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아끼려 목숨 걸 필요 없어졌어요"…라이더 최저임금 3년, 달라진 뉴욕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 수입·알고리즘·거리 풍경·노동 질서를 다시 쓰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뉴욕의 배달 라이더 삶은 궁핍 그 자체였다. 앱에 오래"2분 아끼려 목숨 걸 필요 없어졌어요"…라이더 최저임금 3년, 달라진 뉴욕 붙들려 있어도 그 시간의 절반 이상을 '공짜 대기'로 흘려보냈다. 배달료는 바닥을 기었고, 팁 없이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2023년 12월 4일, 뉴욕시가 배달라이더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한 뒤 풍경이 달라졌다. 팁은 줄었지만 기본 배달료가 뛰어 수입은 2배 가까이 늘었고, 5분 일찍 달리려 속도전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라이더 최저임금은 3년 만에 뉴욕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앱이 지배하던 시간에 값을 매기다

뉴욕시가 배달 라이더를 위한 최저임금 법안(조례)을 만든 건 2021년이었다. 적정한 최저임금 액수 결정을 위해 광범한 실태조사 등 2년의 준비를 거쳐 2023년부터 시행된다. 데이터 분석, 이해당사자 협의 끝에 최종 결정된 금액은 시간당 19.96달러였다.

이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이해하려면 지난 3년 간 이 수치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2023년부터 곧바로 19.96달러를 적용하지 않고 17.96달러를 적용해 2년 간 순차적으로 올렸다. 최저임금 도입 초기에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에 이런 방식으로 단계적 도입(phase-in)이 이뤄졌다.

▲ 2023~2026년 뉴욕시 배달 라이더 최저임금과 뉴욕시 최저임금.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여기에 매년 물가인상률을 적용해 인플레 조정을 해준다. 이렇게 해서 지난 1일부터 적용되는 라이더 최저임금은 시간당 22.13달러, 뉴욕시 법정 최저임금(17달러)의 1.3배가 넘는다. 오토바이 유지비와 기름값 등 업무 관련 비용은 물론이고 사회보험 부담분, 주휴수당 등 사용자가 책임져야 할 비용을 라이더가 대신 부담하고 있기에 이를 감안해준 것이다.

최저임금 못 없애니 팁 버튼을 숨기다

본래 라이더 최저임금 시행시점은 2023년 7월 12일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시행을 막기 위해 우버이츠·도어대쉬 등 플랫폼기업이 소송전에 들어간다. 7월 12일 시행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뉴욕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예정보다 5개월 늦어지긴 했지만 12월 4일부터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되었다.

소송에 패배한 우버이츠와 도어대시는 치사한 수단을 꺼내들었다. 소비자가 배달노동자에게 팁을 주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앱 인터페이스를 변경한 것이다. 본래는 팁을 주는 버튼이 '결제(Checkout) 화면'에 있었는데, 이를 결제 이후(또는 배달원 배정 이후)로 숨겨버렸다. 소비자에게 팁을 주기 어렵게 '설계 꼼수(design tricks)'를 심은 것이다.

▲우버이츠, 도어대시의 팁 결제 인터페이스 변경 전후 배달 라이더에게 지급된 팁. 파란색이 변경 전. 빨간 색이 변경 후. 뉴욕시 소비자·노동자 보호국(DCWP) 홈페이지 갈무리.

우버이츠와 도어대시가 앱 인터페이스를 변경한 것은 라이더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2023년 12월 4일이었다. 뉴욕시 소비자·노동자 보호국(DCWP)의 공식 집계와 보고에 따르면, 12월 4일 전까지 건당 3.6~3.7달러에 달하던 팁 평균액은 설계 꼼수 도입 직후 1달러 미만으로 급락했다. 뉴욕시의 최저임금 제도에 항의하는 참으로 혁신(?)적인 꼼수였다.

알고리즘이 우회해도 최저임금은 직진

플랫폼 기업들이 팁 버튼은 가릴 수 있을지 몰라도 권리의 시계를 멈출 수는 없었다. 2023년부터 시행된 뉴욕시 라이더 최저임금은 3년째 큰 문제 없이 시행되고 있다. 아니, 문제를 일으키긴커녕 그동안 플랫폼의 폐해로 지적된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해 주었다.

우선 최저임금 도입은 뉴욕시 배달 라이더의 수입을 큰 폭으로 올려주었다. 배달플랫폼 기업들이 DCWP에 제출한 다양한 데이터들, 그리고 그 분석자료를 뉴욕시는 분기별로 공개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라이더의 수입이 얼마나 늘었는지 잘 보여준다.

우선 라이더들의 '시간당 수입'의 변화를 살펴보면, 최저임금 도입 전후(빨간 점선)의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팁 수입(노란색)은 많이 줄었지만, 배달료 수입(파란색)은 종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뉴욕시 공개 데이터 기반으로 필자가 별도 분석한 그래프임)

▲ 2022년 1분기~2025년 2분기 뉴욕시 배달 라이더의 시간당 시간당 배달료 수입(파란색)과 시간당 팁 수입(노란색).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시간당 수입이 아니라 배달 라이더 1인당 수입으로 분석 항목을 바꿔도 결과는 동일하다. 최저임금 도입 전후로 라이더들의 주당 수입(노란막대)은 물론 건당 수입도 대폭 상승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1분기~2025년 2분기 배달 라이더 1인당 주당 수입(노란 막대)과 건당 수입(빨간 실선).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다만 건당 수입(빨간 실선)의 경우 최저임금 도입 전 7~8달러에서 도입 후 9~10달러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그럼에도 주당 수입이 큰폭으로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당 배달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니, 최저임금이 올랐는데 배달 콜이 늘었다고? 이게 정말일까.

대기시간과 멀티앱핑 대폭 감소

사실이다. 뉴욕시는 플랫폼기업들에게 trip time(배달시간)과 on-call time(대기시간)을 구분하여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DCWP가 공개하는 수치는 라이더 1인당 데이터가 아니라 임금 지급 주기(1주일) 동안 배달을 수행한 모든 라이더들의 배달시간·대기시간을 각각 합산한 수치인데, 분기별 평균 수치의 추이를 나타내보면 다음과 같다.

▲2022년 1분기~2025년 2분기 뉴욕시 배달라이더 배달시간(파란색)과 대기시간(노란색) 변화.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배달시간(파란색)에는 큰 차이가 없는 반면 한눈에 보더라도 최저임금 도입 전후로 대기시간(노란색)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건 라이더 1인당 수치가 아니라 라이더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를테면 2개의 앱을 동시에 켜놓을 경우, 1개 앱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시간을 다른 앱은 대기시간으로 인식한다. 실제 대기시간이 줄어든 것도 있겠지만 멀티앱핑이 감소하며 대기시간을 줄이는데 기여했을 수도 있다.

시간급이 오르자 알고리즘이 달라졌다

아래 그래프는 앱을 켠 후 배달 수행을 한 라이더와 한 건도 수행하지 않은 라이더 규모를 나타내본 것이다. 아니, 앱을 켰는데 배달을 한 건도 수행하지 않은 라이더가 왜 이렇게 많을까? 답은 멀티앱핑(multi-apping)에 있다. 2개 이상의 앱을 켜놓은 상태에서 1개 앱이 주는 콜만 받았다면, 다른 앱의 경우 한 건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되기 때문.

▲2022년 1분기~2025년 2분기 앱을 켜고 배달을 수행한 뉴욕시 배달라이더(파란색)와 배달을 수행하지 않은 배달 라이더(주황색).ⓒ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최저임금 도입 이후 한 건도 수행하지 않는 라이더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가장 최근의 데이터인 2025년 2분기의 경우 고작 2000여 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사실상 2개 이상의 앱을 켜고 일하는 라이더가 거의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멀티앱핑을 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시간당 콜이 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분기~2025년 2분기 뉴욕시 배달 라이더 총 배달건수(분홍 막대)와 시간당 배달건수(초록 선).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위 그래프를 보면 배달 라이더 1인당 배달을 하는 건수가 최저임금 도입 전에는 시간당 1.5건 수준이었으나, 도입 후에는 2.5건으로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프가 말해주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총 배달 건수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이 도입되면 배달비 부담 때문에 소비자가 배달 주문을 줄일 것이라는 플랫폼기업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장시간노동 근절과 안전을 선물받다

최저임금 도입 이후 3년. 뉴욕 라이더들은 어떤 변화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을까? 수입이 늘었다는 얘기보다 훨씬 많은 증언과 인터뷰는 이런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제 단 2분을 아끼기 위해 목숨을 걸 필요가 없어졌어요. 안전하게 달릴 수 있고, 근무가 끝난 뒤 집에 무사히 돌아갈 가능성도 훨씬 커졌습니다." (출처 : StreetsBlog New York City)

수입이 늘어나니 위험한 속도전이 사라졌다. 대기시간과 멀티앱핑이 줄어들자 총노동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라이더들은 통상 하루 목표액을 정해놓고 일을 한다. 그런데 시간당 수입이 늘어나니 굳이 장시간노동을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지난해 시장으로 당선된 조란 맘다니가 DCWP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한 샘 레빈(Sam Levine) 역시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의 거리는 공공재입니다. 앱 기업들이 그 거리를 이용해 수십억 달러의 이윤을 만들어내고 있을 때, 적어도 뉴욕시에서는 수백만 달러의 이윤을 벌고 있을 때, 그들은 분명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리가 안전하도록 보장하고, 배달 라이더들에게 자신의 안전과 생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도록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출처 : StreetsBlog New York City)

라이더 최저임금은 뉴욕 시민들에게 '안전'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1분 1초를 아끼기 위해 신호를 어기거나 인도로 올라설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모두들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플랫폼노동 최저임금 도입, 세계에서 최고로 바쁘게 돌아가는 뉴욕시를 지난 3년간 이렇게 변화시켰다. 이제 던져야 할 질문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가 아니라, '한국은 언제 시작할 거냐'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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