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엄벌주의' 총대 멘 김상곤, 1년전 조국은…

청와대, 1년만에 "형사미성년 기준연령 14세→13세로" 말바꾸기

청와대가 청소년범죄 대책의 일환으로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불과 1년 전 같은 사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것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23일 오후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엄정 처벌 요구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 처벌 강화 등 2건의 청소년범죄 관련 청원에 일괄 답변을 내놨다. 답변자로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나섰다.

김 부총리는 답변에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 14세' 기준은 1953년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를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도 형사미성년자 연령 조정과 소년범 처벌 강화 등 관련 법안이 26개나 발의되어 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위해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형사미성년 기준 하향의 근거로 "10~13세 범죄는 전년 동기 대비 7.9%포인트 늘었는데, 13세 범죄만 보면 14.7% 증가했다"며 "13세 이후 범죄가 급증한다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청소년범죄 자체는 줄어드는데 강도·강간·살인·방화 등 강력범죄는 늘고 있다"며 청소년범죄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발언과 함께였다.

김 부총리는 다만 "청소년범죄는 처벌 강화로만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년범죄 예방과 소년범 교화에도 힘을 써야 한다"며 △보호관찰관 1000명까지 증원(현재 835명) △학교 교육 강화 △교육부··법무부·여성가족부·경찰청 등 범부처 협의를 통해 올 11월 '소년비행예방 기본계획' 마련 △청소년범죄 피해자 지원 강화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김 부총리의 이날 답변은 지난해 9월 25일 소년법 관련 청원에 대한 조국 민정수석, 김수현 사회수석의 답변 내용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규제 완화에 집중하면서 경제정책 '우향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제정책뿐 아니라 인권·사회분야 정책까지 보수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만하다.

지난해 답변 당시 조국 수석은 "만 14세 기준이 국제적으로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물론 요즘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성숙도가 높기 때문에 이제 중1도 중1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직도 중1 중에 미성숙한 인격을 가진 학생도 많이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관련 기사 : 조국 수석 "소년 범죄 감옥 보내는 게 능사는 아냐" 난색)

조 수석은 또 청소년범죄는 처벌 강화로 해결할 수 없다며 "엄벌주의는 '범죄가 일어난 뒤에 그 사람에게 중형을 내리자'는 것인데, 소년법과 관련해 미성년자 기준을 낮추는 건 국회에서 합의하면 되지만 아쉬운 것은 현행 소년법으로도 해결 가능한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었다. 그는 당시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한 칸 혹은 두 칸으로 낮추면 해결된다는 것은 착오다. 보다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일차적으로는 예방이 필요하다"고까지 했었다.

정부가 1년 만에 기존 입장을 뒤집고 '나이를 한 칸 낮추'는 식의 해법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청와대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로부터 '그 사이에 입장이 변화한 배경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 "제가 그 내용을 모른다"고만 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이날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방안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대"라며 "많은 소년법 전문가들은 '이 나이대 소년범죄를 형벌로 다루면 오히려 재범률이 늘어나고 (소년범이) 흉포한 성년범이 돼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지금도 소년원에 보내는 등의 조치는 할 수 있다. 이것을 굳이 형벌로 다뤄서 (범죄를) 줄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금 의원의 의견은, 작년 조 수석의 답변과 완전히 일치하는 내용이다.

하필 '형사미성년 연령 하향'이라는 정부 입장을 발표한 이가 '교육 사령탑'인 김 부총리라는 점도 아이러니다. 최근 발생한 중학생 집단폭행 사건 등 강력 청소년범죄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교육감 시절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고 "비행에 대한 처벌보다는 충분한 심의 후 교육적 조처로 재발 방지를 우선"(2013.7. 경기교육청-수원지법 업무협약)하자고 했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접근이다.

공교롭게도 1년을 전후로 다른 내용의 답변을 내놓은 김 부총리와 조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당 혁신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으로 합을 맞춘 사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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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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