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이 불러온 반도체 대기업의 초과이윤 분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를 기준으로 한 주당 각 205원과 1500원의 특별배당을 실시했다. 총액은 두 기업 모두 1조 원을 넘는다. 정규직도 가세했다.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평균 6억 원 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전자 노조도 1인 평균 약 3억 5000만 원의 성과급을 요구 중이다.
이를 두고 기업의 이윤 분배 논의가 '주주 대 노동자' 프레임에 갇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과열에 따른 지금의 초과 수익은 유무형의 사회적 자원이 장기간 투입된 공동생산의 결과이며, 하청 노동자가 기여한 부분이 있는데도 이에 걸맞은 분배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분법적 논쟁 뒤에 가려진 초과이윤의 공적 환원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유례 없는 이윤…초과이윤세가 최선, 주주 배당은 최악"
홍석만 참세상연구실장은 지난달 30일 통화에서 "지금 삼성, SK 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유례없는 이윤이 과연 기업 혁신과 효율성 증대만으로 일궈낸 정상이윤인가"를 물으며 "AI 반도체 수요 폭발과 공급망 교란, 그리고 특정 공정에 기반한 독과점적 지위가 만들어낸 초과이윤이 맞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경제 활동 범위를 넘어선, 시장의 불균형과 이상 과열 속에서 발생한 운 좋은 수익이자 비정상적 이익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홍 실장은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초과이윤을 두고 주주와 노동자가 싸우게 둘 것이 아니라, 독점적 지위와 시장 과열로 발생한 초과 수익을 '초과이윤세'를 통해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과이윤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이후 유럽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석유·가스 기업이 유례없는 이윤을 얻자, 영국은 에너지 이익 부담금(Energy Profits Levy)을 만들어 에너지 기업에 35% 세율을 추가로 부과했다. 스페인은 이에 더해 2023년 은행 횡재세도 신설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는 이자로 고통받지만, 은행은 막대한 이익을 거둔다'는 문제의식으로 연간 순수익과 수수료 합계 8억 유로 이상을 번 은행에 4.8%의 세율을 매겼다.
홍 실장은 배당금과 성과급 논쟁에 대해선 "둘만 놓고 본다면, 성과급 배분이 더 낫다"며 "일반 주주는 생산에 기여한 바가 결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생산에 직접 기여한 노동자가 초과 이윤에 대한 분배를 요구하는 건 정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금을 통한 사회적 환원 면에서도 주주가 아닌 노동자에 대한 배분이 더 낫다고 덧붙였다. 초과이윤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면 금융소득 과세표준상 대부분 15.4% 세율(연 2000만 원 이하 구간)이 적용되겠지만, 성과급으로 주면 근로소득 과세표준상 대부분 40% 이상 세율(연 3억 원 초과)이 적용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홍 실장은 다만 삼성전자 노조 요구를 기준으로 한 성과급 분배에 대해서도 "거시 경제로 봤을 땐 결국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전체 40~45조 원, 한 사람당 10여억 원까지도 지급될 수 있는데, 이만한 돈이 한꺼번에 특정 집단에 풀리면, 대부분 주택시장이나 금융시장에 들어간다. 경제에 거품을 키우고, 임금 격차와 불평등을 더 키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생산에 기여한 모든 원·하청 노동자에게 공정 분배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노동 성과의 분배는 생산에 기여한 모든 원·하청 노동자에게 공정하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생산엔 수많은 비정규직과 하청기업이 참여하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강도 높고 위험한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많다"며 "삼성, SK 하이닉스 등 완제품을 다루는 최상위 기업의 기여만 고려해선 안 된다"고 짚었다.
2018년 삼성옴부즈만위원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협력사는 사내에 약 150곳, 사외에 약 1000곳이 있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의 2024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제조업 내 전자업종 간접고용 노동자 규모는 7만여 명이다. 고용형태공시제를 봐도 2025년 기준 삼성전자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3만 5000여 명이다.
이 노무사는 그러나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에 따라 "노동자의 분배 요구는 당연하고 정당하다"며 "지금 보수언론 등이 삼성전자 정규직 노조의 성과급 요구 자체를 굉장히 나쁘게 왜곡하고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하청에도 (이익을) 분배하도록 압력을 넣어야지, 노동자끼리 갈라치기를 하는 건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반도체 생산엔 국민의 세금인 막대한 공적자금과 물, 전기 등 사회적 인프라가 엄청난 규모로 투입된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국가 산업단지에도 엄청난 국가 자금이 책정됐는데, 초과 이윤을 사회로 환수하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윤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모두가 보는 왜곡된 구조가 되풀이된다"고도 했다.
기업은 투자자 것? "주주자본주의 극복하자"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반도체 초과이윤 국면에 대해 "단순히 삼성전자 노동자 성과급 등을 얼마로 할 것인지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제도를 어떻게 이론화하고, 어떤 분배 원리를 제도화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초과이윤은 "분산된 익명 주주·투자자의 '금융 리스크 부담' 덕분이 아니"며 "수십 년에 걸친 엔지니어·노동자의 기술 축적, 중소 협력업체와의 오랜 기술 및 공급망 협력, 국가의 산업 정책과 교육 시스템에 대한 투자, 그리고 사회 전체 인프라 투자가 결합한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공동 생산'의 성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사회적 생산의 결실을,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주식을 팔고 즉시 이탈할 익명의 주주·투자자가 최우선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는 어디서 오는가"라고도 물었다.
정 정책위원은 "주주·투자자의 이익은 공익적 이익과 충돌할 수 있다"며 기업의 단기적 이익 배분이 한 산업의 장기적 쇠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주주가 바라는 대로 '주주환원율 50%(잉여현금흐름의 절반)' 배당이 당연한 일이 된다면, 미래의 공장 설비나 기술 개발 비용은 줄 수밖에 없고, 이는 매년 100조 원 이상의 설비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공장에 결국 독약으로 돌아온다는 경고다.
그는 기업이 '주주·투자자가 모인 결사체'라는 주주자본주의 이론의 자장에서 벗어나, '생산에 필요한 지식-노동과 그 주체들의 결사체'라는 대안적 기업이론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분배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이 원리를 실현하려면 기업지배구조의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노동이사제 도입, 투명한 성과 배분 기준 마련, 협력업체와의 이익 공유 제도화, 법인세 구조의 재설계 등 정교한 이해관계자 거버넌스가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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