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尹무기징역에 "치명적 무력 사용 없어서? 선출 지도자가 민주 제도 무너뜨린 게 더 충격"

WP "한국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 스캔들 휘말려…尹은 선출 대통령이 계엄 선포해 한국에서도 이례적"

세계 주요 언론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판결 결과를 속보로 전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데 대해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인 한국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9일(현지시간) <AP> 통신과 <로이터> 통신, <AFP> 통신, <신화통신> 등 세계 주요 통신사들은 윤 전 대통령이 내란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 선고된 배경을 분석했다.

일본 <교도통신> 역시 "이번 계엄령 선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었으며, 군부가 국회에 진입하는 모습은 큰 충격이었다"면서도 "특별검사는 사형을 구형했지만, 한국이 사실상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무기징역형이 유력하다는 법조계 일각의 예측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방송 CNN은 "내란(폭동) 혐의는 한국 대통령이 면책특권을 적용받지 않는 몇 안 되는 형사 혐의 가운데 하나"라면서 "특검은 사형을 구형했는데, 이는 한국이 수십 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조치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에서 사형은 대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며, 1997년 이후로는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항소심이 수개월, 어쩌면 수년이 걸릴 수 있어 그의 법적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기를 마친 한국의 대통령들이 사면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하는 보도도 다수 등장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복역한 역대 모든 한국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사면됐다"며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를 소개했다.

신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8년 부패 및 관련 범죄로 총 32년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감형됐고 2021년 대통령 사면으로 완전히 석방됐다"며 "군사독재자 전두환과 노태우는 1979년 쿠데타와 광주 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각각 사형과 2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감형됐고 두 사람 모두 결국 사면됐다"고 전했다.

CNN은 "이번 판결로 한국 역사상 가장 큰 정치적 위기 중 하나였던, 민주주의의 근간을 시험했던 극적인 사건의 한 장이 마무리됐다"고 판결의 의미를 부여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이어진 격동의 시기에 지쳐 있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일종의 마무리가 될 것"이라며 "그의 조치는 군사 정권 시절을 거쳐 오랜 희생 끝에 쟁취한 수십 년간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 여전히 상당한 충성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깊게 양극화된 사회에서 이번 판결이 분열을 치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어 이날 1심 선고를 전두환 전 대통령 사례와 비교하기도 했다. 신문은 "윤 전 대통령의 권력 장악 시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반대 세력에게 가했던 치명적인 폭력 사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데 고려한 요소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을 더욱 충격에 빠뜨린 것은 쿠데타를 주도한 군 장교였던 전두환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은 선출된 지도자였음에도 내부에서부터 국가의 민주적 제도를 무너뜨리려 했다는 점이었다"라면서 무기징역 선고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판결은 1987년 전두환 군사 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 운동 이후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면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결국은 사면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브루킹스 연구소 아시아정책센터의 앤드류 여 선임연구원은 "전직 대통령의 유죄 판결은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윤 전 대통령의 사법 절차를 통한 유죄 판결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반영한다"고 신문에 전했다.

신문은 "한국의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이 부패, 뇌물, 횡령 또는 권력 남용과 관련된 스캔들에 휘말렸다"라면서도 "하지만 윤 대통령은 한국의 기준으로도 이례적이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계엄령을 선포한 최초의 사례이자, 재임 중인 대통령으로서 형사 수사를 받은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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