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가스공사 "정부 '통합' 지침, 그냥 따를 수는…"

"구성원 권리 보장돼야", "석유·가스 메커니즘 달라"…국감장 앞 노조 시위도

이재명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 통합안이 해당 기관들과의 사전 논의 없이 일방 추진되고 있다는 비난이 국정감사장에서 야당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공사들 측에서도 경영진·노조 모두 정부 통합안이 마뜩찮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9월 3일 정부가 공공기관 통합을 하겠다며 에너지 분야는 석유공사-가스공사를 '에너지자원공사'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정부에서 통합 발표하기 전에 혹시 사전 협의나 조정을 검토하라고 의논받은 적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홍의락 가스공사 사장은 "들은 적 없다"고, 손주석 석유공사 사장은 "9월 3일 아침에 고위관계자와 통화는 했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이에 "사전 의논이나 협의, 조정은 일절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정부에서 통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김종민 의원도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데 (통합이 되면) 부채비율이 600~800%로 늘어난다"며 "석유공사는 완전 자본잠식이고 가스공사도 만만치 않아서 '재정 투입'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통합의 이유가 규모를 키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함인데 빚이 더 늘어나서 부실 통합기관이 되면 신뢰도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사장은 "정부 측과 잘 협의해서 그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만 답변했다.

▲손주석 한국석유공사 사장(왼쪽)과 홍의락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9일 대구 동구 한국가스공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강원랜드, 대한석탄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소속 김성원 산중위원장과 박 의원, 조지연 의원 등은 두 기관장에게 "통폐합에 대한 입장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홍 사장은 "두 기관이 합쳤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 (통합된) 기관이 앞으로 국민경제에 끼칠 영향·비전을 분명히 해야 하고, 그로부터 시너지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도 평가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얘기는 나온 게 없다"며 "저는 정부 측에서 이것을 발표했으니 그런 검토가 나름대로 있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지금 협의 테이블이 있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홍 사장은 오후 재차 한 답변에서도 "저희는 아직 그 발표 내용만 알고 있지, '어떻게 하겠다', '왜 하겠다'는 얘기를 정확하게 들어보지를 못했다"며 "주주들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 입장에서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그냥 따를 수만은 없는 것이 가스공사 사장의 입장"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석유와 가스는 출발은, 어머니는 같지만 그 세상에 나와서의 메커니즘은 확실히 다른 게 현실"이라며 "그래서 '이것이 같이 합쳐졌을 때 어떻게 시너지를 낼까' 하는 의문은 있지만 정부에서 지금 계획을 하고 있으니까 무슨 깊은 뜻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같이 협의를 해 보겠다"고 했다.

정부 방침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통합이 적절치 않다는 뜻을 최대한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공사 손 사장도 "아마 정부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서 통합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저희도 (통합이)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생각을 안 해 봤다. 앞으로 충분히 검토를 해 보겠다"고 했다.

손 사장은 김 위원장이 '정부 지침이 내려오면 거기 맞춰서 하겠다는 입장이냐'고 확인성 질문을 하자 "산업통상부 산하기관으로서서 정부 정책에 따르는 것은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공공기관으로서 마땅한 책임"이라면서도 "정부 정책에 따르기는 하지만, 우리 구성원들의 권익 보호는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감장 앞에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한국가스공사지부 노조원들이 '통합 반대' 취지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9일 대구 동구 한국가스공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노조원들이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의 통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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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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