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시내에서 25km 떨어진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왕복 2차선으로 된 좁은 길을 40분 정도 차로 달리면 하늘 높이 우뚝 솟은 커다란 굴뚝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를 볼 수 있다. 말이 수증기지 석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먼지 등이 섞여 있다.
한국서부발전에서 운영하는 태안 석탄화력발전소에는 10기의 발전 호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인근에는 인적도, 이렇다 할 가게도 없다. 그나마 발전소 정문에서 상당 거리에 식당과 편의점 하나가 있을 뿐이다. 발전소 변압기에서 나오는 '웅웅'거리는 저주파 소음과 전자파가 뿜어져 나오는 송전탑은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다.
2037년까지 총 10호기 중 1~8호기가 폐쇄
태안 화력발전소를 찾은 이유는 한 통의 전화였다. 충청도에서 노동자를 위해 활동하는 노무사였다. 태안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가 2025년 12월 1호기, 2026년 2호기를 시작으로 2037년까지 총 10호기 중 1~8호기가 순차적으로 폐쇄된다고 했다.
문제는 그렇게 폐쇄될 경우,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폐쇄된 1호기는 LNG 발전소로 대체되나, 태안이 아닌 구미에 지어진다. 올해 폐쇄되는 2호기의 대체 발전소도 공주에 만들어질 예정이다.
2028년 폐쇄되는 태안 3호기(여수), 2029년 폐쇄 예정인 태안 4호기(아산), 2032년 폐쇄되는 태안 5호기(용인), 6호기(용인)도 마찬가지다. 2037년에 폐쇄되는 7호기와 8호기만 대체 발전소가 어디에 지어질지 미정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다른 지역에 지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석탄발전소가 LNG 발전소로 대체된다 해도 태안에서는 일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결국 우리는 죽거나 다쳐서 사라지거나, 잘려서 사라져요. 그래도 아무런 말도 못해요."
노무사 이야기를 들으며 15년 전 대량 해고 바람이 불던 조선소를 취재할 때, 그곳 하청 노동자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자신들을 찍소리도 못하고 사라지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이는 조선소든 발전소든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는 2018년 김용균, 2025년 김충현, 두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둘 다 하청 노동자들이었다.
대형마트도, 기차도, 고속도로도 없는 태안
취재를 위해 찾은 태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태안 시내로 돌아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흔한 콜택시도 없었다. 발전소 정문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으나, 하루 6번 운행되는 이 버스는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근처 편의점 주인에게 물어보니 1시간 20분 후에나 온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터벅터벅 인도도 없는 왕복 2차선 길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발전소에서 시내로 향하던 SUV 차 한 대가 기자 앞에 섰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40대 여성이었다. 버스도 택시도 없는 길 한쪽을 걸어가는 게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태안 시내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여성분은 이곳 발전소에서 일한 지 3년이 조금 넘었다고 했다. 이전에는 서인천에 있는 발전소에서 근무했다. 태안 발전소는 서로 가지 않으려 하는 곳이기에 의무 순환직으로 돌리고 있다고 했다. 이번이 자기 차례였다.
'뭐가 없는 곳.' 태안 화력발전소가 주는 이미지라고 했다. 그래도 없으면 뭐가 얼마나 없겠냐며 이사를 왔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태안에는 대형마트도, 기차도 고속도로도 없다. 충청남도에서 고속도로가 없는 유일한 군이다. 그나마 관광지로 안면도가 유명하기에 거기만 사람들이 붐빈다.
1989년 서산군에서 분리될 당시 8만4000여명이던 태안군 인구는 올해 처음으로 6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태안군이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태안 화력발전소 폐지로 2040년까지 발전소 직원·가족 등 4500여명이 태안을 떠난다. 동시에 지역 경제에는 12조7644억80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상 죽어가는 도시인 셈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발전소 노동자들은 어떤 일을 해왔을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발전소에서 일하게 됐을까. 폐쇄를 앞두고 세운 계획은 무엇일까. 40대 여성이 태워준 SUV 차량에서 내리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 이어졌다. 태안 화력발전소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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