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성소수자 절반 "최근 1주일 우울해"…자살 시도율 8.5배 높아

인권위,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국내 성인 성소수자의 절반 가량은 우울 증상을 겪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체 우울증 경험률 대비 4배 높은 수치다. 자살 시도율도 전체보다 8.5배 높았다. 성소수자들의 정신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3일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가 실시한 이번 조사는 2014년 같은 주제로 진행한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이뤄진 실태조사다. 지난해 7월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성인 2495명과 만 16~18세 청소년 457명에게 답변을 받았으며, 같은 해 8월에는 희망자 28명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점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많은 성소수자가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성소수자 45.8%는 검사 당일을 기점으로 최근 1주일 내 우울 증상을 겪고 있었다. 성 정체성 구분 없이 같은 검사 방법으로 조사한 전체 우울증 경험률 11.3%에 비해 4배 가량 높은 수치다. 심지어 청소년 성소수자는 69%가 우울 증상을 겪고 있었다.

최근 1주일 자살을 생각한 성인 성소수자 비율은 39.1%, 자살시도율은 5.1%로 각각 전체 인구 응답률 대비 8.5배 높았다. 또 성인 성소수자 11.6%는 은둔 상태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정신 건강 문제는 일상생활에서의 차별·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성인 성소수자 27.1%는 일상생활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차별이 벌어진 공간은 직장이 30%로 가장 많았고 화장실, 탈의실, 사우나 등 성별로 구분된 공간이 28.8%, 학교 21.8%, 공공기관 20.1% 순이었다.

최근 1년 간 폭력을 경험한 성인 성소수자는 4%였다. 특히 트랜스젠더는 10.9%가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폭력 외 모든 영역에서 비트랜스젠더보다 부정적인 사회적 경험을 했다.

성인 성소수자 중 성정체성 관련한 혐오표현을 당했다고 답한 비율은 96.7%에 달했다. 혐오표현을 가장 많이 경험한 공간은 89.1%가 답한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 뒤이어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77.8%, 언론 75.4%, 댓글 75% 순으로 혐오표현 경험률이 높았다.

성인 성소수자들이 느낀 영역 조직별 비우호도는 개신교가 94.2%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국민의힘 93.5%, 군대 91.8% 등 순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의 비우호도는 70.7%였다.

향후 5년 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대체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악화할 것이란 우려보다 높게 나타났다. 다만 정치인 및 정당의 성소수자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 응답자의 비율은 29.5%에 불과해 다른 영역보다 크게 낮게 나타났다.

공동 연구원으로 조사에 참여한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성소수자 혐오 문제 개선을 위해 △가시화와 인식 개선 △차별 및 혐오 금지 △교육 △노동 △시설 및 재화·용역 △국가기관 △보건의료 △성별 법적 인정 △혼인평등 및 가족구성권 등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숙진 인권위 상임위원도 토론회에 참석해 "이제는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필요한 법제도 개선과 정책적 조치를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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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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