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반대한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결의문 발표 뒤, 침묵을 이어오던 장동혁 대표가 11일 "그날 107명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밝힌 입장이 국민의힘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결의문이 마련된 의원총회에서도 공개 발언을 삼간 장 대표는 사흘 만에 관련 입장을 직접 표명했다.
당 안팎의 비판에도 '윤어게인' 노선을 고수해 온 장 대표는 여전히 "존중"이라는 표현으로 결의문에 대한 동의 여부를 흐렸다. 대신 "더 이상의 논란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의총에서 도출한 결의문이 '국민의힘의 마지막 입장'이라고 정리했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듯 전략적 모호성은 유지했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방선거 영입 인재 환영식을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 "결의문을 국민에게 말씀드린 자리에 저도 함께 있었다. 107명의 고민이 담겨있는, 여러 논의를 통해 107명의 의견을 담아낸 그 결의문에 대해 당 대표로서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그날 의총에서 밝힌 우리의 입장이 마지막 입장이 돼야 한다"며 "더 이상의 논란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장 대표는 "그날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여러 협의를 했다. 여러 의견을 모아 의총을 하고, 결의문을 채택했던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그것을 세세하게 말하는 것 또한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이다. 분명한 건 107명 의원 전원 이름으로 밝힌 입장이 국민의힘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절윤' 취지의 결의문 발표를 장 대표가 사전에 알았는지, 송언석 원내대표와 사전 조율했는지를 추궁하는 말들이 나왔다. 당권파인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송 원내대표와 장 대표가 의총 전 회동한 자리에서 장 대표의 의중은 "윤어게인의 다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수호하고, 이재명 정권을 견제하려는 많은 청년과 국민의 목소리라는 점"에 실렸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동의하지 않는 '절윤' 결의문으로 인해 '궁지로 몰렸다'는 것이 김 최고위원의 주장이다. 김 최고위원은 장 대표와 송 원내대표 간 결의문 사전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장 대표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듯 "의총이 열리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그간의 여러 논의에 대해 어떤 논란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달래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그는 "그 결의문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뛰겠다"며 "이제 우리가 국민에게 보여야 할 건 계속되는 논쟁이 아니라, 그 결의문을 우리 입장의 마지막으로 하고, 어떻게 변화된 모습으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인지, 어떤 결과로 보일 건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장 대표는 "결의문에 담기지 못했지만 여러 다른 논의들도 있었다. 당 대표로서 어느 부분을 얼마큼 수용하고, 당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해 고민하겠다"며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당 대표로서 입장을 정리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 자신의 입장만 밝히고 자리를 떠났다.
'한동훈 징계 철회' 없을 듯…'강성 노선'도 여전
장 대표의 입장 발표는 여전히 모호성을 띠고 있다. 강성 지지층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절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동의 대신 '존중'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결의문에 자신의 생각이 일치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요인이자, 논란을 낳은 그간의 '윤어게인' 강성 행보에 대해서도 장 대표는 사과하지 않았다.
나아가 장 대표가 에둘러 언급한 결의문 후속 조치는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철회를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훈 당 수석대변인은 "당내 갈등 봉합을 위한 고민을 (장 대표가)하고 있다"면서도 '한 전 대표 징계 철회'에 관해서는 "그 부분까지는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장 대표는 앞서 참석한 영입 인재 환영식에서는 이범석 신전대협(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공동의장 등을 맞이하며 당 상징색인 붉은색 점퍼를 입혀주었다. 신전대협은 부정선거 음모론과 '중국인 혐오' 정서를 부추긴다는 논란을 낳은 극우성향 청년단체다.
특히 장 대표는 환영사에서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정말 많은 일을 하고도 정권을 빼앗기고 힘없는 야당의 처지가 된 이유는 바로 현장의 목소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청년과 함께 당을 현장 중심의 살아있는 정책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대선 패배의 이유를 12.3 사태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못해서'라고 한 셈이다.
이같은 장 대표의 행보는 '절윤 선언'에 대한 극우 지지층의 반발을 강하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민의힘 결의문 발표에 반발한 극우 유튜버이자 국민의힘 당원인 전한길 씨는 애초 이날 중앙당사를 찾아 탈당계를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전 씨는 장 대표에게 여러 차례 만남을 요청한 바 있다.
당내에선 장 대표의 결의문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국민의힘 최다선(6선) 주호영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결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부합하는 한두 가지 조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최다선 조경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당 지도부의 결의가 진짜 진정성을 인정받도록 후속 조치를 즉각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소장파 김용태 의원은 전날 "결의로 끝나서는 안 되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행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 간사 이성권 의원 또한 "그(결의문)에 따르는 상응한 행동과 조치가 없으면 오히려 더 나쁜 이미지가 쌓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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