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 언제까지 조건 타령만 할 것인가…시기 정하고 조건 맞춰야

[정욱식 칼럼] 주한미군 사령관은 '민주국가'의 군인임을 망각하고 있는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여부를 두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이견이 나오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13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등 정해진 조건들을 완전히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작권 전환을 실행한다면, 그에 따를 위험이 무엇인지 (상부에)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미측은 아직 충족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인가''라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서로 관점이 다른 부분은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전작권 환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정부는 올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완료하고 전작권 전환 연도를 도출해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전환 연도는 이르면 내년, 늦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인 내년을 염두에 둬왔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이 이뤄지려면 이미 통과한 1차 관문인 초기운용능력(IOC)에 이어 2차 관문인 FOC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지속하고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해 상당한 군사력을 구축한 만큼, FOC 충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미국측에선 자꾸 '딴 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14일자 <중앙일보>는 군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 고위 당국자가 "10년 전의 평가 기준과 현재의 기준이 같을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 8월 을지자유의방패(UFS) 연합연습이 축소 시행되면서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보완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미국은 이를 이유로 FOC 조건 충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는 '구실 찾기'에 불과하다. 지난 10년 동안 조선(북한)의 핵 고도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드러난 전장 환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사이에 한국이 가만히 있었던 것도 아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한국의 총 국방비는 약 530조원에 달한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군비 투자에 힘입어 한국은 3년 연속 세계 군사력 5위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평가에는 핵무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한국의 비핵 군사력의 급격한 강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부합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전략(NDS) 보고서를 통해 한반도에서 자국 방어의 책임을 한국이 맡도록 "유인을 강화하는 것을 우선시"하겠다며, 한국은 "핵심적이지만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critical but more limited US support)을 받으며 대북 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미국은 한국이 스스로 대북 억제의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또 그럴 능력이 있다고 하면서 전작권 환수 조건 충족과 관련해선 계속 '골대'를 옮기고 있다.

8월 연합훈련도 조미정상회담을 갈망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이고도 갑작스러운 지시로 반토막이 난 것이다. 미국의 군통수권자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일을 두고 한국군의 FOC 검증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미군측의 설명을 납득하기 힘든 이유이다. 연합훈련이 축소되었던 만큼, 한국군의 군사 자산과 계획 등을 놓고 협의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찾을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대로 연내에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연합훈련의 미래는 극히 불투명해진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할 때, 대규모 연합훈련은 중된되거나 대폭 축소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을 고려할 때, 연내에 조미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추후에 이를 모색하기 위해 연합훈련 중단이나 축소 지시를 또다시 내릴 수도 있다.

이는 한국군의 역량을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검증하겠다는 기존 방식이 매우 불안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미정상회담 추진과 조속한 전작권 전환은 양국의 군통수권자인 한미 정상의 합의 사항이다. 이 두 가지 목표 사이의 '불화'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은 조속히 전작권 전환 시기에 합의하는 데에 있다.

주한미군 사령관도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할수록 조미정상회담 성사도, 조미정상회담 개최시 합의 사항 이행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게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상간의 합의와 목표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또 하나. 한국과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신은 '군에 대한 민주적 문민통제'에 있다. 주한미군 사령관 등 미군의 일부 고위 장교들이 군사적 조언을 넘어 전작권 문제를 쥐락펴락하려는 것이 이러한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 강신철(왼쪽) 국방부 장관이 2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사령부(USFK) 본부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 전쟁부 사진영상배포망(DVIDS)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최근에 신간 <자주국방의 가성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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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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