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보러 가서 다 붙어도 주민번호를 보여줬을 때 '뭔가 좀 착오가 있었다'며 떨어뜨리는 게 일곱여덟 번이었는데 (…) '내가 (성별) 정정이 안 되면 취업을 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어요." (31세 트랜스남성 A 씨)
"회식 자리 같은 데 갔는데 상사가 '너 혹시 게이니?' 저한테 물어봐요. (…) 자기 영향력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너 만약에 게이였으면 나랑 같이 일 못했다' 이런 얘기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요." (32세 게이 B 씨)
국내 직장에서 일하는 성소수자들이 채용 취소와 업무 배제 등 불이익에 시달리고 있다는 실태조사가 나왔다. 차별적인 문화 탓에 성소수자 10명 중 9명은 직장 동료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기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단체 '다움'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최근 5년 이내 임금노동 경험이 있는 성인 성소수자 263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 10일부터 30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성소수자들은 채용 과정부터 직장 생활까지 전 과정에서 성 정체성을 이유로 불이익을 경험하는 일이 잦았다.
응답자 69%는 '구직 과정에서 성 정체성과 관련한 부정적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면접관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긴 사례, 성별 고정관념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부정적 반응을 받은 사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채용을 취소당한 사례 등이 있었다.
응답자 74%는 취업 이후 직장에서 성 정체성과 관련한 부정적 발언을 경험했다. 이밖에 "게이 같다" 등 성 정체성에 대한 편견이 담긴 표현을 들어 본 응답자는 70%, 성별에 맞지 않는 복장을 지적당한 응답자는 33%, 상대방이 성 정체성을 인지한 이후 대화가 중단됐단 응답자는 26%였다.
직접적인 차별·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는 19%였다. 차별 유형으로는 혐오 표현 등 언어적 괴롭힘이 14%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정적 인사평가·업무 배제·승진 누락·성적 괴롭힘·신체적 괴롭힘·해고 등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5~8%로 고르게 나타났다.
차별과 괴롭힘은 성 정체성을 드러냈을(커밍아웃) 때 더욱 심해졌다. 언어적 괴롭힘의 경우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을 때는 11%가 경험했지만, 커밍아웃을 헀을 때는 23%가 경험했다. 인사 평가·업무 배제·해고 등도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가 일관되게 더 많이 경험했다.
차별과 괴롭힘에 대한 대응으로는 '무시하거나 참았다'는 응답이 70%로 가장 많았다. '이직을 고려하거나 실행했다'는 응답은 20%였으며, '가해자에게 직접 항의했다'는 응답은 10%. '회사 내 공식 기구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4%였다. 인권위 진정은 2%, 법적 대응은 1%에 불과했다.
차별은 성소수자 노동자의 건강을 악화시켰다. 응답자 40%는 최근 1주일 우울증상을 겪었으며, 21%는 최근 1년 사이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상용직보다 임시직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더 많이 우울과 자살사고를 경험했다.
성소수자 노동자를 보호하는 기업은 드물었다. '직장에 차별금지 조항이 명시돼 있다'는 응답은 10%뿐이었다. 외국계 민간기업은 54%가 성소수자 정책을 두고 있는 반면, 국내 민간기업은 13%만 성소수자 정책을 둬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런 상황 탓에 응답자 88%는 '직장에서 성 정체성을 드러내기 두렵다'고 답했다. 커밍아웃이 두려운 이유로는 '원치 않는 사람이 알게 될까봐'가 79%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할까봐' 69%,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들까봐' 62%, '승진 기회를 잃을까봐' 60% 등 순이었다.
일터에 바라는 변화를 묻는 항목(중복응답 가능)에서 응답자 60%는 '커밍아웃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답했다. '직장 내 차별금지 조항을 둬야 한다'는 응답률은 56%, '경영진이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표현을 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46%였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정성조 다움 연구원은 "성소수자 차별 없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국회·정부 등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에 △채용 과정 포용성 강화 △차별금지 사규 및 징계 조치 명문화 △경영진의 성소수자 지지 표명 △인권 교육에 성소수자 내용 포함 △고충처리 및 신고 제도 개선 등을 주문했다.
정부와 국회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차별적 괴롭힘 조항 법제화, 직장 내 괴롭힘 에방 제도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 포함 및 실태 파악 강화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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