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덴마크가 그린란드 안보 합의에 도달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점령 야욕으로 촉발된 양국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합의 내용이 덴마크의 그린란드 주권을 인정하고 기존 미국의 그린란드 주둔 권한에서 크게 나아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덴마크는 조용히 웃는 분위기다.
18일(현지시간) 덴마크 총리실과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공동성명을 내 "그린란드, 덴마크, 미국이 북극 및 북대서양 지역 안보 강화를 위한 합의에 다음 주 서명할 것"이라며 "세 정부가 유엔(UN) 총회 기간 중 합의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성명에서 이 합의가 "덴마크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 그린란드 주민의 자결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을 반복 주장해 왔고 올 초엔 이를 위해 미군 활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혀 긴장 수위를 끌어 올렸다. 중국 위협 등을 이러한 주장에 대한 구실로 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그린란드 무력 점령 가능성을 배제하고 소유권 주장도 완화하며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 덴마크, 그린란드가 "미국이 그린란드의 안보 및 기타 모든 필요 사항에 대한 영구적 통제권을 갖는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합의가 "그린란드와 미국의 안전·방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미국이 그린란드에서 영구히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미국의 적대국이 미국의 명시적 서면 승인 없이 그린란드에 기지 건설, 군 주둔, 민감한 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정이 "영구 효력"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그린란드에 "대규모 군사 주둔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양국이 구체적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조건으로 발언한 미 국무부 관계자가 이 협정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비회원국의 그린란드 기지 건설을 금지하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만 "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협정이 미국에 영구적 접근권, 기지 배치권, 상공 비행권을 부여하고 만일 그린란드가 독립하더라도 효력이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그린란드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소규모 미사일 방어기지를 운용 중이며 이미 1951년 덴마크와의 협정에 따라 그린란드 전역에 군사기지 설치 및 인력 주둔, 선박·항공기 등 이동수단 움직임을 통제할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어 이번 합의가 미국에 어떤 추가 군사 권한을 부여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뉴욕타임스>는 적대국 기지 건설 금지 관련해서도 나토 동맹국 영토인 그린란드에 비나토 회원국이 기지를 건설할 가능성은 원래 별로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번 합의에 정통한 두 소식통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안보 영구 통제 발언은 과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미군 관계자는 신문에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군이 덴마크 쪽과 협력하는 것이지 이들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덴마크 언론에선 축하 분위기가 감돌았다. 덴마크 일간 <베를링스케>는 "트럼프에게 덴마크가 이겼다고 말하지 말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덴마크 일간 <폴리티켄>은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얻지 못했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승리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영국 BBC 방송을 보면 나토 대변인은 이번 합의가 "이 중요한 지역의 안보, 안정, 협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다만 <로이터>는 덴마크 코펜하겐대 정치학 교수 미켈 베드비 라스무센이 "이건 아마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에 대한 야망의 끝이 아닐 것이고 그린란드 자원과 영토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관심의 끝도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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