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속적인 그린란드 야욕에 유럽국들이 일제히 덴마크를 지지하고 나섰다.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미국의 그린란드 장악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 동맹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한편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가 중국에 대만 침공 정당화부터 작전 방식까지 폭넓은 영감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 <로이터> 통신 등을 보면 프레데릭센 총리는 5일(이하 현지시간) 덴마크 방송 TV2에 "미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하기로 결정한다면 모든 것이 중단될 것"이라며 "여기엔 나토와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안보 체제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공영 방송 DR에 "유감스럽게도 그린란드를 원한다는 미국 대통령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며 "나는 덴마크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 왔고 그린란드 또한 미국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다고 반복적으로 말해 왔다"고 강조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전날에도 성명을 내 미국에 그린란드 관련 "위협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옌스 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총리도 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에 "합병에 대한 환상"을 "이제 그만" 접으라고 촉구했다. 그는 5일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가 베네수엘라와 같은 상황이 아니라며 주민들에게 침착할 것을 당부했다.
이틀 연속 나온 덴마크의 그린란드 관련 대미 메시지는 트럼프 정부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군사 작전 뒤 덴마크가 느끼는 위기감을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를 축출한 지난 주말 언론에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재차 야심을 표현했다.
<AP> 통신은 TV2가 과거였다면 프레데릭센 총리가 미국의 그린란드 장악 가능성을 단호히 부인했겠지만 이제 수사가 너무 격화돼 가능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외교 규칙을 따르지 않는 트럼프 정부와 맞닥뜨린 현 상황에서 덴마크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유럽국들은 잇달아 덴마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영국 BBC 방송을 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5일 "그린란드와 덴마크의 미래는 오직 그린란드와 덴마크가 결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그린란드에서 손을 떼라'고 말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단호히 답하기도 했다. 이어 "덴마크는 유럽의 가까운 동맹이자 나토 동맹국이고 그린란드의 미래는 덴마크와 그린란드 그 자체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요한 바데풀 외무장관도 5일 필요시 그린란드 보호 문제가 나토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를 보면 바데풀 장관은 이날 취재진에 "덴마크가 나토 회원국이기 때문에 그린란드도 원칙적으로 나토 방어의 대상"이라며 "그린란드 방어 강화 관련 추가 요구사항이 있다면 우린 동맹의 틀 안에서 이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뉴스>를 보면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 파스칼 콩파브뢰도 현지 방송에 "국경은 무력으로 바꿀 수 없다"고 강조하며 프랑스가 덴마크와 "연대한다"고 밝혔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린란드 관련 "스웨덴은 이웃국(덴마크)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다른 이웃국 지도자들도 일제히 덴마크 지지 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주변에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도처에 있다며 국가안보 위협을 들어 그린란드가 미국에 필요하다고 주장 중이지만 미 CNN 방송은 덴마크 고위 사령관들이 현재 그린란드가 러시아 및 중국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덴마크 군 당국자는 혹독한 날씨, 산악 지형, 부족한 기반시설 탓에 그린란드 동쪽 해안이 사실상 점령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서의 놀라운 성공으로 고무되며 그린란드의 미래와 서방 군사 동맹의 결속력은 다시 한 번 불확실성에 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미켈 룬게 올레센 덴마크국제학연구소(DIIS) 선임연구원이 베네수엘라 공습 뒤 불안감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의 상황을 비교하는 건 "다소 비약적"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는 "수십 년간 끔찍했다"며 "나토 동맹국을 침공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봤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작전이 대만 관련 중국에 영감을 줬을 우려도 크다. 퉁자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은 이미 대만을 내정 문제로 봐 군사적 점령을 국제법 위반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국제사회가 최근 미국의 행동을 수용하는 것을 지켜보며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움직임을 세계가 훨씬 더 쉽게 용인할 것이라고 거의 확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대만 관련해 미국의 이번 작전 방식 자체에 주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마두로 생포 작전이 중국 분석가들 사이에서 높은 정밀도와 최소 사상자를 동반한 "교과서적" 공습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중국 항공분석가 푸첸샤오가 "미국의 마두로 생포 작전은 대만 지도부에 분명한 경고가 돼야 한다. 대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유사한 작전을 수행할 경우 이를 피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가디언>은 대만에선 오히려 중국산 무기를 공급 받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점이 주목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탐캉대 국제문제전략연구소 린잉위 교수는 지난해 인도와 파키스탄 충돌 때 "중국산 무기가 매우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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