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교황에 방북 추진 요청"

[李대통령 순방성과 브리핑] 李의 '단계적 비핵화론'에 트럼프 "고민해 보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이 레오14세 교황에게 "방한 계기에 DMZ 방문을 포함해 가급적 북한 방문도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9일 유럽 순방 성과를 직접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교황께 방한 요청을 드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교황과의 대화 당시 방한을 요청했다고 청와대가 밝혔으나, 방북 추진을 요청했다고 직접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또 교황이 과거 한국을 5차례 방문했다고 밝히며 한국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는 "교황께서도 한국의 천주교에 대해서 매우 관심이 높다는 느낌이 들었다. 애정이 매우 많았다"며 "시커먼 시계를 차고 계시면서 '이게 뭔지 아느냐. 삼성 시계(스마트워치)이다'라고 하고 '전화기도 갤럭시 쓰고 차도 현대차 탄다'고 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한반도 정세 관련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협력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고, 저희도 공감을 표명했다"며 "아주 오랜 시간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한미관계에 대해 이해를 깊게 하는 논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지역 평화정책과 이란 핵 문제 해결 노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고, 한반도 평화 정착에도 역할을 해줄 것도 다시 당부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재차 확인하고, 특히 한반도 평화가 세계 평화와 안정에 깊은 의미를 갖는다는 데 공감하고 건설적 기여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긴 대화를 한 것은 사실 북핵 문제"라며 "앞으로 북핵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 트럼프 대통령께서도 며칠 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뜰을 거닌 사진을 SNS에 올렸다는 말씀도 하더라. '이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공동 사진촬영을 하기 위해 처음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도 먼저 '북한 문제 어떻게 돼가요?' 이렇게 미리 물어보셔서 갑자기 사진 촬영 시간에 북한과 한반도 문제를 잠깐 얘기하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의 핵심은 '북한도 핵무기를 현실적으로 보유하기 이전 단계에서 뭔가 가능한 조치를 했어야 되는데 못해서 아쉽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며 "(나는) '지금은 다른 나라를 대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접근하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그 점에 동의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른바 '단계적 비핵화'론에 입각해 "원론적인 얘기를 하면 접근이 불가능하다. 북한은 '비핵화 얘기를 하지 말고 핵 보유를 인정해야 대화하겠다'고 하고, 국제사회 입장에서는 비핵화를 포기할 수 없는데 이러니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단계별로 좀 목표를 나누자. 단기 목표,0 장기 목표를 나눠서 일단 단기적으로는 현재 추가 핵물질 생산을 안 하는 것, 핵물질의 해외 반출을 하지 않는 것, ICBM 기술 개발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만 해도 국제사회에는 이익"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충분히 고민해 보겠다"는 것이었다고 이 대통령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단계적 비핵화론'에 대한 보수진영 등의 반발을 예상한 듯 "지금 단계로는 완전히 교착 상태이고, 교착 상태를 압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면 좋은데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란 현실에 기반해야 된다. 이상적이고 가치에 기반한 우아한, 멋있는 주장을 하는 것도 중요한데, 주장하면 뭐 하겠나. 상황이 더 나빠지는데. 그럼 무책임한 것"이라고 역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에도 그런 일이 많은 것 같다.그냥 무책임하게 결과에 책임도 못 지면서 말은 멋있게 하는데, (이는) 상황을 점점 나쁘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건 국제정치든 국내정치든 가서는 안 될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노력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현실은 북한과의 모든 소통 수단이 단절돼 있다"며 "우리가 강력한 국방력으로 북한을 억지하고 언제든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괜히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대결 정책을 취해서 적대가 강화되고 충돌의 위험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하고는 "그런데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 무인기 사태를 간접 언급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들이 망가지고 상황이 나빠졌다"며 "다행히 요새는 무슨 '오물 풍선'이 왔다갔다 하거나 휴전선에서 쌍방을 향한 적대적 언어, 소음 피해 등은 사라졌지만 냉랭한 적대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인내심을 가지고 적대감정을 완화하고 평화적 공존과 공동 번영을 위해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며 "제가 어찌 잘못 들으면 비자주적·비주체적인 표현일 수 있는 얘기를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메이커'이고 우리는 '페이스메이커'라고 했지 않느냐. (중략) 평화공존의 길을 여는 데 우리 대한민국 스스로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미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지난 8박10일간의 유럽 순방 성과에 대해 직접 대국민 브리핑을 했다. 정상외교 성과를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국제사회 현안 해결에 대한 책임감을 확인하는 소중한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EU와는 평화·번영·연대·협력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중심으로 중동정세·한반도 평화·경제안보·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 주요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청받아 참석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G7참석·유럽순방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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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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