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에 걸친 이 여정을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사고(표시), 무엇을 먹으며(가공), 어떻게 사 먹는지(외식의 구조)를 차례로 들여다봤다. 그 모든 이야기의 끝에서 나는 우리 식탁의 가장 반대편에 놓인 풍경을 이야기하고 싶다. 바로 '버려지는 음식'이다. 우리가 애써 차린 밥상의 상당 부분이 입에 닿지도 못한 채 쓰레기가 된다. 이것은 단지 아까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먹거리 체계 전체의 지속가능성이 걸린 문제다. 마지막 글은 이 버려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되살리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세계는 만든 음식의 3분의 1을 버린다
먼저 그 규모에 놀랄 준비를 하자. 유엔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된 먹거리의 약 3분의 1이 사람의 입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라진다. 밭에서 거둔 뒤 유통 과정에서 손실되는 것과, 가게와 식당과 가정에서 버려지는 것을 합친 양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가장 최근에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2024)」를 보면 소비 단계에서만도 한 해 10억 5000만 톤이 버려졌다. 하루로 치면 10억 끼가 넘는 음식이 매일 버려지는 셈이고 그 가운데 60%가 다름 아닌 가정에서 나온다.
더 뼈아픈 것은 그 뒤에 숨은 낭비다. 버려지는 음식은 그저 음식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기르는 데 들어간 물과 땅, 뿌린 노동, 그리고 실어 나른 에너지가 함께 버려진다. 실제로 세계 농경지의 약 4분의 1이 결국 버려질 음식을 기르는 데 쓰인다. 게다가 매립지에서 썩는 음식은 메탄이라는 강력한 온실가스를 뿜어낸다. 음식물 쓰레기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8~10%를 차지한다는 추정이 있을 정도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한 그릇이, 실은 지구에 상당한 부담을 지우고 있는 셈이다.
우리 식탁의 그림자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유난히 반찬을 많이 차리고 국물 음식이 많으며 '푸짐한 상차림'을 미덕으로 여기는 식문화를 가졌다. 그만큼 남기고 버리는 양도 많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생활계 음식물 쓰레기는 약 500만 톤, 하루로는 약 1만 4000톤에 이르러 전체 생활 쓰레기의 28.7%를 차지했다.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버리는 음식물이 약 290g꼴이며 이렇게 버려진 음식이 뿜어내는 온실가스만 연간 885만 톤(이산화탄소 환산)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들은 매일 쏟아지는 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느라 막대한 예산을 쓴다. 버리는 데에도 돈이 드는 것이다. 그 처리 비용은 결국 우리 모두의 세금이다.
버려지는 것은 식탁 위 음식만이 아니다. 밭에서부터 버려지는 것도 많다. 맛과 영양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조금 휘어지거나 크기가 제각각이라는 이유로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이 상품성이 없다며 팔리지도 못하고 버려진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외관 때문에 버려지는 농산물이 연간 수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보기 좋은 것만 찾는 우리의 소비 습관이 멀쩡한 먹거리를 밭에서부터 솎아내고 있는 것이다.
버려지던 것을 되살리는 과학, 푸드 업사이클링
그러나 이 그림자에도 빛이 있다. 버려지던 것을 되살리는 흐름,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이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재활용(리사이클링)과 다르다. 재활용이 폐기물을 잘게 부수어 낮은 등급으로 돌려쓰는 것이라면 업사이클링은 버려질 것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더 나은 것'으로 되살리는 일이다. 예컨대 맥주를 만들고 남은 보리 찌꺼기로 영양 많은 곡물 가루나 과자를 만들고 두유를 짜고 남은 콩비지를 새로운 식품 원료로 바꾸며 못난이 과일을 잼이나 주스, 말랭이로 되살리는 식이다. 버려질 뻔한 부산물이 어엿한 새 상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식품학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버려지던 원료에 어떤 영양이 남아 있는지 분석하고 그것을 안전하고 맛있게 가공하는 기술이 바로 식품학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 앞부분에서 우리는 발효처럼 '이로운 가공'을 이야기했는데 푸드 업사이클링이야말로 가공 기술이 낭비를 줄이고 가치를 만드는 가장 미래지향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산업 기반이 조금씩 갖춰지고 있다.
결국, 식탁의 미래는 우리 손에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제도가 있어도 이 문제의 가장 큰 열쇠는 언제나 우리의 일상에 있다. 버려지는 음식의 상당 부분은 다름 아닌 가정과 식당의 밥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거창한 실천이 아니어도 좋다. 먹을 만큼만 사고 먹을 만큼만 주문하는 것.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소비기한을 이해해 멀쩡한 음식을 날짜만 보고 버리지 않는 것. 냉장고를 자주 들여다보며 있는 재료부터 쓰는 것. 조금 못생긴 농산물도 기꺼이 장바구니에 담는 것. 식당에서 남길 것 같으면 미리 양을 조절하거나 남은 것을 싸 오는 것. 이 작은 습관들이 모이면 밭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그 거대한 낭비의 사슬을 우리 손으로 끊을 수 있다.
돌아보면 이 시리즈가 열두 번에 걸쳐 되풀이한 이야기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우리가 먹는 것을 조금 더 알고 조금 더 주의 깊게 대하자는 것이다. 앞면의 광고가 아니라 뒷면의 정보를 읽고 공포나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값이 아니라 가치를 따지며 그리고 우리가 먹고 버리는 것이 나 자신과 이웃과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헤아리는 것. 그 작은 앎과 관심이 모여 우리의 식탁을 더 안전하고 정직하고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든다. 잘 먹는다는 것은 결국 잘 아는 것이고 잘 아는 소비자가 결국 더 좋은 먹거리 세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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