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이란은 오히려 미국이 궁지에 몰렸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재국을 통해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외교적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겼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이란의 한 고위 외교 관계자가 미국이 "궁지에 몰렸다"며 절박한 상황에서 이란의 핵심 기반 시설을 공격하고 있는데 이는 전쟁 범죄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란이 외교적 해결 의지를 보였음에도 트럼프 정부의 강압적 태도와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해 외교적 전망이 어두워졌다면서 "미국이 6월 17일 체결된 양해각서에 근거한 약속을 파기한 것이 현재 상황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란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며, 중재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교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3일 이란과 이라크 당국자들을 인용해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가 전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제안을 이란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휴전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란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합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익명을 요구한 이란 관리 2명은 신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수도인 테헤란을 비롯해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 위협을 실행에 옮길 경우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이란군이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란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공격하고 후티 반군에게 홍해의 전략적 해협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도록 요청하는 등 지역으로 전쟁을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측 수석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다른 중재자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문제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매체 <액시오스> 역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 노력에 관해 정통한 중동 지역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란 정권 지도부가 제시된 최신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짧은 인터뷰에서 지난 2월 28일 이란에 대해 실시했던 공습인 '장대한 분노'(Epic Fury) 때보다 더 큰 규모의 공습을 포함해, 이란을 상대로 한 대규모 전투 작전을 재개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라며 "거의 결정에 다다랐다.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스라엘이 "내가 요청만 하면 2분 안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작전을 개시하는데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 측이 "협상을 원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란)은 아직 충분한 고통을 겪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추후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선박, 화물 또는 이와 관련된 모든 손해에 대한 배상은 미국이 보유하고 통제하는 이란 자금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손해액은 상당할 수 있지만, 이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치"라고 말해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SNS인 'X'(옛 트위터)의 본인 계정에 "다른 국가의 자산을 압류해,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별개의 미래 손해배상 청구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이러한 자금의 사용을 환영하거나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정부들이 자산 몰수를 정상적인 관행으로 만들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의 자산도 안전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초래될 혼란은 결코 아름답지도, 평화롭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24일 키르기스스탄 촐폰아타에서 열리고 있는 상하이 협력 기구(SCO) 연례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지며 지지 확보에 나섰다.
이 회담에서 양측은 "페르시아만 일대의 악화하는 정세와 적대 행위 지속으로 인해 평화적 해결 전망이 무산될 위험이 커지고 있는 점에 대해 논의했다"고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미국의 이란에 대한 공습이 13일째 이어진 가운데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의 주도이자 석유 산업 및 교통 중심지로 불리는 아바즈에서 미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4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은 이날 미사일 기지가 위치한 호람아바드와 호르무즈 해협과 접한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이란의 원유 수출 항구인 자스크 등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미군의 공습이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란은 바레인과 요르단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드론(무인기) 공격을 실시했다고 이란 <메흐르> 통신이 보도했다. 이란군은 성명을 통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바레인의 셰이크 이사 공군기지 내 연료 저장 탱크, 장비 창고, 병사 숙소 등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군은 요르단의 무와파크 공군기지와 살티 알 아즈라크 기지에 있는 항공기 격납고, 정비 시설, 숙소도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또 쿠웨이트에 위치한 알 살렘 기지 내 대규모 탄약고를 타격했으며, 연쇄 폭발을 통해 완전히 파괴시켰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기지 내 병력 거주용 창고들도 공격을 받아, 대형 창고 6동이 완전히 완파되고 다른 3동도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다수의 적 병력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미국 기업 아마존의 데이터 센터를 향한 공격을 완수하고자, 해당 센터의 남아 있던 건물을 타격하여 완전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센터는 바레인에 위치해 있는데, 아마존과 바레인 당국 모두 혁명수비대의 주장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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