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동행' 뒤에서 쪽방촌은 병들어간다

[서리풀연구通] 쪽방촌 주민의 건강취약성과 그 사회정치적 조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들이 연이어 서울시 내 쪽방촌들을 방문했다. 2022년 취임 첫 일정으로 창신동 쪽방촌을 찾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선거를 앞둔 5월 19일에도 같은 곳에 방문했고, 6월 2일 정원오 후보도 돈의동 쪽방촌을 찾았다. 정계 인사들의 이러한 쪽방촌 행보는 거의 매년 반복되어왔다. 특히 오세훈 시장은 임기 동안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며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계획하고 '쪽방 동행 예산'을 일부 증액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년 간 이어진 '동행'에도 불구하고 쪽방촌을 비롯한 취약주거지역의 주거환경은 여전히 매우 열악한 상태로 남아있다. 2021년 정부가 계획하고 오세훈 시장이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한 동자동 공공개발사업은 5년째 전혀 이행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또 여름에는 건물의 전력공급이나 안전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임기응변식 정책이 이어졌다. '쪽방 동행 예산'의 증액이 생활물가와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한 수준이거나 관련 유튜브 예산 배정으로 인한 것이기에 주민들의 생활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시민사회의 비판도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러한 체계적인 방치는 쪽방촌 주민의 건강 위험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단열이 잘 되지 않는 노후 목조 건물이 밀집해 있고 대부분의 방에 창문이나 냉방기기가 없다는 취약주거지의 특성상, 주민들은 열사병과 저체온증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일조량 부족과 환기의 어려움으로 인한 호흡기와 피부 질환, 화재 위험 등에 노출되어왔다. 올해 서울에서만 해도 강남 구룡마을(1월), 동자동 쪽방촌(3월) 주민이 화재 피해를 입었고, 서울시의 쪽방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에서는 2015년 이후 모든 조사에서 쪽방 거주자의 절반 가량이 스스로의 건강을 나쁘다고 평가했다.

기후위기는 심화되고, 충분한 소득과 자산이 없으면 적절한 주거와 건강 인프라에 점점 접근하기 어려워지는 한국 사회에서, 취약주거지의 건강 위험을 면밀히 살피고 해결하는 것은 쪽방촌 주민만이 아닌 인구 전체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치권이 제시한 해결책의 적절성, 사회경제적 불평등, 질환과 장애에 대한 사회의 대응 등 다양한 사회정치적 요소를 주요한 고려 사항으로 삼아야 한다.

오늘 소개할 연구는 쪽방촌 주민이 폭염에 취약해지는 사회적 조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자체가 주요 대응책으로 운영해 온 무더위쉼터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를 탐구한다(☞논문 바로가기: 도심 빈곤 주거 지역의 기후 취약성과 무더위 쉼터의 효과성 탐구: 서울 지역 쪽방촌에 대한 사례 연구). 연구진은 재난의 위험이 자연환경만이 아니라 사회정치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는 '압력과 해제(Pressure and Release, PAR)' 모형을 활용해 쪽방촌 주민의 건강취약성을 분석하였다. 특히 폭염 피해가 노후주거환경이나 개인의 건강 상태만이 아니라, 빈곤과 사회적 고립, 정책적 방치가 결합된 결과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며 참여관찰을 수행하였다. 또한 주민 50여 명과 사회복지사·활동가·공무원 25명을 심층면접하고, 주민의 기후취약성과 관련한 두 차례의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아울러 현장기록, 사진, 정책문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주민들의 폭염 경험과 대응 방식, 무더위쉼터 이용 실태를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는 쪽방촌 주민의 폭염 취약성이 자연적 조건 때문만이 아니라 다양한 자원의 결핍이 중첩되어 형성됨을 보여준다. 먼저 물리적 자원의 측면에서 대다수 쪽방 건물은 창문이 없고 불법 증축되거나 노후화가 진행되어 실내 온도가 외부보다 더 높았다. 건물 내 전기설비도 열악하여 폭염 시 냉방기기를 사용할 경우 화재 위험이 커졌다. 인적 자원의 측면에서는 주민 다수가 만성질환과 장애, 노쇠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폭염에 대응하거나 이동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또 가족과의 단절, 사회적 고립 등 사회적 연결망의 부재가 흔했으며, 주민들 사이에 상호 돌봄이 존재하더라도 안정적인 지원망으로 기능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상당수 주민이 기초생활보장급여에 의존하기에 선풍기나 냉방기기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화재예방 장비나 무더위 대책 예산으로 대표되는 정책이 존재하지만 실제 재난대응 훈련과 주민 참여는 부족해 실질적인 보호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연구진은 이처럼 다양한 층위의 자원 결여가 맞물리며 주민들의 건강취약성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고 분석하였다.

한편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더위쉼터의 효과 역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조사한 동자동 무더위쉼터는 2020년 여름 두 달 동안 약 1000명의 등록 주민 중 9명만 이용했으며, 전체 방문 횟수도 39회에 불과했다. 주민들은 쉼터가 계단과 언덕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고 창고를 개조한 공간이라 휴식 공간으로서 매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몇 시간 동안 더위를 피하더라도 다시 폭염에 노출된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쪽방촌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폭염, 한파와 같은 자연환경의 문제로만 이해할 수 없음을 드러낸다. 주민들이 경험하는 위험은 노후한 주거환경과 빈곤, 만성질환, 사회적 고립, 허술한 정책 등이 결합된 결과이며, 무더위쉼터와 같은 조치가 단기적으로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건강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로부터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주거환경 개선, 포괄적인 의료 및 사회서비스, 주민 참여에 기반한 재난대응 체계와 같은 구조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결론짓는다.

취약계층 보호 대신 이익을 위한 도시개발만이 강조된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이 연구는 빈곤한 이들과의 진정한 동행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그리고 그것이 보여주기식 방문과 임시방편의 정책이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을 타파하려는 정치적 의지와 주민들의 삶을 바탕으로 한 정책 위에서 가능함을 시사한다.

*서지 정보

Kang, Joonmo, and Ward Lyles (2025), “Understanding climate vulnerability and efficacy of cooling centers in urban “slum” housing neighborhoods: A case study of jjokbang-chon, Seoul, South Korea,” International Journal of Disaster Resk Reduction, 121(15): 1-17. https://doi.org/10.1016/j.ijdrr.2025.105407

▲쪽방촌 골목에서 한 주민이 부채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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