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평화당 "협치 전제는 개헌·선거제도 개혁"

"떡 하나 주듯 '장관 줄게 협치하자'는 것은 잘못"

청와대가 지난 23일 제안한 '협치 내각'의 유력한 대상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입각 검토에 앞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논의 등 협치의 공감대를 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제안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뜬금없다"(24일, 김성태 원내대표)라고 자른 것과는 결이 다른 태도여서 눈길을 끌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비대위 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줄곧 협치를 주장해왔으며 그 내용에 있어서도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며 "바른미래당의 협치 의지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으나, 이번 청와대발(發) 협치 발언에 대해서는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먼저 "저희 바른미래당은 협치 내각의 제안 배경이나 취지를 대통령으로부터 또는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으로부터 직접 듣지 못하고, 청와대 대변인 발언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며 "이것이 올바른 소통 방식이고 협치의 진정성 있는 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청와대 발표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협치 제안이 개혁 입법을 위해서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다만 청와대·여당의 관심법안만을 협치 테이블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는 개헌, 국민이 만들어 준 다당제를 제도화해 적대적 양당제를 청산하는 선거제도 개혁, 경제와 민생을 살려낼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재벌개혁·민생개혁,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한 방송법, 청와대 내부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예방할 특별감찰관법 개정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개혁과제들을 광범위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협치의 진정한 완성은 협치의 제도화를 이루는 것이며 그 유일한 방법은 선거제도 개혁"이라면서 "청와대가 진정한 협치를 바라고 항구적인 협치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진정성과 의지가 있다면 지금 즉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했다. 여러 의제 중에서도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으로 풀이됐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협치에 앞서 정치 현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협치는 그 자체로 하면 되는 것이지, 내각 구성과 연결시킬 것이 아니다. 장관 자리 하나 주지 않아서 협치가 되지 않는다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1년 넘게 협치를 주장해오면서 단 한 번도 자리와 연계시키거나 얘기한 적 없다"며 "장관 자리에 관계없이 바른미래당은 협치에 진정성 있게 응할 것"이라고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협치 내각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평가한다"면서도 "협치에 관한 최소한의 계약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을 제대로 만들어야 된다. 연정을 하려면 연정에 관한 협약서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김 비대위원장과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폈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에서 연정을 하자고 하면 하시겠느냐'는 질문에 "당 내에서 의논을 해 봐야 되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검토해 볼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이날 최고위-의원단 연석회의에서 "청와대가 '향후 개각에 야권 인사 입각을 생각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협치'라는 단어를 썼지만, 야당 앞에 장관 한두 자리를 놓고 유혹하는 것은 협치가 아니라 '통치'"라며 "청와대가 진심으로 협치를 바란다면 선거제도 개선과 대통령제 개헌 논의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협치를 제도화하지 않은 채 장관 자리로 야권을 떠보는 것은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고 정당 민주주의와도 어긋난다"며 "청와대가 말하는 협치 내각을 하려면 선거제도 개선과 개헌 합의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도 "협치는 동일한 가치를 함께 완성하는 과정"이라며 "협치의 목표를 명확히 해,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 간 연대를 통한 강력한 가치 실현이 제도화돼야 할 것"이라는 원칙을 밝히면서 "다양한 국민 의견이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동반되는 협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일부, 청와대 인사들과 논의한 결과 '협치보다는 더 확실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연정으로 가는 것이 좋다'는 얘기가 최근까지 오갔다"면서도 "공개적으로 토론을 해서 근본적 합의가 돼야지, 청와대 발표처럼 야당 특정 정당에 장관 한두 석 줘 가지고 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상대당을 무시하는 말이다. 마치 떡 하나 주듯 '장관 한두 자리 줄 테니까 협치하자' 이것은 잘못된 발표"라고 했다.

다만 바른미래당·평화당 지도부에서는 개헌이나 선거제도 개혁 등 '연정 협약'을 조건으로 공동 내각 구성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평화당 일각에서는 입각 자체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다. 천정배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나와 "우리는 국회에서 개혁입법 등에 관해 정부·여당과 협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그러면 충분한 것이지, 행정부의 책임까지 나눌 필요는 없다"며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야당으로 선택됐다. 그 민의에 따라 야당 노릇을 충분히 하면 된다. 오히려 평화당으로서는 야당성을 강화해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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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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