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오세훈, '명태균 여론조사' 2심 무죄…"피고인 이익으로 판단"

2심 "명태균 진술 믿기 어려워…유죄 의심 가더라도 피고인 이익으로 판단"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뒤 자신의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명 씨의 진술 일부를 인정한 1심 재판부와 달리 2심 재판부는 명 씨의 진술 모두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또한 일부 유죄가 의심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피고인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오 시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오 시장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심 결심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명 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수사 재판 상황에 따라 바뀌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또한 오 시장이 사건 당시 명 씨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 씨가 오 시장의 의뢰에 따라 이 사건 여론조사를 수행했다기보다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정치적 격변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함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공소사실과 관련해 명 씨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일부 진술만을 믿을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거나 다른 증거가 충분한 증거가 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오 시장이 명 씨에게 공소사실과 같이 의뢰하고 대가로 돈을 지급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빙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서 유죄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결국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수사와 기소를 통해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오래된 형사법의 대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 정무부시장과 명 씨 사이 몇차례 만남이 있었고, 오 시장 캠프에 명 씨 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등이 일부 공유됐으며 특히 오 시장 후원자로 알려진 김 씨가 명 씨 측에 수차례 돈을 지급한 사실이 객관적이고 명백히 인정되므로 유죄 의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이 사건의 거의 유일한 직접증거인 명 씨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들로 인정되는 단편적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법정을 나온 오 시장은 "보다 완벽하게, 정말 조심스럽게 공직 생활을 해야 하는데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서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했다"며 "앞으로는 좀더 완벽하게 처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한창 재판 중에 선거를 치렀는데 그래도 오세훈의 결백을 믿어주시고 오세훈이 다시 서울시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투표해주신 서울시민 여러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제가 의심받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들이 계셨다"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분들 덕분에 버티면서 일하면서 재판받을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오 시장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10회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뒤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 조사비 명목으로 약 3300만 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강 전 부시장은 이 과정에서 실무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에 2100만 원 추징을 선고했다. 강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 원, 김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 중 5건의 여론조사를 오 시장이 실제로 의뢰했고, 비용 2100만 원을 김 씨를 통해 대납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납부 행위를 여론조사 실현 목적과 결부하면 죄질이 좋지 않다. 다년 간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역임해 정치자금법을 잘 알면서도, 재판에서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오 시장을 질타했다.

이어 "대납 액수가 2100만 원인 점 등을 고려해 죄책에 상응하는 공직 자격 상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해당 혐의와 관련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한다. 피선거권도 5년 간 박탈돼, 여권 내 잠룡으로 분류되는 그의 대선 출마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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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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