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금요일 78주년 제헌절을 기념해 국민이 내란을 막은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제정하겠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국민주권정부 이름에 값하는 좋은 지향이다. 이미 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대표 발의로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니 올 12월에는 국민주권의 날 행사를 국회에서 가질 것 같다. 문제는 기념일을 지정하고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국민주권을 제도화하고 실질화하는 가에 달려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국민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만, 아직 '국민에 의한' 비젼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직 한반도 역사에서 한번도 그려보지 못한 청사진이기에 쉽게 나오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국민과 함께 국민주권시대의 청사진을 그리겠다는 담대한 선언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득권에 물들고, 지배 논리에 포위된 기존 정치인이나 기득권 엘리트들을 통해서는 쉽게 나올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담대한 비젼을 국민과 함께 그려갈 때만 제대로 된 청사진이 나올 수 있다.
국민이 함께 그릴 청사진
조정식 국회의장은 같은 날 제헌절 기념사를 통해 이미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87년 헌법이 내년에 40년을 맞이하는 만큼, 국민주권 개헌안을 마련하고 제22대 국회 내에 10차 개헌을 완수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정부와 이재명 정부에서 몇 차례의 개헌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번에도 기존의 논리와 셈법을 따라간다면 쉽게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109석을 가지고 있는 국민의힘이 동참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개헌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주권시대에 맞는 발상과 상상력의 전환의 필요하다. 10차 개헌은 정치인들만의 몫이 아니라,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제7공화국의 시대정신이다. 지난 87년 개헌처럼, 몇몇 정치인이 물밑 협상으로 진행할 일이 아니다. 국민이 제안하고 토론할 수 있는 개헌플랫폼을 마련하고, 지역과 직장과 학교에서 활발하게 토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개헌 이슈가 복잡하고 많다면, 제7공화국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7대 핵심과제 정도만 국민이 토론하고 논의하도록 하면 된다. 그 자체가 훌륭한 시민교육이자, 민주주의의 토론장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개헌시민의회 도입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내년은 선거가 없는 해이니 개헌을 논의할 수 있는 적기이고, 개헌시민의회를 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역, 계층, 학력, 직업 등 다양한 사회계층의 비율에 맞춰 300인 정도의 개헌시민의원을 추첨선발하고 이들이 내년 몇 개월 동안 개헌의 핵심의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논의해 국민개헌안을 만들도록 하면 된다.
온·오프의 플랫폼을 통해 국민이 제7공화국의 정신과 가치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하며, 지역의 대표로 추첨 선발된 시민의원들이 국민의 여론을 살피면서 핵심과제에 대한 개헌안을 마련해가면 된다. 추첨 선발된 시민의원들은 정치적,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우니 보편적 시대정신과 국민정신에만 집중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 개헌시민의회는 세계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국민주권시대, 시민의회의 방향과 과제
개헌시민의회! 그게 가능할까?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선거제·대의제를 한계를 경험한 선진국들도 이미 개헌·기후·정치개혁·지역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700차례 이상의 다양한 시민의회를 경험했다. 시민의회를 철학과 경험은 이미 축적되어 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시민들의 정치적 상상력과 권한의 가진 이들의 추진 의지다.
지난해 3월 뜻있는 이들과 시민의회전국포럼을 결성하고 1년 반을 달려왔다. 실현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없지만 않았지만, 난맥에 빠져 버린 한국사회의 현실에서는 국민주권과 시민의회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호응이 컸다. 그래서 다양한 사회적 실험을 해볼 수 있었다. 지난 1월에는 맨땅에서 기금을 조성하고 관악기후시민의회를 개최해 50명의 시민의원에게 참여수당을 주어가며 관악주민의 집단지성을 모았다. 그래서 합의된 것들을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제안했고, 정책추진을 약속받았다. 대전에서는 60여명의 시민이 모여 이미 우리 사회가 당면한 돌봄문제를 시민의회방식으로 풀어보자는 청사진도 그렸다.
광명에서는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민의회 지역조례를 만들어서 함께 추진하자는 정책협약을 이끌어냈고,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광주에서는 광역 차원에서 시민주권위원회와 시민의회(회의)를 모색하고 있으며, 군포에서는 벨기에와 프랑스 파리시와 같은 상설시민의회까지 모색하고 있으니, 문제는 시민들의 정치적 상상력과 사회적 실험이다. 7월 22일 국회에서 시민의회 그동안의 활동과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리니 자세한 내용은 복지국가SOCIETY나 시민의회전국포럼 홈페이지(☞사이트 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정치적 상상력을 허하라!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뜻있는 시민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으고 뜻을 모은 것이 이 정도인데, 국가적 노력과 재정이 들어간다면 국민이 만드는 제7공화국은 의외로 쉽게 찾아올 수 있다. 내란의 위험을 극복한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상일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렸을 때 올라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어진 기회를 놓친다면 위기는 금방 다시 찾아온다. 지난 한 달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 축구에서 봤던 것처럼!
주어진 기회의 시간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국민주권의 철학을 분명히 하고, 국민주권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와 청사진을 분명히 제시하지 않으면 국민은 다시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올해 12월 3일, 첫 번째로 맞이하는 '국민주권의 날' 기념일에는 대통령의 담대한 선언과 청사진을 들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