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유언

정의당 앞으로 남긴 고인 유서 공개…정의당 "특검 표적수사 유감"

23일 숨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유서가 공개됐다. 인터넷 여론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 씨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며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노 원내대표의 빈소 앞에서 이같은 내용의 유서를 공개했다. 노 원내대표는 아내와 모친 등 가족 앞으로 2통의 유서를, 정의당 앞으로 1통의 유서를 남겼다고 최 대변인은 밝혔다. 최 대변인이 공개한 것은 정의당 앞으로 남긴 유서이며, 가족 앞으로 남긴 것은 유족의 뜻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노 원내대표는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드루킹이 만든 외곽조직)로부터 모두 4000만 원을 받았다"면서도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며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고 했다.

노 원내대표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고 '책임'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당원들에게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유권자들에게는 "죄송하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해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정의당은 빈소에서 연 대표단 긴급회의 결과, 노 원내대표의 장례를 정의당장(葬) 즉 정당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5일장(27일 발인)으로 치러지는 장례는 당에서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치르며, 상임장례위원장은 이정미 당 대표가 직접 맡기로 했다. 당 부대표 등 상무위원회 위원과 소속 국회의원들은 장례위원이 되고, 당 원로들은 고문으로 위촉될 예정이다. 각 시도당 사무실에도 분향소가 설치된다.

정의당은 이같은 장례 일정을 밝힘과 함께 "본질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특검의 '노회찬 표적수사'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최석 대변인은 "댓글 공작으로 시작한 특검 아니냐"며 "특검의 취지와 목적이 있는데, (노 원내대표 관련) 여론몰이식 수사가 진행됐고 비극적 결과를 초래했다. 깊은 유감"이라고 했다.

다음은 노회찬 의원이 남긴 유서 전문이다.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2018.7.23.
노회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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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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