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정유업계 '사후정산' 바꿔야…업계도 '폐지'까지 수용"

與 을지로위, 산업부·업계와 사회적 대화…사후정산·전속거래 완화 시동

정부·여당이 중동 상황 장기화로 인한 유가 급등 문제 대응의 일환으로 정유업계 내 원가 '사후정산'과 '전량구매'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정유업계에서도 △사후정산 폐지 혹은 개선 △전속 거래 제도 관행 개선 등에 수용 의지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일 국회에서 산업통상부·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관계기관과 함께 '사회적 대화기구 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엔 한국주유소협회와 더불어 국내 정유4업체로 꼽히는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도 참여했다.

사후정산제는 주유소가 정유업계로부터 원유를 구입할 때 공급 원가가 아닌 소비자 가격에 맞추게끔 가격 미정 상태로 결제하는 정산 방식이다. 민주당은 이를 "최종정산가격 재량권을 정유사가 가지게 돼서 사실상 절대적 갑의 위치에 있게 된다"(한정애 정책위의장)고 비판해왔다.

전량구매제는 원유 구매 시 주유소에 타사 제품 선택권이 없는 방식의 관행으로 역시 정유업계의 독과점 문제로 지적받아왔다. 을지로위 소속 김남근 의원은 "경쟁체제가 만들어져서 싸고 좋은 품질의 석유를 살 수 있는 선택권이 주유소에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일 의원도 "중동 전쟁으로 주유소는 그야말로 고사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과연 유가리스크를 주유소와 정유사가 공정하게 나누고 있는가" 물으며 "불투명한 사후정산과 전량구매제라는 이중 족쇄를 채워두고 일방적으로 주유소에 고통을 전가해 둔 것"이라고 기존 제도를 비판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유업계는 당정의 제도개선 의지에 일부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정진욱 의원은 회의 종료 직후 기자들에게 "사후정산과 관련해 정유사들은 '폐지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혹은 '1주일 뒤 정산' 방식을 받아들이겠다고 한다"고 알렸다.

구매로부터 사후정산까지 1개월 이상 걸리는 기존의 체제에서 '1주일 이내 정산'으로 개선 의지를 보인 것. 정산 기간 단축은 주유소들이 소비자 가격을 책정하는 데 있어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이날 회의에 참여한 주유소협회 측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량구매 개선을 위해선 전속거래 관행을 50% 한도 내에서만 적용하는 '혼합거래'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정 의원은 "구체적인 수치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전속거래제를 없애고 혼합거래를 받아들이겠다고는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주유소는 개업 시 정유사의 시설물 지원에 따라 정유사와의 전속계약을 진행하는데, 당정은 현행 5년인 이 계약 기간을 3년으로 줄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김 의원은 "전속거래를 하게 되면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면 (다른 기업도) 따라가게 돼서 독과점이 공고화되는 문제가 있다"며 "하도급법에선 전속거래 자체를 불공정행위로 보기도 한다", "시장 원리에 맞게 하려면 전속거래는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과 업계는 내주에도 회의를 진행, 정청래 대표가 참여해 최종적인 사회적 합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사후정산제가 폐지되거나 완화되는 것은 큰 거래상 변화", "전속거래제를 손보는 건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혁명적 변화"라고 이날 논의의 의미를 평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가 급등에 따른 가격안정과 상생협력을 위한 주유소-정유업계 사회적 대화 기구 출범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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