영소년원의 성적 학대 피해 비율(8%)이 국영소년원의 수치(4%)보다 2배 높으며, 다른 조사에서도 민영소년원 내 보호 소년의 사망률이 국영소년원의 수치보다 대체로 높았다고 한다. (관련 자료 : 왜 아무도 민영소년원에 관심을 갖지 않는가?)

민영소년원은 비용 문제로 오히려 국영소년원에 비해 제공하는 교정 서비스, 프로그램 등의 수준이 떨어지며, 교정 직원 등에 의한 보호 소년들의 성범죄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의 사례를 통해 충분히 확인된다. 수용 인원을 늘려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민영교도소 측에서 판사에게 뇌물을 주어 징역형을 판결하게 하는 사건 등은 미국 드라마에서도 등장하는 장면이다.

미국은 1980년대 레이건 정부 당시 '작은 정부'와 '엄벌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민영교도소를 도입했지만, 여러가지 부작용으로 미국은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 정부가 뒤늦게 이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민변은 '소년사법운영에 관한 UN최저표준규칙'(United Nations Standard Minimum Rules for the Administration of Juvenile Justice: 베이징규칙), 'UN아동권리조약' 등을 제시하며 "소년원 운영은 소년의 인권보호를 최우선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며 "민영 소년원의 도입은 수용 소년을 국가의 관리·감독 밖에서 인권침해에 더욱 취약하게 노출시키는 위험성을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존 민간 위탁 사회복지시설(장애인복지시설 등)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인권침해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민간 소년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문제에 대한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민영소년원을 도입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하는 근거들은 결국 그동안 보호소년 정책에 있어서 국가의 실패와 직결되는 내용인데도, 마치 민영소년원 도입을 그 문제의 해결방법인 것처럼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수긍하기 어렵다"며 "국가의 실패는 국가가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국회가 관련 법안을 부결시킬 것으로 촉구했다. (민변 성명서 바로 가기)

법무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소년법 적용 연령 기준 하향 등 소년법 개정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연이어 올라오는 등 청소년 범죄에 관한 '엄벌주의' 여론과도 맞닿아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지난 23일 청와대 답변을 통해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했다"며 "관련법 개정을 위해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답변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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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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