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에 과거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유권자 블록과 청년 정치가를 굉장히 중시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된 게 굉장히 기이했습니다. …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포지션에 청년들이 강력하게 있어야 합니다."(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전 국정기획위원회 기획위원)
"저는 우리 당의 지도부가 미래가 아닌 과거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정부와 당 지도부가 보는 방향이 달랐던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선거 이후 많이 하게 됐습니다. 미래를 살아가게 될 2030세대는 당연히 과거를 두고 싸우며 오늘날에 관심없는 당에 관심을 두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김형남 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모인 청년 정치인과 연구자들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이 청년들을 도외시하고 있으며, 이대로는 당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성토를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이름의 토론회를 주최한 민주당 의원들은 입을 다문 채 패널들의 비판에 귀기울였다. 토론회를 주최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 당 청년 보좌진도 다수 참여해 자리를 가득 메웠을 정도로 위기를 체감한 이가 많았다.
민주당이 '자성의 장'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6.3지방선거에서 서울 탈환에 실패했고, 특히 청년층 이탈이 두드러졌기 때문이었다. 방송3사 공동출구조사에서 서울 20대 남성의 정원오 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투표율은 23.7%에 불과했다. '집토끼'로 불리던 30대 여성의 정 전 후보 투표율도 51.3%로 오세훈 서울시장 투표율 45.3%과 격차가 크지 않았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그동안 청년 세대의 민주당 지지가 한국 정치의 상수처럼 여겨져 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믿음이 산산조각났다고 주장했다.
2002년 대선에서 20대의 62.1%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2012년 대선에서도 2030세대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65% 넘는 표를 던졌으나,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청년 남성 지지율이 절반을 넘지 못했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성별 구분 없이 정 후보의 청년 지지 약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핵심 지지층이던 2030 세대가 이탈한 지금의 민주당을 "중장년 정당"이라 평했다. 그는 "지금 40~50대의 경우 과거 역사적인 사건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특정한 가치를 지향하는 집단적 특성을 보였다"며 "과거와 같은 사건이 미래에 또 발생할 가능성은 없으니, (청년 세대 민주당 지지에) 구조적으로 위기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자가, 취업, 절차적 공정, AI가 불러올 미래산업 등 청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구와 민주당이 제시하는 의제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청년의 삶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이런 결과(지지율 이탈)를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6·3 지방선거를 뛴 김형남 전 정원오 캠프 대변인은 민주당의 선거 전략과 메시지는 청년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평생직장'이 옛말이 된 시대에 청년이 느끼는 고용불안과 부동산 격차에 대한 박탈감을 짚으며 "당이 평생 (안정적으로) 일할 기회와 주거 사다리 회복,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슈를 주도"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순간부터" 민주당이 "'리스크'를 방지하는 정당에 머물고 있다"며 "시대를 만드는 정당에서 관리하는 정당으로 갈 때가 '기득권 정당'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순간이다. 당을 이런 기조로 계속 운영해 나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변인은 나아가 "대구에서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2030 지지율을 높게 받은 이유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2030이 살아갈 시대를 설계하지도, 아젠다를 던지지도 않는데 왜 저들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지 얘기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그는 "국민은 민주당이 과거에 어떤 정당이었는지 묻는 게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 정당인지 묻고 있다. 여기에 답하는 것이 집권 여당의 역할"이라며 "어떻게 국민을 지키는 국가를 보여줄지, 이재명 정부와 함께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에게 지지만 호소할 게 아니라, 당 내에 청년들이 힘을 갖고 정책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청년이 강하게 결합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진보라는 브랜드를 입히기 어렵다"며 "왜 국정개혁을 저 같은 50대 이상이 주도해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유권자에 대한 경청은 언급할 가치도 없는 기본이고, 청년들이 중요한 위치에 30~40대가 위치해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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