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바마-이란 합의 그렇게 비난하더니…결국 '오바마 복사판' 합의?

오바마 "우리가 맺고 트럼프 탈퇴한 기존 합의와 뭐가 다를지 의문"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에 전자 서명을 진행한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본인 집권 당시 다자 간 맺었던 이란 핵 합의와 이번 양해각서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강력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방송 ABC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카고의 오바마 대통령 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 도출될 그 어떤 합의도 우리가 애초에(2015년) 맺었고, 미국이 탈퇴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 공을 들였던 기존 합의와 비교해 크게 다르거나 눈에 띄게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폭격이 멈추고 전쟁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이는 어려운 외교 문제들에 대해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폭격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때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외교를 시도하고 협상의 가능성을 끝까지 모색하는 데 시간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100%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전쟁에 나설 필요를 피하면서 80%, 90%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 말이다"라고 말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을 강행한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 미국 방송 ABC는 1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ABC 방송 갈무리

이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 역시 사설을 통해 "핵 합의의 구체적 내용은 향후 두 달 동안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그 조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에 체결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에 폐기한 합의와 유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트럼프는 당시 그 합의를 '역사상 최악의 합의'라며, 이란을 '핵무기 개발의 길'에 올려놓았다고 비난했다"며 "그러나 그가 일으킨 파괴적인 전쟁은 결국 그와 매우 비슷한 합의를 남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이같은 예측을 내놓는 이유로 "(미-이란 종전의) 합의 세부 내용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발표된 기본 틀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주장했던 조건들 가운데 거의 얻어낸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언급했다.

신문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트럼프는 미국이 '완전하고도 철저한 승리'를 거둘 것이며, 이란은 '무조건 항복'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그는 정권 교체가 일어날 것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라며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전혀 허용받지 못할 것이며, '미국이 이란과 협력하여 이미 보유하고 있는 깊숙이 매설된 준무기급 핵물질을 모두 파내 제거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어느 것도 사실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5년 버락 오마바 대통령 집권 당시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및 독일·유럽연합은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정을 맺고 이란의 원심분리기 수량을 3분의 1수준으로 축소하고 우라늄 농축은 원전 발전용 수준인 3.67% 이하로 제한하며 고농축 우라늄 재고의 98%를 폐기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미국 방송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핵 협정을 성공적이라고 주장하려면 JCPOA 파기 이후 이란이 농축한 우라늄의 등급을 낮추거나 해당 우라늄을 이란에서 반출하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종전 양해각서를 통해 미국이 거둔 성과는 "전 세계 해운 교통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것"이라며 이는 "전쟁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이란은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고 미국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높이기 위해 보복 조치로 해협을 폐쇄했다. 그 전략은 효과를 발휘했고, 이제 이란 지도부는 자신들이 강력한 경제적 무기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라며 "종합적으로 볼 때, 이란은 이 4개월 동안의 전쟁에 전략적 승자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전쟁 전에는 이란의 통화 가치가 폭락했고 경제가 어려워졌으며 이 때문에 내부에서 상당한 규모의 시위가 일어나는 등 위기를 맞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이란에 올해 초에는 갖고 있지 못했던 협상력을 안겨줬다"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란 정권은 자신들의 가장 큰 두 적국(미국과 이스라엘)으로부터 연속적인 공격을 받아도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라며 "지도부는 핵 개발 야망을 포기할 필요도 없었다. 이와 함께 세계 다른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반면 미국은 세계에 약해진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미군은 작은 상대를 제압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고, 그 과정에서 장거리 정밀유도 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을 대량 소모했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의 다른 잠재적 적국들에 대한 억지력을 약화시킨다"라고 우려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권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평가를 받아들였고, 네타냐후의 전망이 터무니없다고 조언한 참모들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미국 헌법을 무시하고 전쟁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구하지 않았다. 또 전쟁에 반대한 유럽 및 아시아 동맹국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그는 나아가 이란 문명을 파괴하겠다는 위협성 발언까지 했는데, 그러한 발언은 미국의 도덕적 위상을 떨어뜨리는 결과만 낳았다"며 "자신의 오판과 잘못된 결정의 결과로, 그는 결국 전 세계가 그의 패배로 받아들이는 평화 협정에 동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는 미국에게도 후퇴이자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자신들은 다른 언론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전쟁을 지지하고, 2015년 이란 합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이란의 주요 핵시설이 폐허가 됐고 우라늄 농축도 20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됐기 때문에 나름의 성과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문은 "국내적 정치 압박이 쌓이고 일을 마무리하는 데 더 큰 군사적 위험이 따르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주요 목표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 대통령은 그저 더 높은 유가를 더 오래 견디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이는 그의 선택이지, 전략적 필연이 아니다"라고 말해 이란을 더 밀어붙이지 않고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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