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의 광풍이 지나간 지 한달 여가 되었다. 그 많은 정치 평론가의 예상과 전망은 다시 돌아보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말의 상찬이 지나가고 되줍기가 그런지 다른 상찬을 준비한다. 여당의 당권경쟁과 월드컵 예선 탈락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지방선거 기간을 잠시 되돌아보자. 높은 대통령의 지지로 여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야당은 지리멸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었을 때 반전이 일어났고, 누구도 이기지 못한 결과였지만 여야의 기득권들은 자신들이 이겼다고 자평했다.
지방선거와 월드컵 예산탈락의 공통점
재미있게도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와 월드컵 예선 탈락은 공통점이 괘 많아 보인다. 먼저 답답하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더 답답하다. 그리고 그 문제 핵심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누가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에 다다르면 더욱 난감해진다.
먼저 지방선거부터 보자. 대부분의 공천권이 중앙 양당정치에 귀속되어 후보로 나온 이들은 지역 문제를 얼마나 인식하고 풀어갈 의지와 역량이 있느냐는 것보다 당에 얼마나 충성할 건가로 공천된다. 양당이 만들어 놓은 제한된 선택권에 국민이 투표를 하려고 하니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고, 이번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는 500명을 넘길 정도로 역대급을 기록했다. 영호남에 그치는 무투표 당선이 이번에는 수도권까지 휩쓸었다.
월드컵 예선탈락 원인을 감독의 전술부재로 보지만 전체적으로는 대한축구협회의 탐욕과 무능으로 보인다. 오랜기간 대한축구협회는 건강한 제안과 비판을 묵살하고 하던 대로 해왔다. 서로의 이해관계와 학연·지연에 충실한 협회원들의 담합으로 투표라는 민주적 형식을 방패 삼아 축구협회가 존재하는 목적에서 점점 멀어지는 결정을 해온 것이다.
결국은 민주적 형식에 기댄 비민주적 운영과 담합이 세계대회를 통해 우리 앞에 처참한 성적표로 왔다. 너무나 비슷하지 않나? 민주적 형식으로 투표를 하지만 투표의 결과는 정해놓은 민의만 수렴하게 하는 형국이란 것이. 많은 이들이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지만,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개혁하는 데는 주춤했다.
3번째로 나선 지역정당 위헌소송
'서울탈시설장애인당'이 지역정당의 등록을 제한하는 정당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3번째로 제기했다. 서울탈시설장애인당은 장애인의 이동권, 노동권 등 기본권의 보장을 요구하는 운동, 특히 관리감독 당하는 시설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탈시설운동을 해왔다. 탈시설장애운동을 계승하면서 입법적으로 제도화하고 행정적 정책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결사체로 전환하고자 만든 당이다.
조상지 서울탈시설장애인당 대표는 헌법소원재판소 앞에서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는 것은 정치인데,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왜 정치가 아닌가?"며 "장애인 일자리를 없애는 것은 정치인데, 해고된 중증장애인 노동자가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왜 정치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울의 문제를 가지고 정치 결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를 지우는 것이 정치였다면 우리가 직접 등장하는 것도 정치"라고 강조했다.
'지역정당네트워크'는 2021년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2023년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기각한 바 있다. 2006년 지역정당 위헌소송에 이은 2번째 위헌소송이 소송이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최종적으로는 합헌 결정이 유지됐으나, 사실상 절반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내놓으면서 지역정당 허용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5명은 지방자치 확대와 정보통신기술 발달 등 사회 변화 속에서 전국정당만을 유일한 정당 형태로 강제하기 어렵다며 지역정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봤다. 또 "모든 정당이 전국 규모일 필요는 없다"며 현행 제도가 시민의 정치결사의 자유와 풀뿌리 정치 참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봤다.
기사로 접한 이들이 보기에, 기존 정당법이 헌법이 정한 정치결사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생각하면 헌법소원을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스치듯 할 수는 있지만 본인의 정치적 소명으로 받아 들이고 함께 하는 이들과 직접행동을 만들어 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도 꾸준히 한다는 건 더더욱 어렵다. 3번째로 나선 지역정당 위헌소송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성찰하지 않는 것들의 비극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있어 왔다. 하지만 기득권 집단은 쓴소리들을 무시했고, 오늘과 같은 비참한 축구계의 현실을 맞이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한여름 더위에 더해 짜증과 분노감을 맞봐야 했고, 축구협회의 기득권들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한 달 전에 끝난 지방자치 선거도 마찬가지다. 양당의 기득권 정치가 가진 폐해를 수많은 이들이 지적했고 개선을 촉구해 왔지만, 변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의 주권을 주민과 지역에게 돌려주라고 했지만, 기득권 정치인들은 성찰하지 않는다. 이들이 성찰하고 개선하지 않는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축구협회와 같은 비참한 현실에 직면하고 외부의 더 큰 목소리에 직면할 것이다.
축구협회를 반면교사 삼아 지역자치도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지역에 대한 애정과 역량을 겸비한 이들이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도록 하고, 거대 양당의 담합과 카르텔 정치를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이번에 제기한 3번째 위헌소송이 변화를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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