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잘 안 쉬어져요. 폐에서 고름이 나와요. 도와주세요."
지난 3월 이주 인권활동가 이윤정 씨는 이주민 막심(가명·44) 씨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그는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연신 기침을 했다. 숨을 제대로 못 쉬어 잠을 제대로 못 잔 지도 수개월 째라고 했다.
이 씨 도움으로 가까스로 병원을 찾은 막심 씨는 중증의 폐결핵을 진단받았다. 결핵 감염을 오래 방치했단 뜻이다. 상태는 '한쪽 폐 기능을 상실했다'고 할 만큼 심각했다. 오른쪽 폐 절반 이상에 폐 조직이 파괴된 구멍이 관찰됐고, 왼쪽 폐에도 광범위한 염증 반응이 확인됐다. 6개월 이상의 입원치료가 필요했다. 치료를 받아도, 만성 호흡 곤란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었다.
의심 증상이 관찰되는 즉시 선별 검사를 받게 되는 병이 결핵이다. 기침, 가래가 2주 넘게 계속되는 등의 전형적인 징후가 있는데다,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엄중히 관리돼 의료인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질병이다. 막심 씨는 어쩌다 결핵을 중증까지 키우게 됐을까.
지난 3년 간 막심 씨를 지켜 본 이 씨는 그 배경으로 외국인보호소를 지목한다. 그가 '기침, 가래가 낫질 않는다'고 처음 말한 건 이보다 17개월 전인 2024년 10월이다. 미등록 외국인인 그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을 때부터 감염됐고,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채로 오래 방치돼 병이 중증까지 악화했다는 것이다.
수개월 기침·가래, 체중 감량에도 "외부 진료 안돼"
장기간 계속된 기침, 가래 외에도 결핵 징후는 더 있었다. 오랜 두통과 체중 감소다. 그는 보호소에 구금된 2년 동안 총 16kg(킬로그램)이 빠졌다. 78kg로 입소했던 그는 지난해 6월 62kg의 몸으로 퇴소했다.
그는 첫 의심 증상을 보인 후 구금에서 풀릴 때까지 8개월간 병원 진료를 받지 못했다. 그동안 그는 계속 살이 빠지고, 두통, 기침, 가래가 낫지 않았다. 막심 씨는 보호소 의무과 등에 '외부 병원 진료를 받게 해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보호소 내 진료실의 의사는 '시럽(가래약)'만 처방해 줬다. 진료실은 학교 보건소 같은 공간이다.
그는 보호소에서 나온 직후 4주 동안 내리 미열에 시달렸다. 결핵 증상 중 하나다. 그러나 병원을 갈 엄두는 못 냈다. 보호소에서 구금이 일시적으로 풀린 이들은 일을 할 수 없다. 고용이 허가되는 비자가 없기 때문이다. 소득이 없는 막심 씨는 하루 세 끼 챙겨먹을 돈도 부족했고, 병원은 그에게 사치였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진료비는 더 큰 부담이었다.
그가 보호소에서 8개월, 이후 구금에서 풀린 뒤 8개월 가량 병원을 가지 못하고 병을 키운 이유다. 이 씨는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들이 외부 병원 진료를 받는 건 하늘에 별 따기"라며 "보호소에서 의료 기본권을 무시당하며 결핵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고 비판했다.
'다닥다닥' 외국인 보호소, 감염병 취약…의료 관리는 허술
외국인보호소는 법무부가 미등록 체류 등의 이유로 붙잡힌 이주민을 강제퇴거 전까지 가둬 놓는 임시 수용소다. 한 방에 6~12명 정도가 함께 생활하는 집단 수용 시설로, 호흡, 비말 등에 의한 감염병에 취약하다. 막심 씨가 있던 화성외국인보호소엔 하루 평균 330여 명이 수용돼있다. 여기에 직원을 합하면, 그 수는 더 많다.
외국인보호소의 의료 관리 실태를 연구해 온 이주연 보건학 박사(간호사)는 지난달 20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그러나 입소 단계부터 제대로 된 건강진단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의료인이 아닌 법무부 직원이 키, 몸무게, 질병 유무 등을 설문지나 구두로 확인하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입소시 의료인이 건강 진단을 하고, 혈액검사 등을 의무로 시행하는 교도소보다도 열악하다.
이 박사는 "법무부는 보호소에서 결핵 환자가 거듭 발생해왔음에도 감염병 대응 체계를 제대로 개선하지 않고 수용자와 직원을 방치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의 경우, 외부로 알려진 결핵 환자 발생 사례만 2020년 7월, 2023년 8월 두 건이 더 있지만, 지금까지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모두 구금된 외국인이 환자였다.
2020년 사건 당시 환자와 같은 방을 썼던 한 구금 외국인은 이주인권단체 '마중'에 연락해 "그가 열이 40도까지 올라가고 기침도 많이 했는데, 우리 방에 들어오기 전에는 다른 방에도 계속 있었다"며 "직원들, 보호소 내 의사 모두 그의 상태를 알았고, 그를 격리시켜야 했는데, 그냥 우리와 함께 있게 했다. 정말 화가 많이 났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지난 4월 막심 씨의 폐결핵 진단을 알게 된 단체 마중은 곧바로 화성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해 '집단 감염 방지 및 신속한 전수 조사'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보호소는 수령을 거부했다.
이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출했고, 법무부는 "관련 법규 등에 따라 보호소 내 전염병 예방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며 "전문의가 상주해 정기 진료를 통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관찰하고, 필요시 외부 진료를 시행해 결핵 등 전염병 감염 관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결핵 선별 검사 및 전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단체는 대한결핵협회, 질병관리청, 국가인권위원회 등에도 신속한 방역 대응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냈으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은 답변하지 않았고, 결핵협회는 '사단법인이 보호소에 결핵 관련 지시나 요청을 할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보호소 내부의) 감염 피해자가 진정 당사자로 특정돼야 한다'고 답했다.
의료관리지침조차 없어…지역사회에도 경고음
이 박사는 근본적으로 의료관리지침조차 없는 법무부 외국인보호소 관리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최소한 교도소 등 교정시설은 세부 기준이 마련된 수용자 의료관리지침이 법무부 예규로 정해져 있는데, 외국인보호소는 똑같이 집단 감염 등에 취약한 시설임에도 관련 지침이 마련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보호규칙엔 '1개월 이상 보호되는 외국인에겐 2개월마다 1회 이상 건강 진단을 받게 해야 한다'는 조항이 마련돼 있으나, 이 박사는 "이를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장기 구금자들로부터 정기 건강진단을 받았다는 증언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이 규칙엔 '건강진단을 해야 한다'는 문구만 있고, 세부 항목과 기준,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 사례를 조사했던 이 박사는 "이들 나라의 외국인보호시설도 기본권 측면에서 최선은 아니나, 입소시 의료인의 건강 진단이 이뤄지고, 영국은 '전염병 확진자가 나오면 2시간 내 선별 검사, 24시간 내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며 "모두 독립적 의료관리지침도 보유했고, 미국은 수용 외국인 사망 시 90일 이내에 보고서를 의무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당장의 대안으로, 입소 시 의료인이 주도하는 건강진단을 의무화하고, 결핵 등의 감염병 검사는 법제화하며, 보호(구금)가 연장될 땐 건강검진을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구속력 있는 의료관리지침을 제정하고, 내부 인권침해 문제 등을 감시하는 독립적 모니터링 기구를 마련하는 구조적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결핵 감염 방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며 "직원들의 노동 안전 문제이자, 지역사회까지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경고했다.
법무부는 <프레시안>에 결핵 관련한 의료 지침과 관리 대책에 대해 8일 서면으로 "입소 시 문진 등을 통해 전염성 질환 유무나 긴급 의료지원 필요성 등을 일차로 확인한다"며 "보호 중 기침·발열 등 감염병 의심 증상이 확인되면, 즉시 격리 조치한 뒤 외부 의료기관 진료와 보건당국 협조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외국인보호규칙에 따라 "1개월 이상 보호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2개월마다 1회 이상 담당 의사 또는 외부 의사의 건강진단을 받도록 하는 등 장기 보호자의 건강관리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 "최근 3년간 외국인보호소 및 보호실에서 결핵 선별검사를 정기적으로 일괄 실시한 사례는 없다"며 "외국인보호시설에서 보호외국인이 본국으로 송환될 때까지 결핵환자가 발생한 사례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25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1명이 결핵 의심 환자로 분류된 사례가 있었으나, 보건당국 검사 결과 최종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보호소는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을 출국 전까지 일시 보호하는 행정시설로, 장기 수용을 전제로 운영되는 교정시설과는 제도 목적과 보호기간,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다"며 "외국인보호시설의 운영 특성과 보호외국인의 건강권 보장 필요성을 함께 고려하여, 현행 감염병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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