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목소리가 사라졌다… CNN 쫓아낸 백악관에 미 언론들 '취재 거부'

주요 신문·통신도 21일 트럼프 사진 안 싣고 연대…CNN 등 "언론 자유 보장 수정헌법 1조 침해" 소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판적 보도를 해 온 미 CNN 방송 등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하자 미 언론들이 취재 거부(보이콧) 등 공동대응에 나섰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새 헬기장 완공 기념식 및 유엔(UN)총회 참석을 위한 헬기 탑승 영상에선 헬기 소음에 가려 트럼프 대통령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에서 큰 가위를 들고 완공 기념 테이프를 자르며 안전모를 쓴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악수를 했지만, 영상 내내 '웅웅' 거리는 헬기 소리만 들리고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백악관 방송 공동취재단(풀단)의 취재 거부 탓에 더 선명한 음질이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행사 보도는 원래 CNN이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가짜 뉴스"라며 별다른 근거 없이 CNN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했다. 이에 CNN을 포함해 5곳 방송사로 구성된 백악관 방송 공동취재단이 21일 CNN을 대체할 방송사를 내보내지 않기로 하며 이날 대통령 음성 대신 헬기 소리로 채워진 열악한 영상이 공개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MSNOW 방송,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백악관 출입도 근거 없이 금지했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를 포함해 ABC, CBS, CNN, NBC로 구성된 백악관 방송 공동취재단은 21일 공동성명을 내 "대중은 정부에 대한 정확하고 독립적인 정보를 제공 받는 데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어떤 행정부도 보도 내용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언론사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들 5사는 트럼프 대통령 공동 취재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AP> 통신,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방송 공동취재단 간사인 폭스뉴스 워싱턴 지국장 브라이언 보턴은 백악관 출입기자단에 보낸 공지에서 "오늘부터 대통령 행사에 대한 공동 취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백악관이 CNN의 공동 취재 임무 수행을 막은 데 따른 것이고 대체 취재단은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 공동취재단은 돌아가면서 대통령 공식 일정을 촬영해 송출하고 다른 언론사들과 공유한다. 백악관 내에서 이뤄지는 행사 외에도 해외 순방에도 동행해 각종 행사를 촬영하고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도 동승한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NYT),< AP> 등 주요 미 신문, 통신사들도 방송 5사에 연대를 표명해 21일 하루 동안 트럼프 대통령 공식 행사 사진을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1일 성명을 통해 "백악관 출발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행사를 포함해 오늘 대통령 일정에 대한 어떤 사진도 미 동부 시간 기준 자정까지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백악관 출입이 금지된 언론사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한 다른 언론사 사진기자들의 공동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1일 미 주요 언론에선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시장 관저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과 회동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를 다룬 <뉴욕타임스>, <AP> 기사엔 맘다니 시장 사진만 실렸다.

회견에서 맘다니 시장은 백악관에 특정 언론 출입을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에 이의를 제기했냐는 질문을 받고 이날 회견엔 모든 언론인들의 출입을 허용하겠다고 대통령에 말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을 옹호하며 "흥미로운 건, 그들은 나에 대한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말하지만 절대 그런 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사는 공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뉴욕 첫 무슬림 시장인 맘다니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민을 포함한 거의 모든 문제에서 다른 입장을 갖고 있지만 취임 이후엔 대체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맘다니에 "훌륭한 시장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맘다니 시장은 "이 도시 주민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누구와도 대화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회동을 다룬 21일자 <뉴욕타임스>(NYT) 기사에 트럼프 대통령 없이 맘다니 시장 사진만 실려 있다.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출입 금지 선언 뒤 19일부터 실제로 소속 기자들이 백악관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CNN, MSNOW, <폴리티코>는 21일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수정헌법 1조 언론의 자유 침해 혐의 소송을 제기했다. 3사는 "수정헌법 1조에 대한 이보다 더 직접적인 공격, 우리의 가장 근본적 헌법 원칙에 대한 이보다 더 노골적인 위반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하며 백악관 출입 재개를 요구했다.

세 언론사는 이날 관련 공동성명에서 "오늘 아침 우리는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권리를 보호하고 언론이 무엇을 보도하고 발행할지 정부가 결정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백악관은 보도 내용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사전 고지나 절차 없이 우리 기자들의 취재 자격을 박탈했다"며 "이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이는 언론의 자유 및 정부 간섭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저널리즘을 누릴 대중의 권리를 위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백악관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언론의 자유를 공격하는 게 아니다. 사랑하는 미국에 암처럼 번진 가짜 뉴스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누리집에 자체 영상 채널인 '트럼프 TV'를 신설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통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명칭 변경해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AP> 기자들의 백악관 집무실 출입을 금지했다. 관련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 7월엔 트럼프 대통령의 새 전용기 보안 문제를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자들에게 연방 대배심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가 법원의 부정적 반응에 철회하기도 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내 AP 통신 취재진용 자리 외부에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미 언론사 CNN, MSNOW, 폴리티코 및 지난해 백악관 집무실 출입이 금지된 AP와 연대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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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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