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스포츠계는 왜 트랜스젠더를 배제할까?

[서리풀연구通] 장애와 파시즘의 성 정치

최근 미국 극우 정치의 최전선에 놓인 '성별 확정 의료 금지법'은, 국가가 법률을 통해 개인의 의료 접근권을 통제하고 트랜스젠더의 신체를 검열하는 풍경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런데 여기에 흥미로운 모순이 있다. 트랜스 청소년의 호르몬 치료를 범죄화하는 국가들이, 성염색체·호르몬·생식기 등이 전형적인 남녀의 기준에 맞지 않는 상태의 간성(intersex) 청소년의 '성별 정상화 수술'은 의학적 치료로서 적극 장려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의료 기술을 두고 왜 하나는 금지하고 하나는 강제할까? 비판적·페미니스트 장애학 연구자 사라 오삭(Sarah L. Orsak)은 이 모순에 주목하며, 오늘날의 트랜스 혐오를 현대 파시즘의 성정치 맥락에서 분석한다(☞논문 바로가기: 장애와 파시즘의 성 정치 : 간성 예외에서 트랜스젠더 배제까지). 오삭이 말하는 '파시즘적 성정치'는 과거 나치 정권이나 독재자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나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공포를 조장하는 통치 전술이다. 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신체를 순수한 '정상'과 병리적인 '비정상'으로 엄격하게 나누고 위계를 세워 신체를 통제한다.

그 유연한 통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무기로서 저자는 '장애'라는 개념에 주목한다. 피해, 보호, 복지, 치유 등 서로 모순되기도 하는 다양한 의미를 갖는 장애는, 젠더화되고 인종화된 '정상 신체'를 구축하는 파시즘적 성정치의 유연한 도구로 기능한다.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관리하는 국가의 프로젝트가 장애의 다의성과 트랜스성(transness) 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어떻게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을 부추기는지 밝혀내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 문제의식이다.

오삭에 따르면 장애의 다원성은 남녀라는 두 범주로 포섭되지 않는 성적 차이를 차별적으로 다루는 데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다. 줄스 길 피터슨의 젠더 클리닉 연구를 인용하면서 저자는 20세기 의료계가 신체 변이인 간성 상태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는 질병 또는 장애로 간주했고, 이를 근거로 신체를 이분법적으로 '교정'하는 강제 수술을 정당화해왔음을 짚는다. 백인 간성 아동은 의료적 개입을 통해 '교정'될 수 있다고 간주되었다. 반면 흑인 간성 아동의 신체는 의료 실험의 대상으로 소비되었다. 이를 통해 축적된 정상화 기술과 젠더 이론은 이후 트랜스젠더의 의료화와 병리화로 이어졌다.

저자는 간성과 장애, 트랜스 사이의 개념적 미끄러짐이 '교정 가능한 존재'와 '처분 가능한 존재'를 나누는 인종적·성적 위계를 낳고 트랜스 배제 정책의 기반이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현대 파시즘이 장애를 동원하는 세 가지 속성인 재조합, 취약성 호소, 식민성이 미국의 트랜스 의료 금지법, 스포츠계의 부상 논리, 국제 스포츠 규정에서 어떻게 관철되는지 상세히 분석한다.

배제의 도구로서 '간성 예외 조항'

성별확정의료를 금지하는 미국 주정부 법안 속 '간성 예외 조항'은 권력의 필요에 따라 모순된 담론을 결합하는 현대 파시즘의 '재조합 전술'이 어떻게 법률로 구체화되는지 잘 보여준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제도는 간성의 신체를 단순히 비장애인과 다른 신체 변이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교정해야 할 장애'로 명명함으로써 이 예외적 허용을 작동시킨다. 간성 상태가 치료되어야 할 병리나 장애로 규정되는 순간, 아동의 신체를 성별 이분법에 맞춰 수술하는 행위는 신체를 훼손하는 폭력이 아니다. 그것은 장애를 치유하는 '인도적인 의학적 돌봄'이라는 정당성을 얻는다.

반면, 동일한 호르몬 치료와 의료 기술을 사용하는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의료적 트랜지션은 건강한 신체를 망치는 '피해'이자 '광기'로 범주화되어 범죄의 영역에 놓인다. 즉, 장애라는 개념이 품고 있는 '치유'와 '피해'라는 모순된 의미가 이분법적으로 수렴되지 않는 성적 차이들에 따라 누구의 의료는 장려하고 누구의 의료는 금지할지 결정하는 선택적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다.

간성을 예외로 간주하는 조항은 1997년 미국의 '여성 생식기 절제(FGM) 금지법'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미국 법은 '여성 할례'라 불리는 아프리카의 관행을 문명화되지 않은 '야만적' 문화이자 신체 훼손으로 간주해 전면 금지했다. 반면, 미국 병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간성 아동의 수술은 문명화된 '필수 의료'라며 예외적으로 면제해 주었다.

이처럼 저자는 간성 예외주의가 백인 중심의 국가를 상상하는 민족주의적 구조를 바탕으로 작동해 왔음을 짚어내며, 오늘날의 간성 예외 조항 역시 소수자를 위한 보호 조치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는 장애라는 개념적 매개를 통해, 의료적 강제로 '교정'된 간성의 신체를 국가의 성별 질서 안으로 흡수하고 트랜스젠더의 신체를 제도 밖으로 밀어냄으로써, 성적 모호함이나 트랜지션이 존재하지 않는 '시스젠더 중심의 미래'를 공고히 하려는 생명정치적 통치 기획이다.

물질화된 취약성: 부상이 만들어낸 혐오의 논리

트랜스 여성 선수의 스파이크에 부상을 입고 스포츠 제한 입법 캠페인에 나선 페이튼 맥냅의 사례에서, 저자는 부상과 장애에 대한 공포를 무기화하는 파시즘의 '취약성 호소' 전술을 추적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부상 위험 예방으로 트랜스 스포츠 참여 금지를 주장하는 맥냅의 프레이밍은 국가가 위협당한다는 파시즘적 공포의 정동을 자극하는 동시에, 잠재적 위험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신자유주의적인 '리스크 관리' 논리와 결탁한다. 여성 선수의 다친 신체는 추상적인 '공정성' 논쟁을 넘어, 트랜스 여성의 존재가 시스젠더 여성의 몸을 직접 위협한다는 공포를 눈에 보이고 실감 나게 증명하는 도구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부상당한 몸은 "내가 첫 번째 피해자일 뿐, 법적 개입이 없다면 미래의 여성들은 대규모로 장애를 입게 될 것"이라는 예언적 서사로 치환된다.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격리 조치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리스크 관리'로 세탁된다.

특히 저자는 파시즘이 여성을 본질적으로 나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취약한 존재로 간주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러한 취약성의 상징주의는 스스로를 피해자로 위치시키며 권리를 주장하는 파시즘 특유의 피해자 정치와 맞닿아 있다. 취약함을 정치적 동력으로 삼는 피해자 서사는 보호받아야 할 순수한 백인 여성성과, 타인에게 장애를 입히는 위험 물질로서의 트랜스 여성성을 이분법적으로 병치하며 대중적 분노를 결집시킨다.

여기서 저자가 포착한 장애 개념의 활용은 '사고로서의 장애'와 '구조적 피해로서의 장애'라는 다원적 속성을 배제의 명분으로 유연하게 연결한 점에 있다. 저자는 약자의 신체적 부상을 방지해야 한다는 도덕적 논리가 보수 진영을 넘어 '부상 예방'을 이유로 한 제한적 배제를 정당한 예외로 수용한 바이든 행정부의 진보적 정책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결과적으로 취약성과 리스크를 전면에 내세운 프레이밍은 '약자 보호'라는 강력한 명분을 획득하여, 소수자를 공공 생활에서 제도적으로 격리하고 격하하는 파시즘적 배제 체제를 상식의 영역으로 정당화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인종적 신체 통제의 연장선으로서 국제 스포츠 규정

마지막으로 저자는 파시즘적 성정치의 세 번째 속성인 '식민성'을 국제 스포츠 기구의 규정에서 포착한다.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거리 선수 캐스터 세메냐는 '성 발달 장애(DSD)' 규정을 근거로 기준치를 초과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억제하지 않으면 여성 부문에 출전할 수 없다는 강제 조치를 받았다.

저자는 이 규정의 정당화 논리에서 흥미로운 언어 전환을 포착한다. 처음에 규제 당국은 이 조치가 선수들의 '질병'과 '장애'에 개입하는, 건강을 위한 의료적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 간성 선수와 트랜스 선수를 '생물학적 남성'으로 통합하여 사실상 동일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뀐다. 그러자 이 강제적인 호르몬 조절은 선수가 "선택한 젠더 정체성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 젠더 긍정적 편의 제공"이라는 논리로 재정의되었다. 신체에 가해지는 강제와 치유적 폭력을 약자를 위한 복지적 편의로 포장한 셈이다.

여기서 저자가 포착한 가장 핵심적인 지점은 여성의 '정상 신체'가 철저히 인종화되어 있으며, 성적 차이가 인종을 통해 정의된다는 사실이다. 국제 스포츠 기구는 흑인 및 남반구 여성 선수들의 뛰어난 운동 능력을 단순한 탁월함이 아니라, 백인 시스젠더 여성을 기준으로 한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생물학적 일탈이자 일종의 장애 상태로 해석한다. 즉, 백인의 신체만을 '자연적인 여성성'의 표준으로 상정하기 때문에, 비백인 여성의 뛰어난 신체 능력은 통제하고 억제해야 할 '의심스러운 과잉'이 된다. 저자는 이 규정이 표적으로 삼은 선수들이 대부분 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이마네 켈리프 선수가 겪은 가혹한 검증 양상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스포츠기구의 규정은 백인 시스젠더 여성의 신체만을 유일한 정상 기준으로 확립하고, 비백인 여성의 신체는 권력의 뜻에 따라 언제든 의학적으로 변형하고 뜯어고칠 수 있는 '가소성 있는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통치 효과를 낳았다고 저자는 결론짓는다. 이는 과거 식민지인의 신체를 계측하고 규제했던 과학적 인종주의의 폭력이 오늘날 국제 스포츠 통치 질서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저자가 규명한 현대 파시즘의 성 정치는 하나의 통치질서다. 그것은 장애 개념의 다원적 의미를 상황에 맞춰 재조합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신체를 규범적 '정상'과 일탈적 '비정상'으로 분리한다. 백인성과 시스젠더 중심성이 그 표준이다. 이렇게 성별 이분법은 본래 존재했던 자연적 범주인 양 공고해진다. 이 분석은 트랜스 혐오나 간성인의 의료적 통제를 단지 특정 집단에 국한된 문화적 편견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가 신체의 조건을 매개로 지배력을 관철하는 정교한 메커니즘의 일부로 볼 수 있게 한다. 국가와 제도가 특정 신체를 교정과 처분의 대상으로 분류하는 통치 방식을 용인할 때, 그 배제의 논리는 언제든 사회의 또 다른 소수자나 구성원 전반을 향해 확장될 수 있다.

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0년 대한민국 육군은 성별 확정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여성 변희수 하사를 '심신장애'를 이유로 강제 전역 처분했다. 수술로 인해 성별 이분법에 따른 남성 신체 기준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근거였다. 국가가 트랜지션을 신체적 '피해'나 '장애'로 규정해 제도 밖으로 밀어낸 셈이다. 이 사례는, 제도의 입맛에 맞춘 '정상 신체'의 기준이 언제든 다른 소수자 집단을 배제하는 도구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분리의 논리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파시즘 정치가 트랜스, 간성, 장애라는 범주를 교차시키고 오용하며 배제를 정당화한다고 본다. 동시에 이 경계들의 필연적인 느슨함과 상호 연결성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제도가 설정한 분리에 갇히지 않고 각 범주의 취약성과 상호 연관성을 명확히 인식할 때, 새로운 사회적 연대의 토대를 다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가 남긴 최종적인 시사점이다.

* 서지정보

Sarah L. Orsak. Disability and the Sexual Politics of Fascism: From Intersex Exceptions to Trans Exclusions. TSQ 1 May 2025; 12 (2): 218–232. doi: https://doi.org/10.1215/23289252-11710333

▲지난해 6월 14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 제26회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을지로 입구까지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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