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통해 약 14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가족들이 이해충돌 행위를 벌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과거 미국 대통령들의 경우 재산을 처분하고 임기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위를 이용해 수익을 올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6월 30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재산 공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한 첫해 가족의 암호화폐 사업에서 얻은 약 14억 달러를 포함해 놀라운 수준의 횡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통령은 최소 22억 달러(한화 약 3조 원)를 벌어들였으며, 이 수치에는 부동산 자산 등 그의 방대한 보유 자산의 다른 부분들도 포함되어 있다"며 "이는 그가 대통령직에 복귀하기 전인 2024년 한 해 동안 그의 기업들이 벌어들인 최소 6억 2200만 달러와 비교되는 수치"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윤리청(OGE)에 제출된 2025년도 연례 재산 공개 서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회사들은 그와 그의 아들들이 공동 설립한 암호화폐 벤처 기업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로부터 약 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라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여기에는 암호 화폐 판매로 얻은 약 5억 2000만 달러와 월드 리버티 사업의 지분 매각으로 얻은 약 2억 5000만 달러의 수익이 포함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회사를 통해 'WLFI'라는 디지털 화폐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 암호화폐는 특정 비용을 공제한 후 각 판매 대금의 75%를 트럼프 소유 사업체에 배정하도록 하고 있어, 설사 화폐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보장해뒀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취임식을 며칠 앞둔 지난 2025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와 연계된 한 투자 회사가 월드 리버티의 지분 49%를 인수했는데 이 직후 UAE는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 반도체 칩 수출과 관련한 계약을 트럼프 정부와 체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UAE측 회사가 해당 기업의 지분을 구매해주고 대신 반도체 칩을 받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자산의 또 다른 주요 원천은 취임식 며칠 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TRUMP'라는 이름의 신종 '밈'코인"이었다면서 "그는 이 코인 판매로 6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해당 코인 가격은 잠시 급등했으나 이후 폭락헀고 최근 가격은 1년 전보다 약 80% 하락한 1.67달러 안팎"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규정 시행부터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의 암호화폐 업계 단속 수위 조절에 이르기까지, 업계에서 유익하다고 판단하는 정책과 이니셔티브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위를 이용해 사실상 암호화폐 장사를 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 영국 공영방송 BBC는 "트럼프는 금융 규제 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폴 앳킨스를 임명했는데 암호화폐 업계의 아군으로 여겨진다"라며 "2025년 4월 취임 이후 앳킨스 위원장은 전임자의 엄격한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SEC의 방향을 전환했다"라고 보도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해 7월 "미국을 디지털 자산 분야의 명실상부한 선두 주자로 만들겠다"며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한 '지니어스 법안'에 서명했다고도 덧붙였다.
신문은 "보고서에 따르면 그의 암호화폐 사업은 현재 가장 수익성 높은 기업 중 하나"라며 "한때 암호화폐를 마약 거래상과 사기꾼들의 피난처라며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놀라운 반전"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그동안 다소 베일에 싸여 있던 대통령의 재정 상태는 결국 그의 암호화폐 사업이 가진 이해충돌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 업계의 주요 사업자이자 동시에 그 업계의 최고 정책 입안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해 충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나 그의 가족은 이해충돌 행위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결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 조치를 통해 미국을 전 세계 암호화폐의 수도로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모든 조치는 미국 국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취해진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기자'들은 민주당과 기성 언론이 지난 10년 동안 밀어붙여 온 해묵은 거짓 이야기를 똑같이 재활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쏘아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위 '비즈니스'에는 암호 화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문은 "트럼프 가족은 부동산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서도 계속해서 거액의 돈을 끌어모았는데, 여기에는 지난해 최소 3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중동 지역 계약들이 포함된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베트남과 루마니아,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에서의 기존 계약들이 합쳐져 최소 2000만 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였다"고 짚었다.
정부윤리청 청장 대리를 역임했던 돈 폭스는 <로이터>통신에 "대통령과 부통령은 행정부 공무원들의 이해충돌을 금지하는 윤리법의 적용 대상에서 면제된다"며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모든 대통령은 마치 자신이 이해충돌법의 적용을 받는 것처럼 재정을 관리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규범들이 완전히 창밖으로 던져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적인 윤리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입증해 주고 있다"라며 "입법 측면에서 볼 때, 대통령과 부통령이 보유할 수 있는 투자 자산의 유형을 제한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수석 윤리 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는 BBC에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로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당연히 이해충돌"이라고 단언했다.
레이먼드 제임스 금융그룹(Raymond James Financial Group)의 개인 고객 부문 이사인 윌 워커-아르노트 역시 방송에 "트럼프의 재정 운영 방식은 이전 대통령들과는 대조적"이라며 "지미 카터는 땅콩 농장을 백지신탁에 맡겼고, 조지 W. 부시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텍사스 레인저스(야구단) 지분을 매각했지만, 트럼프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가족 소유의 암호화폐 회사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