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사회 전반에서 달라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자본시장 역시 AI 관련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세로 연일 뜨겁다. 이제 AI는 우리 삶의 가장 사적인 영역인 '돌봄'에까지 닿아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치매 돌봄 분야에서 AI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시행하는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는 노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꾸준히 꼽히고 있다. 학계에서는 '치매 관련 불안(DRA, dementia related anxiety)'이라는 개념이 연구될 정도로, 치매 발병에 대한 두려움과 가족이 감당해야 할 돌봄 부담에 대한 걱정은 우리 사회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가 더해지면서 치매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 중심 돌봄은 이미 한계에 직면해 있으며, 장기 요양 서비스와 같은 사회적 돌봄 체계 역시 늘어나는 돌봄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AI가 치매 돌봄 위기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오늘 소개하는 연구는 이러한 기대를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질문들을 던진다(☞논문 바로가기: '치매 돌봄에서의 인공지능: 도전 과제, 논쟁, 그리고 정책적 함의'). 이 연구는 AI가 치매 돌봄에 어떤 가능성을 제공하는지 살펴보는 동시에 이러한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위험과 사회적 문제를 검토한다. 나아가 기술 도입이 단순한 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의 가치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연결된 정책적 과제임을 강조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AI는 치매의 조기 발견부터 일상적 돌봄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에는 기억력 저하나 일상생활 기능의 변화가 나타난 뒤에야 치매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음성 변화, 걸음걸이, 스마트폰 사용 패턴과 같은 일상적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인지기능 저하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집 안에 설치된 센서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환자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낙상이나 배회 같은 위험 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복약시간을 알려주거나 가족과 돌봄 제공자에게 이상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도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무엇보다 가족 돌봄 제공자의 돌봄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환자의 배회, 실종, 낙상 등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늘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이러한 행동심리증상(BPSD,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은 돌봄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AI 기반 돌봄 기술은 센서와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환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위험 상황 발생 즉시 알림을 제공함으로써 가족의 불안과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약 복용 관리와 응급상황 감지 등을 지원하여 돌봄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가 시설 입소 없이도 지역사회와 가정에서 더 오래 생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연구진은 AI의 잠재력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AI가 치매 돌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기술 중심의 낙관론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다. 특히 치매 돌봄에서 AI 활용은 중요한 윤리적 쟁점을 동반한다. 치매 관련 AI는 가정, 요양시설 등 개인의 가장 사적인 일상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안전을 위한 모니터링이 자칫 감시로 변질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치매 환자는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충분한 동의를 제공하거나 원할 때 감시를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알고리즘의 결과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타인에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가족과 의료진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이러한 기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당사자는 이를 사생활 침해나 감시로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수집된 정보가 가족, 의료기관, 보험회사, 민간 플랫폼 등 다양한 주체 사이에서 충분한 통제 없이 공유될 위험도 존재한다.
AI가 새로운 건강 불평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 역시 이 논문이 강조하는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흔히 기술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AI의 성능은 결국 학습에 활용된 데이터의 질과 구성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특정 집단의 데이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여성, 저소득층, 소수인종,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예측과 판단의 정확도가 낮아질 수 있다.
문제는 기술의 활용 과정에서도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에 의존하는 AI 기반 서비스는 돌봄 접근성이 낮은 저소득층이나 언어적·문화적 소수자를 초기 단계부터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고, 데이터가 부족할수록 기술 개발과 검증 과정에서도 소외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이러한 알고리즘 편향 문제가 보고되고 있으며, 치매 돌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경제적 격차와 지속가능성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첨단 돌봄 기술은 대체로 비용이 높아 경제적 자원이 충분한 가정은 다양한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의 격차는 AI가 초래할 수 있는 새로운 건강 불평등의 한 형태이다. 더 나아가 AI 시스템의 개발과 운영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막대한 전력·수자원이 필요해 환경적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AI가 제공하는 돌봄의 편익은 특정 계층과 지역에 집중되는 반면, 비용과 환경 부담은 다른 집단이 떠안게 되는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또 다른 쟁점은 돌봄의 비인간화이다. 치매 돌봄은 단순히 식사를 제공하고 약을 챙기는 행위가 아니라 환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불안을 달래며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가족이나 돌봄 제공자의 따뜻한 말 한마디, 손을 잡아 주는 행동,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돌봄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기술 의존이 커질수록 돌봄이 점차 기계적인 관리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연구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 중심 돌봄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논문이 우리에게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치매 돌봄의 목적이 기술 자체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며 돌봄의 목적은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지키는 데 있다. 따라서 AI 정책은 산업 육성이나 기술 개발을 넘어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공정성, 취약계층의 접근성, 인간 중심 돌봄의 원칙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치매 돌봄을 넘어 고령사회 전반에도 적용된다. 고령자 돌봄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가족 돌봄의 한계와 인력 부족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데이터 활용 확대와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돌봄처럼 인간의 삶과 존엄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서는 기술 혁신이 우선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활용이나 기술 개발 속도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고령자의 권리와 개인정보, 그리고 사람 중심 돌봄의 가치가 충분히 보장되는가이다.
결국 AI가 고령자 돌봄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 선택에 달려 있다. AI는 돌봄 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고령자의 자립을 지원할 수 있지만 돌봄을 대체할 수는 없다. 돌봄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누구를 위해 어떤 가치에 기반해 활용하는가이다. 효율성과 혁신만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존엄성과 형평성, 사람 중심의 가치를 함께 지켜 나갈 것인지가 AI 시대 고령자 돌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서지정보
Vilor-Tejedor, N., van Vorstenbosch, R., & Evans, T. E. (2026). Artificial intelligence in dementia care: challenges, controversies, and policy implications. Frontiers in Dementia, 5, 179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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